이별 후 상담받기까지 한 달, 헤어진지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네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이별이 실감나지 않습니다...같은 감상적인 생각도 이제는 하지 않을 정도로 심적으로 차분해질 수 있었던 시기었습니다.



1차 지침 문자를 보낸 이후 발생할 만한 상황들을 유현쌤이 잘 정리해주셨지만 저는 각 상황 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었습니다. 애프터 메일 낭비하지 말고 꼭 공백기 다 채운 뒤에 쓰라고 강조하셨기 때문에 공백기 중 상대방이 연락하는 상황이 가장 막막했습니다만. 다행히도? 이후 차단을 풀었음에도 상대방에게는 연락이 아예 오지 않았습니다.



당일날 지침에 대한 반응은 강렬했습니다. 모든 연락수단을 차단했는데 상대는 우회해서 답장을 보냈고 지침을 지키기 위해 대충 봤지만 승질을 제대로 내더군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는 운이 좋아서 상대 반응을 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답장은 하지 않았고 이후 협박문자도 오길래 차단했습니다.



공백기 기간 동안 카톡 관리에, 돈도 모으고, 운동도 시작하고, 사람들도 만나며 지냈습니다. 처음엔 상대 sns염탐도 엄청하고, 상대를 굉장히 원망했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마음입니다. 과거 작성한 사연 글을 다시 읽었는데 뭐 그리 주절주절 말이 많은지 ㅋㅋ 제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그때에 비해서 제가 많이 쿨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회하지 못하더라도 태도 측면에서 배운 것들이 많아 돈이 아깝진 않을 것 같습니다.



대체자를 만나진 못했지만 상대방이 유일한 사람이 아님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단점도 많은 여자기도 하고. 정말 상대와 재회를 못하고,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분명 대체자는 커녕 다른 여자와 거의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다음 사람은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사실 재회에 대한 망설임이 있습니다.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재회하고 또 권태기가 와 상대에게 같은 상처를 줄 것 같아서요. 지금이야 이별 당시 상대의 프레임, 잘 지내는 듯한 모습, 다른 남자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일시적으로 마음이 커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권태기는 이별하기 한참 전부터 왔었는데 상대방과 대판 싸우거나, 제가 상대를 의심하거나, 이별 위기를 느낄 때마다 권태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담받고 지침보내지말고 그날 결정을 되돌리기보다 흐르는대로 냅두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 당시에는 눈 빠지게 상대방을 원했고 다시 만나면 프레임 지키면서 정말 잘해주겠단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이상합니다. 이럴 거면서 지침을 보낸 제가 나쁘게 느껴집니다.



그렇더라도 재회는 끝까지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ㅎㅎ 막상 대화하고 얼굴보고 만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고, 이별 당시 상대가 했던 모진 말들에 대한 사과도 듣고 싶기도 하고.

저는 드디어 기다리던 애프터 매일을 작성하러 갑니다. 어떤 답변을 받을지 긴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