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후기에 쓴 대로 저는 1차 지침 이전에 이미 상대의 이중모션도 봤고, 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증거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많은 내담자 분들처럼 과연 지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 상대의 인스타가 비공개 계정이고, 카톡 프로필 자체를 안 바꾸는 성향이라 반응을 볼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라 더더욱 그랬습니다. 아직 재회 후기는 아니지만 드디어 상대의 반응을 발견하여 후기를 남겨봅니다.

지난 후기 이후로 오랫동안 잠잠하다가 7월 중순에 다시 상대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짧은 글로, 작품 속 한 인물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작품을 직접 읽어 보니 그 인물이 저를 겨냥한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갈등 상황과 이별에서 보였던 모습과 매우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인물이었습니다. 상대의 행동상 아트라상을 전혀 모르는 것 같긴 하지만, 자세히 설명하자니 특정될까봐 조심스러워서 두리뭉술하게 서술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담사님께는 애프터메일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백기 동안 SNS에 잘 사는 모습을 나름대로 열심히 보였습니다. 전시회에서 찍힌 사진, 엠티 간 사진, 스터디에서 찍은 사진도 올렸고, 특히 밥을 잘 챙겨먹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제가 끼니를 대충 때우는 성향이라 사귀는 동안 상대의 걱정을 사기도 했던지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혼자보다도 같이 식사하는 사진 위주로 올렸는데, 제가 자발적 아싸인 걸 아는 상대에게 분명 미해결과제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로 게시물로 올렸고 가끔 인스타 스토리도 올렸는데 이건 안 보더라구요.

그러던 중 7월 말에 SNS 차단을 당했습니다. 사실 공백기를 보내며 재회에 대한 의지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본 상담에서는 상담사님께서 저의 막장 내적 프레임에 초점을 맞추어 저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아마 상대가 상담을 받았으면 저에 대해 재회를 추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셨을 것 같네요.. 아무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저 못지 않게 상대도 프신 관리를 잘 못 하는 성향 같습니다. 그래도 서로에게 워낙 고프레임었이고 절대적 가치가 있어서 연애가 유지될 수 있었지만, 다툼이 반복되며 상대 입장에서도 그랬겠지만 제 입장에서도 상대의 프신이 많이 깎였습니다. 하지만 이별을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상대 때문에 급격하게 프레임이 치솟았다가 공백기를 보내며 많이 안정되었네요. 상대에 대해 인간적으로 실망스러운 얘기를 듣기도 했고요. 그래도 매일 인스타 계정을 검색하며 프로필 변화를 확인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이제 닉네임처럼 절실하고 고통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네요.

차단당한 날 바로 후기를 남기고 싶었는데 마침 여행 가는 날이었어서 이제야 쓰네요. 인스타와 다른 SNS 하나, 블로그 이렇게 차단당했습니다. 뒤 두 개는 일상이랑은 상관 없는 것들이고, 블로그는 거의 방치된 공간인지라 더더욱 큰 반응 같습니다. 카톡은 저번 후기처럼 친구 삭제인지 메시지만 차단인지 알 수 없는 상태 그대로입니다. 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끈남겨놓기 심리일 수 있겠네요.

저도 과연 상대가 지침에 영향을 받을까, 제 SNS를 보기는 할까 의심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 같네요. 공백기가 어느덧 일주일 남았는데 상담사님께는 곧 애프터메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