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칼럼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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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내담자들이 재회를 망치는 법
아트라상
2026. 10. 12
지난 5년간 상담을 하면서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는 걸 느낍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도 천재 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대학생 내담자, 지금은 전문의가 된 내담자, 로스쿨생에서 5대 로펌의 변호사가 된 내담자...
이런분들도 상담에 오면, '상대방은 정말 아쉬울 것 없는 완벽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프레임 이론과 지침 같은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걱정하는 그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많이 웃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스스로도 남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객관적 가치를 지닌 사람인데, 결국 상대의 '프레임' 이란 것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적 프레임이 낮아진 상태에서 상대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입니다. 사실 이제는 아트라상에서는 이런 걱정들은 수많은 후기에서 반증된 한물간 단골 걱정(?)에 가깝습니다 ^^;
https://blog.naver.com/wishia/221535026310
단호한 여자, 5년 내담자의 단골 멘트상담사입니다. 지난 주 밤 상담에 2014년부터 5년간 저에게 상담해 온 내담자가 오랜만에 찾아 왔습...blog.naver.com
오히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잘난 상대방'이 아니라 '잘난 내담자'들의 지침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지능이 높고 똑똑하다고 해서 반드시 재회 확률이 높은 게 아닙니다.
스스로 남보다 어느정도 똑똑하다 느끼는 내담자라면, 오늘 글이 지금까지의 모든 칼럼들 중에 가장 중요한 글일지 모릅니다.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이 한 때 야구에 도전했던 걸 아시나요?
성적이 어땠을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사람들 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야구에서는 별 반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특출난 사람도
매일매일 한 분야만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똑똑한 내담자'들이 가장 재회를 빠르게 망치는 루트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경우입니다.
바로 '상담사는 놓친 포인트가 있어' '나를 수많은 내담자 중 하나로 판단한거야.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거야' 라고 생각하며 수많은 사연으로 몇 년 이상 경력을 쌓은 상담사보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너무나 급하게 행동을 옮깁니다.
상담사들은 '똑똑한 내담자들이 재회를 망치는 루트'를 '멧돌이 돌아간다'고 표현합니다. 멧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도, 멧돌은 관성에 따라 계속 돌아갑니다. '내 생각이 옳다' 는 생각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아니라는 증거를 발견해도 끝없이 뇌를 회전시키고 스트레스를 줍니다.
마치 산 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온 작은 눈송이 하나가 눈사태를 만들듯이, 이런 눈송이 하나에 자기도 모르게 뇌가 멧돌을 돌리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 지침 보내고 왜 바로 반응이 안 나오지?'
'저 평안한 반응은 뭐야? 프레임이 높다면서?'
'상대방 sns가 너무 조용한데... 2차 지침까지 공백기가 남았지만 뭔가 상담사가 빠트린 게 분명해. 빨리 행동을 옮겨야 해!'
'상담사는 나만큼 예리하게 상황을 못 본 걸지 몰라. 이 위기 상황을 빨리 액션으로 옮겨야 재회에 성공할 수 있어!'
'자존심 이론은 알지만, 상대의 미세한 반응이 일반적인 후기의 패턴과는 달라. 상담사도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발생한거야. 내가 해결해야돼'

만약 당신이 객관적으로 학창 시절 공부를 잘 했거나, 일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면 더더욱 이런 '멧돌 돌아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합니다.
지능이 높은 뇌는 기능성이 좋은 겁니다. 따라서 끝없이 뇌가 회전하며 일을 하게 만들고, 자기 발전에 채찍질을 가하게 만듭니다. 이 기능성 덕분에 일과 커리어에서 성공을 거두게 해 줍니다.
그러나 이 기능성이, 양날의 검으로 '잘못된 판단'에 풀가동이 되면 재회가 망쳐지기 시작합니다. 뇌는 '이별'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스위치를 켜고, 끝없이 돌아가면서 그 원료로 에너지와 내적 프레임을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상담사의 판단은 잊혀지고 급한 행동으로 지침을 망치게 됩니다.

5년간을 통틀어 지능과는 별개로 가장 '현명하다' 느꼈던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그 내담자는 패닉이 왔을 때, 이런 애프터 메일을 보냈습니다.
"제가 지금 내적 프레임이 크게 낮아져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 한 거 같습니다. 일시적인 불안감이 심해진 것이겠지만, 궁금한 것들을 모두 적습니다. 망치기 전에 1주일간 핸드폰을 꺼 두려고 합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스스로의 판단 능력을 과신하지 않습니다. 또한, 내 판단이 잘못 흘러가고 있을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수할 환경 자체를 없애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나는 상황 잘 모르겠어. 그래서 모르는 건 전문가에게 모두 맡길래!'라고 생각하는 내담자, 어리고 책도 많이 읽지 않아 덜 똑똑한(^^;) 내담자들이 재회가 쉬운 것은 어쩌면 이 차이에서 올지 모릅니다.
P.S. '소크라테스' 예시를 보고 '이 노잼 철학적인 글 쓸 바에 재회 후기 분석이나 하나 더 올려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실까봐 걱정하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