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후기는 단순히 아트라상에 대한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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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를 가지려고 합니다

지니보고싶어2021 / 06 / 28
안녕하세요 상담사님ㅎㅎ 애프터로 찾아뵐까 하다가 이렇게 후기를 남겨요. 자주 후기를 남기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상대방을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아 이 후기를 마지막으로 제 의지로 공백기를 보내려고 합니다.

저번 후기에서 말씀드린 대로 상대방에게 먼저 연락이 왔지만 상대방의 이중모션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본인 집 리모델링 마무리 지었다는 것을 핑계로 제게 사진을 보내 줬으면서 제 답장엔 이틀동안 답장을 하지 않거나, 제가 상대방을 걱정하는듯한 말을 하니 욱하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했어요.

저는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모습을 유지한채 상대방에게 답했더니 상대방이 먼저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으나 상대방이 바쁘다고 내일 전화하겠다고 하길래 “응 그냥 걱정돼서 전화했어~ 내일 얘기하자” 이러고 끊었어요. 이게 6월 10일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그 이후로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서 저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6월 14일에 제가 상대방의 집 근처에 갈 일이 있었고, 거기서 제 셀카를 찍어 올렸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상대방이 본인의 집 근처냐고 메세지를 보내더라구요. 상대방의 집 근처에서 사진 찍어 올린 것이 상대방에겐 어느정도 가능성 제시가 됐나봐요. 그래서 제가 면접 볼 일이 있어서 갔다고 했고, 상대방이 “잘 됐네, 너한테 전화하기로 한거 안 잊었어” 라고 하길래 제가 “괜찮아 너 바쁜거 알어” 이렇게 답했어요. 상대방이 다음날 (15일) 오전 11시 30분에 전화를 드디어 걸더라구요.

둘 다 어색했지만 제 나름대로 어색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가 펀드 회사에 차장급으로 면접을 본다고 말했고 (상대방도 펀드 회사 다니지만 상대방은 associate (사원?)급이에요. 이미 과장-사원으로 차이가 있었으나 제가 만약 합격 했더라면 그 격차가 더 벌어졌겠죠. 다행히도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방금 연락 왔네요. 왜 다행인진 아래에 설명 하겠습니다). 그것과 제 셀카로 이미 제 프레임을 올려놨으나 전 제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더 올려버리고 맙니다.

제 면접이 어땠냐고 묻는 상대방에게 “나 여기로 이직하면 너랑 비슷한 분야에서 일해. 우리 ‘베스트 프렌드’ 될 수 있어”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상대방의 말문이 막히는 것이 느껴지더라구요. 또 조심스럽게 “나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던 거야?” 라고 물었던 상대방에게 제가 “아 그냥 안부 인사도 나눌겸 전화했었어”라고 했고, 본인이 솔로라고 강조하며 지금 일이 너무 바쁘지만 제가 원하면 절 위해 시간을 내서 연락하겠다는 상대방에게 “아.. 난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어” 라고 애매하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상대방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굳으면서 남은 면접도 잘 보라며 회의 들어가야한다고 서둘러 끊더라구요.

상대방에게 ‘친구’라는 타이틀을 꺼낸건 제 나름대로 살갑게 굴어보겠다고 그런 거였어요. 또 마지막에 제가 저렇게 애매하게 말한 건.. 그냥 그게 그 상황에서 가장 쉬운 대답이었어요. 상대방이 제게 다시 헌신하겠다고 한 말을 듣는 순간 여러 감정이 섞이더라구요. 미안한 감정이 제일 컸어요. 그리고 ‘네가 원하면’ 이라는 전제가 붙어서 내프 낮은 상대방이 나중에 제가 원해서 연락한 거 아니냐고, 제가 원해서 재회한 거라고 말할 거란 생각도 들었구요. 생각은 많은데 이걸 다 말로 표현하긴 어려우니 상대방에게 저렇게 상처가 되는 말이 나왔어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나름 해명(?)하기 위해 두시간 후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방이 회의중이라 받지 못했고, 또 저녁 9시쯤에 전화했는데 상대방이 아예 받질 않더라구요. 상대방이 아무 이유 없이 제 전화를 받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먼저 시간을 갖자고 한 상대방이 오히려 먼저 간헐적 찔러보기식 연락을 해오는 좋은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가능성을 다시 차단해버려서 마음이 아프네요. 그 이후로 전 연락하지 않고 제 셀카, 요리 사진, 골프 다닌 사진, 캐나다 전 수상의 가족과 만난 사진 등 sns에 올리는 중입니다. 제가 마음이 가지 않아 연락 씹었던 리바들이 제 스토리 보는 족족 연락하는 것 보니 사진들이 나쁘진 않은가봐요. 다른 사진은 잘 모르겠는데 제 셀카를 볼 때마다 상대방 팔로워/팔로잉 수가 올라가는 걸 보니 그때마다 리바를 구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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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은 내용이 제가 애프터로 보내려고 했다가 후기로 대체한 내용입니다. 제 후기를 보시고 느끼셨겠지만 저도 모르게 제 모든 행동이 상대방을 의식하며 하는 거였더라구요. sns 플레이, 상대방에게 리바가 생겼나 안 생겼나 확인하는 행동, 심지어 이직까지도 상대방에게 보여주려고 한 거였어요. 상대방에게 “난 너보다 잘난 여자야” 라고 보여 주고 싶어서 제가 정말 원하는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자리였는데도 그냥 그 펀드 회사 차장 타이틀 달겠다고 면접까지 보고 그랬네요 제가. 마지막 면접 떨어지고 나서야 그걸 느꼈어요.

지금 제 자신도 굉장히 멋진 사람이고 굉장히 예쁜 사람인데, 지금 이 모습 자체로도 상대방이 어쩔줄 몰라 조심스러워 하는데 왜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제가 간절히 원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는지.. 제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네요. 지금이라도 그걸 알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ㅎㅎ

원래는 상담사님께 애프터로 찾아 뵙고 상대방의 반응, 제 sns 사진 수위, 제 대처에 대한 평가 등을 컨펌 받으려고 했었어요. 근데 지금 와서 보니 제가 왜 상대방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상대방과 저렇게 연락이 끊긴 이후 제가 내린 결론은 오히려 2-3개월 공백기를 가지고 다시 연락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요. 그 공백기 조차도 상대방을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며 sns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심리상담 받으면서 제 마음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아트라상 칼럼과 후기를 읽으며 재회에 집착하는 것도 내려놓구요.

재회가 아닌 절 위한 공백기를 가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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