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통화 시작하자마자 아주 확률이 낮은 케이스라 하셨어요.

저도 예상은 했던 부분이고,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대로 상담 진행 했습니다. 결정타는 상대방 과실이지만 혹시나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혼날 각오도 하고 있었어요.

2014년 다른 사이트였을때부터 눈팅을 해왔고, 태생이 쿨하거나 고프레임 성향은 아니라서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노력했는데 한계가 있네요. 마지막에 제 신뢰감에 비해서 프레임 관리를 잘 못해서, 내프가 극심하게 낮아 신뢰감은 낮고 프레임 관리만 잘 하는 상대방에게 저프레임 취급을 받았어요. 상대방은 아무리 사랑을 쏟아줘도 과거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제 사랑을 계속 의심하고 불안해하다, 결국 저의 사각지대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어요. 저 역시 상대방처럼 행동하지 않은것이 저의 대처에서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고..

상대방의 상황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모든 문제가 연달아 벌어졌네요. 작고 사소했던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곪고, 이미 수습하기엔 너무 늦어버린거죠.

제가 스스로 저의 이별을 돌아보았을 때, 연인이 이별을 할 때 주로 문제가 되는 모든 사항이 다 들어가 있는 케이스였거든요. 게다가 상대방은 내프도 낮고, 상황도 나쁘고, 저는 일상생활이 너무 바빠서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했고... 문제가 생기고서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모든 상황을 알게되어 해결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상담사님은 운명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던 것 같아요.

만남의 시작부터 저희 사이엔 명백한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는 저에게 더 집착하고 구속하고, 그럴수록 제 마음은 점점 더 식어가고. 상대방은 자신의 낮은 내프를 지켜주던 외적 조건이 사라지자 저프저신으로 행동하는 망나니가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런 그에게 지쳐가면서 짜증내고 화만 내는 사람이 되어버렸구요.

그와 만나며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고, 남들이 영화같다고 할 정도로 강렬했지만.. 저는 그를 이제 다시 볼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했거든요. 결혼이라는 단계까지 가지 않은게 제게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있다면 신이 저를 도왔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말은 담담하게 하지만 충격과 고통이 너무 심해서 몸무게 앞자리가 바뀔 정도였어요. 심장이 두근거려 잠도 못 자고 뭘 삼키기도 힘들어 목숨 연명이 될 만큼만 먹고 지냈는데 덕분에 다이어트 잘 했네요. 요즘 얼굴색 좋아졌다는 말도 많이 듣고, 어떤 옷을 입어도 핏이 살아나서 행복합니다. 예전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여행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연애도 결국 수많은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이고, 사랑은 이렇게 끝나도 저는 여전히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이별은 아팠지만 주변 사람들이 저를 걱정해서 얼마나 아끼고 챙겨주는지 뭉클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네요.

그에게서 받은 선물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지침은 쓰겠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일 뿐 재회해서 다시 그 고통을 감내할 용기는 없어요. 불쌍한 그의 가족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에게는 더이상 미련 조차 없습니다.

제 대신에 누군가 그 길을 가겠다고 하니 감사할 지경이에요. 제 존재를 의식하여 둘 다 불안한 관계인걸로 보이지만 이 막장극에서 저는 이만 퇴장합니다. 저의 퇴장길을 도와주시는 한서진 상담사님 고마웠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