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후기는 단순히 아트라상에 대한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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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학번 강희쌤 낙제생이 21년도에 스스로 재회를 이루어낸 후기

루루루2021 / 09 / 27
안녕하세요. 20학번 내담자입니다.

20학번일 때 저는 내프 낮은 남친과 사귀고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이별과 상처로 힘들어하던 찰나 아트라상을 우연히 발견하고, 문서 상담으로 강희쌤께 상담을 받았었죠. 강희쌤은 걸러야 하는 남자 1순위라고 문서중에 몇번이나 말려주시면서도, 지침을 내려주셨습니다.

1차 상담 당시, 저도 열심히 블로그 글을 읽고 이론을 많이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 분석에 대해서는 그 때 당시에도 꽤 숙지가 됐지만 공백기나 가만히 있기에 대한 행동지침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낮았던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내프가 요동치는 마당에 제 기준으로는 어느 정도 강한 반응이 니와서 지침을 어겼다가 상황을 망쳐버렸고, 강희쌤은 지침 때는 내 여동생이면 도시락 싸가면서 재회를 말린다 하셨지만 망친 뒤에 보낸 1차 애프터 때는 난 지침을 어기는 여동생은 둔 적 없다! 하셨습니다 ㅎㅎ

1차 애프터때 주신 지침은 예정대로 가만히 있기 였고, 저는 두번째는 조금 더 참아 봤지만 결국 완벽히 지침을 지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재회는 됐습니다. 3개월짜리 였지만요.

그냥 막장 고프저신 커플이라서 됐던 재회고,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기에 헤어졌었죠. 그리고 사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그냥 버리는 게 답인 남자였기 때문에 잘된 일이라 봅니다.

그 남자에게서는 그 뒤로도 길게 그리워하는 듯한, 떠보는 듯한 액션이 있었지만 제가 딴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며 조금 대화에 응한 뒤로는 더 이상 안달나는 연락은 안 오네요 ㅎ 생일때 한번 왔나 그 정도 입니다. 2년쯤 지나가고 저도 프레임 관리를 안 했기 때문에 이제 슬슬 초기화 되었나 봅니다.

비록 결국 아무것도 완수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있고, 딱히 더 물어볼 게 없어서 2차 애프터도 쓰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 뒤 저는 항상 연애를 아트라상의 이론을 토대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괜찮을 때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위기일 때만 이론을 토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남친은 해외 롱디 였습니다. 중장거리 였던 20년대 전남친보다 훨씬 더 상황적 신뢰감이 안 좋았죠. 저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게임으로 만났습니다 ㅎ 넌 뭐가 문젠데 자꾸 게임으로 남자를 만나냐 하시면 그냥 집순이 입니다. 그렇다고 남자를 만날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건 아니고, 이번 남친도 초반부터 해외 롱디 였기에 기겁을 하며 제가 거절했습니다. 근데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다 보니 결국 두달만에 사귀기로 합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둘 다 삼십대기도 하고 장난으로 사귀는 건 아니였기 때문에 저는 사귄지 3개월 만에 그가 사는 곳에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남친이 사는 곳은 격리 면제가 가능한 곳이여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첫 해외 여행이기도 하고, 아무리 남친이라도 만나는 건 그때가 처음이기에 위험 부담도 상당했지만 그래도 3년 동안 같이 게임을 했기도 했고 대화를 통해 신뢰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과감히 비행기를 탔습니다.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지만, 사소한 계기가 몇번 쌓이며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총 2주 체류 계획이었는데 사이가 온전했던 건 제 기억으론 4일 남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지적하는 것이 제 기준으론 별로 납득이 안 되던 것들이었고, 중간에 크게 한 번 싸웠던 골도 다 아물지 않은 채, 저는 점점 투명인간 취급 받기 시작했습니다. 원룸에 계속 같이 있었지만 말도 제대로 못 나누는 상태로 거의 일주일을 지냈던 것 같습니다. 뭐라고 말을 걸어봐도 틱틱대거나 윽박지르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리해서 월차를 잡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만나러 온 건데 막말 수준의 틱틱댐에 투명 인간 취급에... 꼴이 말이 아니었죠. 아트라상 블로그를 복습하며 공통의 지인들과 욕을 하며, 그냥저냥 시간을 떼우다가 막날이라도 제대로 지내고 싶어 마지막 날은 호텔에 묵겠다고 그에게 말했고, 저는 그렇게 마지막 날을 호텔에서 보내고 혼자 공항을 가서 귀국하게 됩니다.


어떠세요? 여기까지 읽으면 '남자가 백퍼센트 실물 보고 맘이 식었네' 싶지 않으세요?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인터넷 상의 만남, 만나고 며칠 못 간 좋은 분위기, 그 뒤 엄청나게 냉랭한 태도까지... 하지만 전 이론에 입각해 이사람과 재회 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엇? 했던 건 제가 마지막 날을 호텔에서 묵겠다니까 보인 그의 반응 이었어요. 서로 불편하니까 난 그냥 내일은 호텔에서 묵겠다, 하니까 그는 ".... 허!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며 화를 냈습니다. 이 때 저는 의아함을 느낍니다. 저도 이때까지만 해도 실제의 저를 보고 실망해서 맘이 식었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실제로 지적했던 부분들은 제 기준에선 얼토당토 없었거든요. 지난 연애에서 문제 된 적이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가 마지막 날을 호텔에서 묵겠다 그러면 내심 안도하며 덤덤히 동의할 줄 알았어요. 근데 화를 많이 내면서 그렇게 똑똑하면 내일 호텔도 니 발로 찾아가라! 하며 승질을 부렸습니다. 전 그건 어려울 것 같아 넌 책임감도 없냐 데려다 줘라고 나무랐고, 데려다 주겠단 대답을 듣고 난 뒤에는 방치 했습니다. 이때는 아직 의아해 하면서도 "꺼져준다는대도 저따위로 구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호텔에 내려다 준 그 사람은 작별 인사도 안 하고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저도 차를 내린 후에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고, 호텔에 있는 동안 제 나름 만든 강력지침을 카톡으로 쏘고 호텔 리조트 안에서 풍경과 셀카를 찍어 카톡에 걸어 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혼자 힘으로 무사히 귀국 했습니다.

그 뒤로도 연락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귀국하는 공항에서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어요. 며칠을 투명인간 취급을 했지만, 마지막에 제가 호텔에 간다는 말에 그렇게 노발대발 했던 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솔직히 어떤 이유로도 그 행동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닐 수 있겠지만 내게 실망하고 식은 것이 아니라 본인 말마따나 순수하게 섭섭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니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가설과 이론을 한 번 입증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저는 자체적으로 공백기와 2차 지침을 만들어 놓고 존버에 들어갑니다. 자체 공백기는 사귄 기간이 길지 않아서 한달로 잡았었는데, 솔직히 이 공백기를 지키진 못했어요. 3주쯤 되던 때 올해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웠던 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문득 '그 사람도 나랑은 다른 이유겠지만 힘들어 하고 있겠지? 뭐가 됐든 끝내주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2차 지침을 보내 버렸습니다. 아, 참고로 귀국한지 열흘만에 카톡이 차단되었었기 때문에 지침은 문자로 보냈습니다.

답은 덕담이었고, 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으려고 이성으론 생각했지만 마침 그 타이밍에 가벼운 사고(?) 비슷한 게 생겨서 저도 모르게 그걸 주제로 말을 해버리고 말았어요. 처음 몇번은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답변이 돌아 왔지만 이내 차가운 태도나 읽씹이 늘었어요. 이중모션의 시작이었죠.

몇 번 연락을 하던 저는 이내 연락을 거뒀어요. 이게 저는 아직도 그렇게 어렵습니다 ㅋㅋㅋ 그나마 아트라상의 이론을 설명한 친구가 이론을 토대로 저를 말려주면서 간신히 연락을 참았고, 그 며칠 뒤에 현지 시각 심야에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전화 번호를 보고 눈을 의심하고 너무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만취한 상태로 2시간 동안 저에 대한 원망이나 그리웠단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 놓았습니다. 사실 완벽하게 상담사님처럼 행동하려면 두시간 씩이나 전화를 받아주면 안 되었겠지만, 저는 서툴었기 때문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끊지 말아달란 말에 순순히 그렇게 했죠. (퇴근길에 걸려온 전화였어요.) 그리고 다음날에는 선연락까지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진심을 비쳤으면 이제 이중모션은 끝난 게 아닐까 싶어서요.

근데 엄청 차갑더라구요 ㅎ 아마 내용은 거의 생각 안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약 두달 정도? 이중모션 기간이 반복 되었습니다. 전화 오면 그 다음날 제가 카톡 하고, 차가운 반응에 다시 연락을 끊으면 취해서 또 전화 오고... 중간엔 "넌 왜 나한테 전화를 안 하냐!!"라고 성질을 내더군요. 지가 읽씹해서 끊긴 연락 가지고....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관계는 개선 되어 갔고 카톡 연락을 계속 하게 되고 난 뒤에는 저도 나름대로 선 넘는 요구를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을 하라든가 연락 텀에 대해서라든가... 다시 만나자는 말은 안 하면서 제가 견디다 못해 한개씩 요구하면 그건 또 잘 들어주더라구요 ㅎ

하지만 성에 안 차서 지지부진한 관계에 저도 지쳐갈 때쯤, 또 하루이틀 연락이 없던 뒤에 적당히(?) 취한 그가 연락을 해왔고, 저는 그래서 당신은 지금 뭐하자는 거냐, 진심이 뭐냐 물어보자 그는 아직도 좋아하고, 보고싶지...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날도 먼저 카톡이 왔었는데, 여전히 흐지부지한 태도여서 어제 한말이 기억 안나냐니까 기억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아 그럼 그건 진심이 아니었나보네, 라고 대답하니 그 때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제대로 인정하고,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내담자 다운 어설프고 서툰 재회과정 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론이 없었다면 전 감히 "처음 오프로 만난지 며칠 안 된 상태에서 냉랭하고 쌀쌀맞게 변한, 귀국할 때 공항까지 배웅도 안 한, 귀국 후엔 차단한" 상대와 재회를 이루어내는 일 따위 절대 할 수 없었겠죠. 이론을 모른다면 누구나 이 사람은 실물을 보고 감정이 죽은 거고 너를 사랑하지 않고 절대 가능성 따윈 없다. 라고 판단했을 거예요. 이 정도면 낙제생 출신 치고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재회한 남친은 지금 다시 이별의 위기에 있습니다.... 상황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덤덤하고 짧게 한 지적에 잠수를 타버렸네요. 잠수 타기 전날까지 잘난 건 없는 자기를 왜 좋아해주냐고, 고맙단 얘기 까지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근데 상황적 스트레스 중 하나가 이사 였는데, 저도 이삿날을 착각하고 있었단 건 오늘 깨달았습니다. 오늘인 줄 알았는데 카톡 이력을 잘 읽어보니까 제가 지적을 한 다음날, 전혀 딴소리 하며 한 번 선연락한 전날이더라구요. (아직 헤어진 건 아니었기에 일단 한번 어른스럽게 대처해 보고자 연락해봤습니다.)

저는 어제는 잘못을 지적하며 기간을 주는 문자를, 오늘은 이삿날을 착각한 걸 오늘 알았다 섭섭했겠다 헤어지는 게 네 의견이라면 존중할게라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고 둘 다 안읽씹입니다. 근데 상대가 게임은 여전히 상태메시지에 제이름과 사랑해를 써놓고 접속중이네요... 저건 또 뭐하는 짓일까요... 바꾸는 게임 머니가 아까웠나;;

대처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잘 모르겠고 (일단 답이 없는데 세번이나 선연락을 4일 사이에 했던 건 잘못된 대처라고는 생각합니다.) 상대가 감정이 죽은 건지 단지 두려워서 도망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 멘탈이 약한 남자라면 본인의 후회와 반성 없이는 다시 재회 해봤자 좋은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안 그래도 상황이 안 좋은 해외 롱디니 상대의 멘탈이 강해지지 않으면 어렵겠죠.

일단 저쪽도 사랑해를 안 지우고 있으니, 저도 사귀었던 흔적을 다 지우진 않을 거지만 이제 다시는 선연락을 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잊는 쪽으로 마음을 먹어보려고 합니다. 속상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감정을 이성으로 제어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전 더욱 성장하기 위해 이번에는 멀어지는 쪽으로 노력해보겠습니다 ㅠㅠ 상담 또 받고 싶은데 이제 해외송금 수단이 없어져서 아쉽네요

이상으로 제 성장기를 마치며 두서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안이나 힌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2년전 제 상담에 최선을 다 해주신 강희쌤 감사드리며 덕분에 또 익명의 여동생 한명이 인생의 선순환을 그리고 있다는 보고를 올리나이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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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a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