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이강희 상담사님 / 고프저신 / 내적 프레임 낮음 / 1차 애프터메일 / 1차지침
이젠안돼
2025. 06. 17
이전 후기에 이어서 쓰는 1차 애프터메일과 1차 지침 발송 후 후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닉네임 검색하셔서 확인해주시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상담사님께서 당초 공백기를 갖고 1차 지침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공백기 자체는 견디기 어렵지 않았으나, 상담에서 고프저신이지만 낮은 신뢰감 때문에 프레임까지 조금 타격을 입었다고 하셔서 혹시 프레임 초기화가 된 건 아닐지가 걱정이었습니다. 참 낮은 내프다운 발상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새벽에 전화를 걸고 블로그에 저와 관련된 사진을 올린 것을 발견하고 아직 제 프레임이 높다는 걸 알게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하며 제가 공백기를 어기며 상황을 다시 악화하는 실수를 해버렸고.. 그래서 시험기간인데도 내적 프레임을 다잡기 위해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상대가 새벽에 전화 세 통과 함께 할 말이 있다는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이때 실시간으로 흐뭇하게 지켜보며 지침을 그대로 보내도 좋을지 여쭤보려고 애프터메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낮에도 전화가 오며 얘기하기 싫으면 그렇다고 말이라도 하라길래 갈등했습니다. 제가 헤어질 때 상대한테 더이상 얘기하기 싫다고 하고 헤어진 터라 이 말을 무시하면 오히려 신뢰감에 안 좋은 게 아닐까? 이틀만 참으면 지침 보내는 날인데.. 애프터는 내일 밤이면 답장 받을 수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게 해도 되려나? 제가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하고 원망하는 전화까지 한지라 지침을 보내기 전에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연락이 올 줄은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했습니다. 절대 상대와 연락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말실수를 할까봐 전화하기가 정말 싫었는데, 톡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길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미련 없는 고프고신의 태도로 응하면 되지 않을까 하여 결국 걸어버리고 맙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망함을 직감했습니다. 상대는 저랑 안 좋게 끝나서 지난 좋은 기억들도 자꾸 안 좋게 생각된다며 좋게 끝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헤어질 때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제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물어온 거죠. 우선 저는 무엇보다 신뢰감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담사님의 지침도 이에 초점을 맞춰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자니 여기서 말을 해버리면 자칫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 같고 지침을 보냈을 때 임팩트가 줄어들 것 같아 무심함만 어필하고 맙니다.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고 헤어진 데 후회 안 한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울먹이는 상대와 달리 평온한 태도로 일관하며 나름대로 평소의 감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잘 대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좋게 끝내고 싶은 생각도 없구나,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여기서 어....??!!! 싶었습니다..) 정말 실망이라고 답했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상대는 마지막으로 원망하는 카톡과 함께 카톡을 프로필과 메시지 모두 차단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도 차단으로 추정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후술하겠습니다). 멘붕한 저는 바로 애프터메일을 다시 썼습니다..
머리로는 상대의 차단이 제가 프레임을 높여서 생긴 좋은 스트레스 때문인 게 명백했습니다. 저는 헤어지고 매달린 적 없이 이틀 뒤 원망하는 전화를 한 이후로 공백기를 갖고 있었고, 그럼에도 연락을 해온 건 상대였습니다. 또 저는 상대가 프레임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상대가 이전 연애 상대 A를 애초에 큰 호감 없이 호기심으로 만났는데, 라포를 채 쌓기도 전에 A가 연인을 넘어 인간적으로 못할 짓을 반복하여 헤어진 바 있습니다. A는 매달렸고, 상대는 그때마다 혐오스러워하면서도 3개월까지 차단은 안 하던 친구입니다. 여러 칼럼에도 써있듯이 차단도 스토커 수준이 아니고서야 프레임이 있어야 나오는 반응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하니깐 멘탈이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다시 헤어진 첫날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상대의 미해결과제를 안 좋은 쪽으로 해결해주기도 했으니 다시 프레임 초기화 의심병이 도지더라구요. 다행히 일요일이라 다음날 애프터메일을 받아봤습니다. 본상담에서도 그랬지만, 상담사님께서 정말 상담사와 내담자의 관계를 떠나 저를 많이 위해주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애프터를 읽고서야 제가 한 게 프레임만 높이고 신뢰도는 더 깎아먹은 행동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안타까워하시면서도 아직 해볼 만하다고 하신 말씀이 정말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애프터를 읽으니깐 그래도 안정이 되더라구요. 다시 공백기를 갖고 제가 전화로 한 실수를 커버해주신 지침을 보내라 하셨습니다.
카톡 차단당하고 조금 이따 보니 인스타도 차단당한 줄 알았습니다. 본계정에서는 상대 프로필 검색이 되다 말다 했고, 부계정에선 아예 안 됐습니다. 상대가 제 글에 단 좋아요랑 댓글도 개수가 줄진 않았는데 표시가 안 됐습니다. 애매해서 다음날도 봤는데 DM 창엔 상대 이름이 내려가고 ‘instagram 사용자’라고 떴지만 검색은 다시 잘 됐습니다. 상대가 비공개 계정이라 게시물 숫자가 하나 줄어들어든 것도 확인했고요. 그래서 차단인데 서버 오류로 오락가락하는 건줄 알았다가 며칠 지나서 혹시 몰라 DM 창 새로고침을 해보니 다시 프로필이 표시되더라구요. 좋아요랑 댓글도 보이고. 비공개 계정이라 정확히 뭘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제한이나 비활성화하고 푼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시물도 지우고 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모두 통화 직후 일이라 저에 대한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전에도 힘들 때 인스타 지운 적이 있는 친구라..
그래서 원래 올차단으로 받아들이고 지침을 카톡 재가입으로 보내려 했는데 그럼 DM으로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 카톡으로 했습니다. 상대 인스타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 읽으면 멘탈 관리가 안 될 것 같더라구요. 근데 이번에 톡서랍을 처음 써봐서.. 처음 세팅하면서 기존 대화기록 다 백업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화기록은 따로 채팅방에 들어가서 내보내기 해야 하더라구요. 다 날아갔습니다.. 다른 건 상관없는데 상대와 2년 가까이 친구로서 썸탈 때부터 매일, 때로는 밤까지 새워가며 하던 대화가 다 날아가니깐 너무 슬프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꼭 잘 확인하셔서 이런 일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ㅠㅠ 대화기록 읽으면서 멜랑콜리해질 일이 강제 차단되어서 내프 관리에는 좋은데 재회를 떠나서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라 아직도 비통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지침을 보냈습니다.. 대화 복원하는 방법 없나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한 18분 이따 확인해봤는데 읽었더라구요. 답장은 없습니다. 무응답 자체는 상대의 마지막 말이 이젠 정말 연락 안 할 거라는 말이었어서 자존심상 예상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애매한 상황이라 저는 또 소설을 씁니다. 프로필 차단은 아닌데 캘린더에 안 뜨는 걸 봐선 친구 삭제 혹은 메시지만 차단 같습니다. 1차 지침 반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이제 제가 프레임도 없고 지긋지긋해서 프로필 차단하면 또 눈치채고 재가입해서 매달릴까봐 추측하기 어려운 메시지 차단만 한 건가 하는 절망판 소설부터, 신뢰감을 높이는 지침이니 그래도 조금이나마 좋게 프로필까진 안 막고 메시지만 차단해서 끝내려고 한 건가, 아니면 그냥 내 전화번호를 지워서 재가입하며 친구 삭제된 걸 다시 추가를 안 해서 그런가(사실 가장 합리적인 설명 같습니다) 하는 희망판 소설까지 써봤습니다... 결론은 알 수 없는 일이고 아직 공백기는 한참 남았으니 차단했더라도 언젠가 풀겠지인데 프로필 관리용으로 준비해 놓은 사진을 당장 쓸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평소 카톡 프로필 잘 바꾸지도 않았는데 좀 억울하네요..
그러다가 우연히 상대가 최근에 쓴 글을 읽었습니다. 공적인 데 실린 글이라 헤어져서라고 명시되어 있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이별 때문에 괴로워하는 글인데다가 특정 워딩 하나로 저에 대한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아직 제 프레임이 남아있다는 데 대한 안도감과 동시에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더라구요.. 어떻게든 저를 잊으려 하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지침을 보냈으니 이젠 더 힘들겠죠.. 제가 읽을 거라고는 아마 예상 못 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전화와 지침 사이에 완성한 글일 텐데, 벌써부터 그러니 이제 본격적으로 미화가 되면 정말 해볼 만하겠다, 그리고 이제 프레임 초기화 의심은 그만해야겠다 싶네요.. 저처럼 고프저신인데 내프가 낮아 소설 쓰시는 분들께 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수 때문에 좀 돌아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많이 배운 만큼 더 나은 재회와 미래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렵니다. 상대에게 직접적인 반응이 나오면 또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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