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환불 권유(낮은 확률)에 흔들릴 필요 없는 이유.. 내 마음에게 시간을 주는 중이예요
crush
2026. 05. 17
안녕하세요, 서영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제가 아트라상 후기 게시판에서 요즘 새 글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리는 분이 몇 분 계시는데. 이 분 글이 새로 업데이트 되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에 멘탈도 다잡을 겸 제 글을 올려봅니다. ㅎㅎ
아이고.. 얼마 전 제가 남긴 후기를 다시 보니, 뭔 자기반성을 저리도 많이 해놨는지 싶어 혼자 웃음이 납니다. ㅎㅎ 그냥 미래에 만날 더 건강하고 좋은 파트너를 위해서 미리 값진 예방주사 한 대 맞고 공부한 거라 생각하렵니다.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처참하게 신뢰감이 박살 나버린 전남친을 두고 하서영 샘에게 상담을 신청하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은 회의감이 듭니다. 그 사람이 그립고 보고 싶은 건 엄연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예전처럼 사랑할 수는 절대 없다는 걸 이성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요. '과연 이 재회가 내 삶에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마음이 갈수록 더 강해진달까요.
특히 상담을 받고 공백기를 거치며, 그 사람이 저를 만나기 전 '전혼'에서 보였던 미성숙했던 이별 패턴과 저와의 관계를 정리하던 마지막 장면이 정말 소름 끼치도록 겹쳐 보였습니다. 결국 중요한 순간마다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회피해 버리는 성향, 그리고 가족의 영향력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지 못하는 유약함은 그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짊어지고 온 깊은 습관이자 한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네..그.. 반복강박이요).
가만히 뜯어보면 전남친은 평생토록 자기애적 성향을 지닌 어머니의 트로피이자, '정서적 남편'으로서 기능해왔던 것 같아요. 그 어머니는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아들의 삶을 쥐고 흔들려 하고, 아들은 그런 침투적인 환경에 거부적으로 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머니의 승인 없이는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더군요. 결국 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며 성인이 될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도망쳐왔던 모습들이 이제야 명확히 보이더라구요.
과연 저 집안에 아들과 동일한 직업의 전문직 여성이 며느리로 들어온다 한들 그 어머니가 만족이나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어떤 대단한 조건을 가지고 온 며느리감이라도 결국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본인의 통제 아래 두려 하거나 평가절하했을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짙어집니다. 이제 이 관계를 단순히 저와 전남친의 애정관계로 보지 않게 되었어요. 전남친 집안의 뒤틀린 가족 역동 속에서 튕겨나갈 수밖에 없었던 남녀관계로 다시 보게 된달까요. (자꾸만 그 집안을 병리적으로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드는 걸 보니 자존심 상한 저의 주지화 방어기제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 같네요. ㅎㅎ)
어머니 승인 없이는 자신 인생의 핸들을 마음껏 쥘 수도 없는 전남친의 유약한 모습을 보며 내가 과연 이 사람을 앞으로 계속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을까 싶었고. 그건 이미 내가 알던, 의지할 수 있었던 그 남자가 아니었네요. 모태 파이터라 결코 유순하지 않은 내가, 과연 저 집안의 정신 사나운 역동을 인생과 영혼을 갈아 넣으며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무엇보다 그럴 가치가 과연 있나..?) 싶은 마음도 들고요.
이런 점에서 아트라상에서 낮은 확률이나 환불 권유를 받고 절망하는 내담자분들이 많을 텐데, 제 사연을 보니 꼭 그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내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진 정서적 체급과 상황적 제약이 워낙 완강하여 풀어내기 까다로운 케이스라는 뜻일 테니까요. 내 가치와 상대의 그릇 한계를 냉정하게 분리하게 되면서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 거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저는 애프터상담 신청할 거예요. 회의적이긴 하나 그가 여전히 보고싶거든요. (서영샘의 따뜻한 글도 받고 싶고, 또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완전히 지워버리더라도 한번쯤 보고싶단 생각이 강렬하지만 그 목적이 무조건적인 '재회'는 아니예요. 뭐 되면 좋은 거겠지만(과연 좋은 걸까 싶고). 그건 상대방이 하루아침에 독립적이고 성숙한 성인 남자가 되어 어머니를 거스르고 제게 와야만 가능한 건데, 거의 모세의 기적급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한계를 마주하고 나니, 이제는 그의 밑바닥과 내가 사랑했던 예전의 모습을 내 안에서 온전히 정리해서 마지막 매듭을 잘 짓고 싶어요. 아마도 저는 제 자신에게 이별을 온전히 소화할 시간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3년간 가족처럼, 나의 안전기지로 함께해준 그와의 기억을 억지로 부인하거나 도려내서 상처로만 남기고 싶진 않거든요. 제 자신을 이 관계의 희생자로, 피해자로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저 흘러가는 감정을 담담히 지켜보며 제 맘을 지켜가려 합니다.
쓰다 보니 또 비장해졌네요😂😂. (사실 말만 이렇지.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서영샘이 만들어주신 지침문자에서 발견했던 비문, 오타를 수정해서 전남친에게 보냈던 게 생각나서. 미해결과제 효과가 떨어졌을까봐 걱정했던 접니다. 하도 아트라상 유투브 영상을 닳도록 봐서 이제 더 볼 영상이 없어서 예전 상담글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네..하라는 연구나 공부는 자연스레 뒷전이 되고..ㅎㅎ..)
또 연락드릴게요. 서영샘.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아트라상 선생님들도 건강하세요. 목소리 좋으신 김도윤 선생님도요. (유투브, 스레드 엄청 열심히 챙겨보는데 '연애 못하는 헛똑똑 여자들' 이런 스토리. 다 제 얘기 같게 느껴져서 더 찔려서 보곤 합니다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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