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상대 잘못 및 반응 후기 / 고프저신 / 1차지침 후 자체 공백기 2배 / 하서영 상담사님
별무리
2024. 12. 12
하서영 상담사님께 상담 받았던 내담자입니다.
1. 상황 + 1차 지침 전송
양쪽 다 신뢰감 없이 프레임만 높은 고프저신으로 시작했고, 상대가 낮은 신뢰감으로 힘들어하며 헤어졌다 만났다 반복하는 와중에 둘 다 내적 프레임은 바닥을 찍어가며 이어가는 연애였습니다. 그래도 만날 때는 너무 즐거워서 계속 돌아와서 다시 만났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상대가 저에게 요구해 왔던 문제가 내로남불이었다는 것과, 상대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상대가 사과를 하고 약속들을 했지만 저는 신뢰를 잃은 상대에게 집착하고 의심하게 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예민해졌어요. 상대는 점점 지쳐하고 저는 지울 수 없는 의심에 미쳐가던 중에, 제게 거짓말을 하고 바람녀와 또 만난 걸 알게 됩니다. 딱 블로그 칼럼에 있는 대로, 처음 들켰을 때는 사과였지만 나중엔 점점 별거 아니었다 / 바람 아니었다 / 너 때문이었다 하고 합리화 하며, 이렇게 집착하고 의심하는 저를 다시 못 만나겠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까지 제 원망과, 네가 이러지 않았냐, 힘들다 같은 말들을 하면서도 여지를 남기고 싶어하는 이중모션을 보이며 감정기복이 커 보였기 때문에 조금만 달래면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재회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거든요. 근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걸 보면 지금껏 내가 해온 행동들은 정답이 아니었겠다. 또 반복될 일이라면 이대로 이 연애를 더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싶더라구요. 이제는 비상식적인 거짓말들과 핑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답이 뭐였는데 어떤 오답을 계속 고르고 있던 건지, 상담사님께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한 상담이었어요.
저는 제 신뢰감이 문제였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신뢰감을 줘야 할지, 내가 집착하지 않겠다는 걸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거짓말을 어디까지 넘어가줘야 하는지 하는 질문을 잔뜩 준비해서 상담에 갔어요. 하서영 상담사님께서 상대는 프레임에 반응하는 동물 같은 사람이었던 거고, 저 또한 프레임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던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죄책감 심기+질투유발+가능성제시 차단의 지침을 주셨는데, 그 순간에 조차 여전히 상대에게 필요한게 신뢰감이 아니었을까 싶어 망설여지긴 했어요.
그치만 제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배려와 이해들이 저를 만만한 사람으로, 이딴 짓을 해도 여전히 자기를 받아주는 가치 낮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말씀을 곱씹고 수정 없이 지침을 보냈습니다.
2. 1차 지침 상대 반응
계속 잠수였던 상대방이 지침을 보내자 당황한 답장을 보내더니, 곧 덕담의 탈을 쓴 '네 잘못도 있고 나도 화났다. 잘 지내라' 는 카톡으로 마무리를 하기에 읽씹합니다. 몇 주 뒤 상대방이 찔러보기 연락을 하지만 무시합니다. 또 얼마 뒤엔 집에 찾아왔지만 바로 받아주면 안된다는 지침대로 그냥 둡니다. 두어 번 정도 반응하고 그칠 수 있다는 상담사님 예언 그.대.로. 그 이후로는 오프라인 반응은 그쳤습니다. 이 얘기를 미리 안 해주셨다면 아마도 '집에 왔을 때 잡았어야 했는데! 그게 마지막 기회였을 것 같은데' 하고 혼란스러웠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날 잊고 잘 살아갈까봐 점점 걱정이 됐을 거에요.
다행히 이 이후로도 온라인으로 차단을 했다가 풀었다가, 미련을 떨었다가 갑자기 잘 지내는 척을 하다가 왔다갔다를 계속 하더라구요. 제가 프사를 업뎃하니 카톡 차단인지 친구 삭제인지 숨김인지 당했는데, 이 중에 뭐인지 알고 싶어서 다른 사람 폰으로 미친듯이 테스트를 해봤었네요.. 카톡을 차단당한 건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도 똑같았고, 정말 오만걸 다 뒤져보고 실험해봤는데, 결론은 '차단이던 삭제던 무엇이건 중요하지 않다' 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차단이 좀 더 마음 아프고, 친구 삭제가 그것보단 낫고, 친구 숨김이 제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요. 상대방이 힘들어하고 있고, 반응이 있었다는게 중요한 거죠. 지침 보내야 하는데 차단된 게 아니라면 차단이던 아니던 아무 상관없지 않나요 사실. 공백기이고,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보낼 거였잖아요.
3. 내프 다지기
(1) 시간 채우기
저는 시간을 미친듯이 채워 넣었어요. 상대와 늘 함께 있던 시간과, 상대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괴로운 시간에 운동+갈 수 밖에 없는 활동들을 꽉꽉 채워 넣었어요. 정말로 운동을 하면 좀 기분이 나아지더라구요.
주말에는 혼자 있으면 염탐을 하며 집에 박혀있을게 뻔해서, 대체자도 리바도 아닌 가까운 친구들과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편안하고 담담하게 흘려 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근데 상대를 잊으려고 시작한 활동들이나, 상대에게 자존심 상했던 것들을 극복하려고 시작한 것들은 의도가 불순해서 그런지 오히려 상대방 생각을 더 나게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잠시 괜찮은 것 같았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사실 늘 울었던 것 같네요.
(2) 염탐
염탐은 중독성이 강하고, 습관적인 것 같았어요. 상대의 반응 하나하나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고,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고 싶고, 가능하다면 해킹이라도 해서 상대한테 내가 어떤 의미인지, 다른 사람에게 이미 마음을 주고 있는 건지, 이 사진은 어디서 찍은 건지, 누구랑 간 거고 인스타에 누가 추가됐는지 궁금해 미칠 것 같더라구요. 공백기에 어떤 게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깨달았으면 그걸 상대방에게 써먹어야 하는데, 그 똑같은 무기로 나를 찌르고 있더라구요. 상대의 인스타에 들어가는게 내 하루를 망칠 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염탐의 빈도가 점점 줄었던 것 같아요. 여행이나 하루종일하는 활동들을 하면서 하루의 루틴이 바뀌는 경험을 몇 번 거치는 것도 염탐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어요. 늘 보던 웹툰을 어느 순간 안보게 되고, 늘 하던 폰게임도 어느 순간부터 그만두게 되듯이 상대방 인스타를 눌러보는 것도 그냥 습관인 것 같았어요.
(3) 솔직하게 기록하기
어제까지 미련을 떨다가 갑자기 잘 지내는 것 같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올리는 상대를 보면 지침효과가 끝난건가 문득 두려웠어요. 그럴 때, 제 상태를 기록해뒀던 글을 읽는게 아주 많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좋은 순간들만 기록했어요. 오랜만에 행복했던 순간. 상대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던 날. 내 삶이 바빠서 오늘 하루 염탐을 안 했다는 걸 깨달은 날. 상대 없이도 내게는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했던 날. 근데 어느 순간 거짓말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걸 쓰는 건 잠시 뿐이고, 습관처럼 하루종일 아트라상 후기를 서른개씩 띄워놓고 짬이 날때마다 보고 있는게 일상인데. 이건 나를 속이는거다 싶었어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좋은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분노와 억울함, 잘사는 것 처럼 보이는 상대에 대한 배신감, 자존심 상하는 포인트들과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상대의 이런 반응을 보면 나는 이런 기분이 들고, 내가 이런 걸 하면 상대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전부 다 썼어요.
그걸 쭉 써놓고 나니까, 상대가 며칠 반응이 없는 것 같아도, 저번에도 이러고 며칠만에 다시 반응을 했다는 걸 볼 수 있어서 이게 잠시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더라구요.
그리고 제 경우에는, 갑자기 괜찮아지고 자존감이 채워지는 순간 뒤에 늘 따라오는 게 상대가 보고싶다는 마음이더라구요. 이별과 상대의 잘못들에서 오는 감정적 동요가 끝나고 나면 상대가 잊혀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이제 상대와 다시 시작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찾아오더라구요. 아마 자존심발동이 끝나고 나서 찾아오는 미화와 그리움이 제게 적용되고 있는 거겠죠.
또 어느 날은 이제 상대방 같은 건 다 잊고 행복하게 살 것 같은 글을 쓰고 자고 일어나서는, 그 다음날 아침 확인한 상대방 인스타를 보고 바로 침울해지는 제 패턴을 보며 상대도 그렇겠거니 싶었어요. 잘사는 상대의 모습에 이렇게 쉽게 날아가는 제 행복처럼, 잘 지내고 행복해 보이는 너도 혼자 집에서 나처럼 울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4. 리바는 리바
리바던 대체자던 도대체 어디서 만들어야 하나 싶었는데, 리바가 생겼어요.
근데 리바는 리바라는 말이 정말 딱 맞게도, 제가 상대 생각이 나서 힘든 날에 답장을 뜸하게 하거나 반응을 적게 하면서 리바가 점점 안달을 내더라구요. 그렇게 리바의 프레임은 점점 떨어지고, 리바를 만나면서 오히려 상대방 생각이 더 많이 난다는게 뭔지 몸소 느끼게 됐네요. 신뢰감 넘치고, 헌신적인 리바지만, 안달나 하는 모습이나 저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 제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신뢰감과는 또 다른 프레임 관리라는 거구나 싶었어요. 프레임이 낮은 리바가 어정쩡해진 제 반응때문에 불안해져서는, 확신을 갖고 싶던 건지 미래에 대한 얘기들을 하더라구요. 프레임이 높은 상태에서 들었다면 분명 신뢰감이 채워질 말들이었는데, 불안해서 하는 말이라는 게 읽히니 프레임은 더 낮아지고, 점점 부담스럽네요. 내가 상담 상대에게 했던 '신뢰감을 주는 말'이라고 믿었던 미래에 대한 말들이 어쩌면 이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으니, 슬프면서 동시에 반성이 되더라구요.
사람 마음으로 장난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대화할 때 눈을 피하고, 답장도 점점 뜸하게 하는데도 계속 애정표현을 하는 상대를 보며 이게 점점 당연해져 가고 있다고 느껴져요. 리바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취급은 못 참겠다며 사라져버리면 프레임이 확 뛰겠죠. 그치만 그 전까지는 언제라도 기다려줄 것 같은 리바를 이용해먹으며 뒤로는 재회상담 가능성제시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제가 정말 나쁜 사람 같으면서도, 이게 사람의 본능인가 싶어서 허탈하기도 하네요.
5. 가능성제시는 프레임이 높아야만 의미가 있다
1차 지침을 보내고 처음에 상대가 제게 미련이 남은 것 같은 모습을 바로 보일 때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어요. '이제 와서 이래 봐야 소용없다', '내가 아팠던 만큼 너도 아팠으면 좋겠다', '나는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할거다' 같은 생각이 잔뜩 들더라구요. 근데 상대가 저를 정말로 놓은 것 같고, 오히려 전여친에게 미련을 보이는 것 같고, 다른 여자들이 인스타에 추가되고, 저랑은 아무런 상관없이 잘 사는 것 같기도 한 걸 어느 정도 보고 나니 그제서야 상대의 작은 단서들을 가능성제시라고 희망회로 돌리면서 '네가 용서를 구한다면 이제는 용서해주고 싶다' 같은 여전히 자존심 가득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내가 연락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상대가 계속 미련을 보였다면 제게 고프저신이었던 상대의 프레임이 점점 낮아졌겠죠. 상담사님이 공백기로 주셨던 기간 동안은 상대에게서 계속 미련과 감정동요가 보여서 딱히 가능성제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았어요. 혼자서도 왔다 갔다 발악을 하며 상대가 저를 충족시켜 주고 있어서였겠죠. 그래서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미뤘더니 공백기가 주신 기간보다 이미 두배가 되어버렸네요.
근데 상대가 염탐을 끊고, 반응을 줄이고, 회복해가는 것처럼 프레임을 높이고 나니 이제서야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가능성제시를 하고 싶어졌어요. 이게 상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면, 미련을 보이지 않고 깨끗하게 떠나거나, 적어도 떠난 연기라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이제 이해가 되네요.
어떤 2차지침이 나올지 기대하며 에프터 메일 쓰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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