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이강희 상담사님 고프저신 60% 상담후기
이젠안돼
2025. 06. 05
이틀 전 이강희 상담사님께 문서상담 받고 마음 정리할 겸 쓰는 일기 같은 후기입니다.
제 상황을 먼저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상대 모두 20대 초반 대학생입니다. 저는 남자, 상대는 여자입니다. 저희가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매우 고프레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낮은 자존감과 내적 프레임 때문에 상대에게 계속 신뢰감 테스트를 했고 갈등 상황에서는 지기 싫어서 계속 논리 싸움을 걸었습니다. 강박 성향 때문에 속마음을 잘 안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친 상대가 한 번 상대가 이별 통보를 했다가 재회했습니다. 저도 재회하고는 나름대로 갈등 상황에서 전처럼 행동하지 않고자 했고 상대도 제 배려가 나아졌다고 해줬지만, 자존감과 내적 프레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싸움이 자주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최종적인 이별은 제가 통보하고 맙니다.
저희가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싸움에 지쳐서 언젠간 끝날 사이가 아닌가 고민했던지라 싸우던 중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선언했지만, 내심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붙잡아줄 줄 알았습니다. 아직 저는 상대를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너무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고 후회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다음날까지 헤어지지자는 말에 답장이 없길래 화도 나고 미해결 과제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전화해서 상대를 비난했습니다. 이틀 뒤 상대에게 원망과 함께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이 왔습니다. 돌이켜 볼 수록 아직 그래도 잘 지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후회 때문에 재회를 결심합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트라상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비용이 부모님께 용돈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으로서는 쉽지 않은 가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했습니다. 고프저신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습니다. 애초에 초고프로 시작했고, 이전과 다르게 제가 헤어짐을 통보했고 매달리지도 않고 나쁜 프레임 올리기로서 원망하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사귀는 기간 동안 신뢰감 문제가 있었는데도 마지막까지 신뢰감에 큰 타격을 입으며 헤어졌으니 낮은 신뢰감이 프레임에 영향을 줘(메타 신뢰감 이론) 프레임이 낮아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낮아졌다면 얼마나 낮아졌는가, 지침을 쓸 때 신뢰감을 우선해야 할까 프레임을 우선해야 할까. 저 혼자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웠기에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상담을 받기로 결심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금방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자만이었습니다.
상담 결과 고프저신 60%로, 우려한 대로 치명적인 신뢰감 이슈로 프레임에도 타격을 입었고 더 심해지면 초기화까지 갈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직 고프레임은 맞다고 하셨지만 장기전이 예상된다는 대목에서 멘탈이 나가면서 혹시 이미 초기화 되었으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과연 낮은 자존감과 내적 프레임답네요.. 결국 상담사님 말씀을 믿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낮은 확률이라 마음이 턱 막힘과 동시에 혼자 해결하려 했으면 망했겠다 싶더라구요. 제 사연을 줄줄이 인용해 주시며 제가 어떤 부분에서 신뢰감을 낮췄는지 짚어주셨습니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제가 참 신뢰감 관리를 못 했고 상대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초저신이 아닌 게 다행일 정도네요(이것까진 일부러 말씀 안 하신 걸 수도 있지만 ㅠ).
이에 따라 지침은 프레임을 보호하는 선에서 신뢰감을 높이는 쪽으로 주셨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지침을 비슷한 방향으로 만들었었는데, 괜찮다고 자찬했지만 상담사님 지침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전문가는 전문가다 싶더라구요. 생각보다 길고 순한 지침이었습니다. 요점을 잘 짚은 사과를 통해 평소 제 딱딱한 말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섬세한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저프레임으로 가지 않는 선을 지키고 있는데.. 반복해서 읽다 보니 눈물이 맺혔습니다. 제 지침을 다시 보니 애매하게 프레임과 신뢰도 모두 높이려 해서 별로 미안해 보이지도 않고.. 차갑고.. 그래서 어쩌란 건가 싶고.. 보내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상담은 저의 내적 프레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서두에 팩폭과 쓴소리가 많을 거라고 경고하셔서 긴장했는데, 저도 제가 문제가 심하다는 건 알고 있었던지라 덤덤히 읽어내려갔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자존감 회복과 마음에 관한 부분.. 막연하게 느껴지던 자존감이라는 게 뭔지, 나를 긍정한다는 건 뭔지 확 와닿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여러번 읽어야겠습니다.
헤어지고 난 상실감이 가라앉으니 그동안 저한테 제 시간이 부족했긴 했구나 싶더라구요. 평소 못 읽던 책과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상담에서 운동도 강조하셔서 가끔씩 깔짝대던 철봉부터 다시 하는 중입니다. 최근 잘 안 나가던 스터디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그래, 나 혼자서도 잘 지냈었지, 연애와 길었던 썸 기간 동안 상대를 너무 우상화하고 저 자신과 내적 프레임은 많이 잃었던 것 같습니다.
후기를 쓰는 오늘 새벽, 놀랍게도 상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분명 이중모션이 심할 거라 받아주진 않았지만 아 그래도 나 아직 고프레임이구나 씨익 웃음이 지어지더라구요. 전날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고, 그날이 또 작년에 저희가 같이 만든 영화(제가 카메오 출연도 하는) 첫 상영날이었던지라 저에 대한 생각 투자가 많아져서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내심 프레임 초기화를 걱정했는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ㅎㅎ 덕분에 지침 보내기 전까지 공백기를 편하게 내적 프레임 차곡차곡 쌓아가며 보낼 수 있겠네요. 좋은 상담 해주신 이강희 상담사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지침 보낸 뒤 후기로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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