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상-1
후기
후기는 단순히 아트라상에 대한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느낀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를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후기는 단순히 아트라상에 대한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느낀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를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재회 상담 후기

베스트 후기

재회 상담 후기

10년만에 처음 쓰는 후기/정유현 상담사님

츠네오

저는 10월 24일에 정유현 상담사님에게 상담을 받은 내담자입니다. 상담 직후 한 차례 후기를 남겼었는데 회한과 절규로 써내려간 문장들 뿐이라 내담자분들에게 어떤 도움도 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삭제하고 공백기가 끝났을 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기를 작성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공백기가 끝나고도 2주의 시간이 더 흐른 지금, 두 달 동안의 공백기를 돌아보며 이 글을 씁니다. 이 후기는 제가 최초의 재회상담을 받은 2014년 이래로 처음 남기는 후기입니다. 10년간의 상담사를 돌아보면서, 저처럼만 살지 않으면 된다는 메시지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최초의 재회상담은 2014년 오주원 상담사님께 받았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중프중신으로 헤어졌고, 확률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머리는 좋은데 찌질해요." 상담 말미에 오주원 상담사님께선 저에게 남기신 말 이후로, 제 머릿속엔 '오주원 봇'이 생기고 말았지요. 저는 남자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 다소 여성스러운 타입입니다. 허리가 27인 여자 바지를 입어야 골반이 맞고, 외모 칭찬은 대부분 잘생겼다기보다 예쁘다는 이야기 뿐. 당연히 남자다운 고프레임의 행동도 하지 못하는 찌질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 찌질한 행동을 하고 있다.' 라고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의 오주원 봇이 귓가에 속삭이곤 했습니다. "찌질해요." 그렇게 찌질한 저의 재회는 되지 않았고 저는 입대를 했습니다. 군대에 있던 시간과 제대한 후의 시간까지 그 후로 5년을 어떤 연애도, 썸도 타지 않은 채 보냈습니다. 상대를 못 잊어서? 그건 아닙니다. 즐거운 일도 없는 대신에 상처 받을 일도 없는 세계를 택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과거로 흘러갔고 이십 대 후반이 된 채로 두 번째 아트라상 상담이 도착했습니다.


확실히 그 일은, 20대 초반 이후로 연애경험이 없던 저에게, 어떤 징후나 예고 없이 '도착했'습니다. 사람 보는 눈도, 연애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소개팅 어플에서 여자를 만났고 하룻밤 이후 저는 버려지게 됩니다. 이 때 서예나 상담사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확률은 0%로, 상대의 내적프레임이 너무 낮아 뭘 해볼 수 없는 경우였습니다. 남녀가 바뀐 희귀한 케이스예요. 그렇구나. 그래도 진행하겠습니다. 서예나 상담사님은 저 또한 내적프레임이 좀 낮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저는 '이건 우연적인 사건이다' 라고 생각했을 뿐,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산 정상에서 구른 눈송이가 눈사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미래의 연애가 어떻게 굴러갈지는 이 때의 제 태도가 결정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세 번째 상담으로 서예나 상담사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두 달간의 짧은 연애와 상대의 바람, 저프저신으로 헤어진 케이스였고 50%의 확률을 받았습니다. 이 때는 강력지침을 쓰고 상대의 좋은 반응까지 확인했으나 마음이 사라져 재회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여자는 아니죠." 상담 말미에 말씀하신 것처럼, 만나봐야 나만 더 화를 입겠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이었죠. 상대의 프레임이 초기화되면서 증오도 녹아 없어졌고, 저는 상대를 용서하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연애는 더 잘하고 싶다' 라는 오기마저 녹아 없어진 채였습니다. 저는 게을렀고 연애 자체를 '어쩌다 일어나는 우연적인 사건'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서예나 봇' 이 들어왔습니다. '오주원 봇'이 "찌질해요." 라고 한마디 하면, 그 옆에서 '서예나 봇'이 "맞아. 인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아니죠." 하고 거드는 식입니다.


네 번째 상담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였습니다. 그 2년간 발전이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썸 탄 여자라도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이 때의 연애는 8개월 정도였고, 프레임과 신뢰감이 모두 애매해진 상태였습니다. 상대방의 자극에 취약하고 문란한 성향 때문에 확률은 50%였습니다. 이 때의 상담을 돌이켜 보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괴로운 심경을 토해냈네요. 서예나 상담사님도 이 인간 참 징글징글하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제 이름을 보면서 '아, 이번 상담은 쉽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셨겠지요. 아직 헤어지지는 않은 상태여서 행동 지침을 먼저 받았고, 만나서는 정확히 상담사님의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카운터 펀치를 잘 쳤어야 했는데 지침을 반쯤 역행하고 말았지요. 구구절절 붙잡은 것은 아니었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때 카운터를 정확히 먹였다면 재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지침으로부터 일 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 제가 지침의 효과가 궁금하여 던진 문자에 상대가 적극적으로 반응해 왔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만나면 재회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만큼 심플한 반응이었지만, 그 때는 이미 프레임 초기화가 된 상태였기에 지침의 효과를 확인해 보는 데서 그쳤습니다. 하지만 상담 당시에는 지침의 효과를 두 눈으로 볼 수 없었기에, 두 번째 상담을 신청했다가 하서영 상담사님께 환불을 당하고 관리자님을 괴롭힌 기억이 납니다. 환불 케이스임에도 저를 위해 그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것에, 시간을 할애해 주신 것에 대하여 하서영 상담사님께 뒤늦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서예나 상담사님께도.. 지침은 완벽했고 효과가 확실했다는 것을 뒤늦게 전합니다. 당시의 저는 머리로만 지침을 이해했지 가슴으로 믿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앞선 네 번의 상담으로 인해 제가 깨달은 게 있다면......... 사실 저라는 인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 인생은 한 번도 인간을 속이지 않았다, 라는 프랑스 시인 몽테를랑의 시가 떠오르는군요. 여러분이 똥 같은 인간을 만나 오래 연애를 했다면 그건 십중팔구 여러분이 똥 같은 인간이어서 그럴 겁니다. 저처럼요. 아, 깨달은 게 있기는 해요. 어떤 상담사님을 택하든 재회할 확률은 같을 거라는 것. 수석 상담사님이든, 신규 상담사님이든.. 똑같습니다. 실력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 아닐 겁니다.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 문장 너머로 글쓴이가 아른아른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칼럼이나 상담의 답변 글을 읽을 때면 세부적인 문체의 차이는 있어도 뒤에 비슷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해가 갈수록 문체도 더 닮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고와 성향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출근해서 목 뒤에 USB 케이블을 꽂고 뇌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담사님을 택하든 상담의 질이나 재회확률은 같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재회확률은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결정하는 것이지 상담사님이 누구냐에 따라 바뀌는 건 아닐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번 상담으로 만난 정유현 상담사님과 이강희 상담사님입니다. 여기서는 정유현 상담사님과의 상담 후기를 적으려고 합니다. 먼저, 제 연애 얘기를 잠깐 하자면.. 사내커플(지금은 아님), 상대방의 내적 프레임 낮음(그로 인한 어장관리..는 아니고, 아직 합리화가 장착이 되지 않은), 사회적 지능 높지 않음, 밑 빠진 독(저와 상대방 둘 다), 저프저신 엔딩입니다.


상대방은 내적 프레임이 낮아 헌신가치를 중요하게 보고, 남자를 믿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외모는 예쁘지만 남성 호르몬도 많이 분비되고, 그로 인해 페미니즘, 비혼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남자는 괜찮은 사람이 없다" 라는 말만 보아도, 어떤 성향인지 대충 눈에 그려지리라 생각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대의 성향이 눈에 보였지만, 그 이상으로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 관계였습니다. 다만, 사귄 후 제가 알게 된 것들 때문에 제 내적 프레임이 흔들려, 결국 집착과 의심 끝에 저프저신이 된 상황입니다. 상담 때에는 적지 않은, 전혀 다른 이름들이 등장하는 전반부의 상황이 있습니다. 그 상황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이 약간의 리바운드성 성격을 가지고 여자와 연애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 남자와 사귄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제가 이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그러나, 그 문제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계속해서 보여주는 반응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적 프레임이 낮아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가 돌아서면 더 아쉬움을 느끼는구나. 그리고 심지어 그런 자신의 마음조차 정확히 깨닫지 못하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고백했던 남자가 사귄 여자친구에 대해 묘하게 싫은 감정을 계속해서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 남자는, 상대방에게만 고백한 것이 아니라 사내에서 시간차를 두고 여러명에게 고백한 여미새임에도.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의 집에 밤중에 들어가, 남자친구가 있어도 상관없고 너를 좋아한다는 식의 성적인 뉘앙스로 접근하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저와 처음 같이 일했을 때, 말은 그렇지 않았지만 저에 대해 그 남자가 풍기던 경계심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저에게 상대방과 같이 오래 일하는지 아닌지를 돌려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바로 뒤에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같이 일하고 있는데도! 저는 이런 여미새에게 상대방이 보여주는 관용과 복합적인 감정을 보고 신뢰감이 떨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이 여미새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저에 대한 증오는 헤어진 지금까지도 간접적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헤어진 것을 알게 된 직후부터 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치졸한 방식으로..


그러나 이 홍상수 주니어 같은 남자 때문에 헤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찌 됐건 프레임과 신뢰감의 총합에서 제가 시작부터 이겼고 제가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낸 적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의 적을 세워두고 제가 샌드백을 두들긴 탓이 컸습니다. 상대방은 저를 많이 사랑함에도 마음 한 켠으로는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SNS에 연인이 있는 티를 내지 않았는데, 그 부분에서 제가 의심하고 닦달하다가 급발진을 하여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상대방과 전 둘 다.. 신뢰감을 부어도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밑 뚫린 독이었던 것입니다. 우습게도 저는 헤어질 때 제가 고프레임이라 믿었기에, 쿨하게 돌아서면 이 여자에게 평생 회복될 수 없는 저신뢰감의 개자식으로 남을 것 같아서 조금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만약 고프레임이었다 하더라도 붙잡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니었군요. 다행히 헤어진 뒤로 저는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고, 2주 뒤 정유현 상담사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모든 후기를 몇 번씩 읽어본 사람입니다. 당연히 정유현 상담사님 후기도 전부 읽어 보았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를 주로 오프닝 멘트로 쓰시는 것 같았고, 리바운드를 차은우로 즐겨 비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몹시 긴장해서, 상담 직전 냉수샤워를 두 번이나 했고.. 그리고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고.. 첫 멘트는?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였습니다. 하지만 이 오프닝 멘트가 생각보다 파괴력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습니다. 서예나 상담사님보다 좀 더 발랄하고 통통 튀는 목소리였고.. 즐겁고 행복한 저쪽의 세계를 단박에 감각시키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 전화는 밝고, 행복하고, 이별의 걱정이란 없는 세계에서 절망의 세계를 단숨에 횡단해 왔다..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상담 시작부터 정유현 상담사님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대 상담에서 환불권유를 받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다음 멘트로 "근데 확률이 낮아요. 환불 케이스입니다." 를 기다렸는데.. 상담사님은 저를 혼내기 시작하셨습니다.


내적 프레임이 박살 났고, 상처에 갇혀 산다.. 도대체 어떡하실 건가요? 저는 오늘 내담자님의 정신머리를 고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회확률은 멀쩡한 사람이었으면 70프로인데 내적프레임이 박살 나서 50프로다, 이번 재회를 계기로 이 여자와 오래 만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행복한 일이 많은데 인생이 아깝지 않나요? 그러고서는 상담 시간 내내 내적프레임을 높이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강의하시면서 열변을 토하셨습니다.


이런 상담은 처음이었지만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이렇게까지 제 문제점을 지적 받은 건 처음이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때 받아 적은 포스트잇들이 아직 책상에 많이 붙어 있군요. 그리고 지침은.. 프레임과 신뢰감을 높이는, 마음이 떠난 남자의 성숙해진 모습을 말하는 문장들이었습니다. 한 문장 한 구절 버릴 것이 없고, 프레임이 높아진 후에는 이별의 탓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단어까지 읽을수록 감탄이 나오는 지침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이별의 선언이기에 전송하기 두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침을 보내는 날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헛간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잠깐 영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서부극에서 카우보이의 사랑은 집과 가정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습니다. 때문에 언제나 카우보이는 가정이 아니라 유랑을 택하지요. 우리는 집에 남겨진 부인과 아이 같은 존재입니다. 여기서 카우보이를 돌아오게 하려면 헛간에 불을 질러야 합니다. 모험은 집이 불타는 순간부터 방랑이 됩니다.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에게 매달려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전, 지침 문자를 보내는 것을 헛간에 불을 지르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불이 헛간을 집어삼키고, 지붕으로 옮겨 붙고, 거대한 불덩이가 되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돌아온 자리는 황무지로 남아야 합니다. 집은 불타 없어졌고 다른 남자가 부인과 아이를 구해 주었더라. 그 남자랑 행복해 보이더라. 카우보이는 이제 총을 들고 부인과 아이를 찾으러 오겠지요. 문자를 보내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저는 정말로 헛간이 활활 불에 타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공백기와 지침을 잘 지켜서 집이 있던 자리를 진정 황무지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애초에 50%, 지침을 잘 지킬 시 70% 라고 분리해 이야기하신 것은 저에게 동기를 주려는 의도이셨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침 보내는 날 저는 헛간에 불을 질렀고.. 결과는? 쿨한 척 짧은 덕담, 상대방의 요동치는 SNS 반응, 제 블로그 염탐 등의 반응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내적 프레임이 너무 낮아서 염탐하다 한번 튕겨져 나가더니 그 이후로 가끔씩 한번 염탐하고, 또 잠잠하고, 잘 사는 척 하다가 잠잠하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여자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고, 자존심도 상한 것 같고, 접근할 용기도 없어 보이는군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고.. 헤어지기 직전 제가 준 손목시계를 어딜 가나 차고 다니는 걸로 보아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 것 같이 보이지만 직접적인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예상했던 일이네요.


저는 공백기 동안 SNS 지침과 대체자 찾기를 충실하게 시행했습니다. SNS 지침은 아예 시작부터 친구를 돈으로 매수하여 주기적으로 찍었고, 소개팅 어플로 대체자를 계속해서 찾아보았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준비하는 일과 관련하여 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연을 친구로 만나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헛수고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벽 운동으로 생전 안 해 본 스쿼시를 시도하다가 팔꿈치 부상도 당하고, 친구가 사진을 찍어주다 제 핸드폰 액정이 박살나기도 하는 좌충우돌 짱구의 공백기였습니다.


그래서 내적 프레임이 좀 높아졌냐?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유현 상담사님이 아니었더라면 무너지고 무너져서 정신병원에 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공백기가 끝날 때쯤, 조금 달라져서 오고 싶었는데 아쉬우면서 부끄럽습니다. 제 생일이 지났고, 상담 역사상 처음 2차 지침이란 것을 보낼 때가 되었군요. 애프터 메일로 뵙겠습니다. 아! 저.. 머릿속에 '정유현 봇' 도 새로 생겼어요. 가끔 튀어나와서 이런 말을 합니다. "그놈의 강박증..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구나? 미치겠네.."


마지막으로, 잠깐 언급했던 프랑스 시인 몽테를랑의 시로 공백기 동안 느낀 바를 갈음하겠습니다.



인생을 앞에 두고 단지 허둥대기만 하는
무능한, 그리고 가련한 청춘이지만

지금 이마에 첫 주름이 생길 즈음이 되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인생에 대한 이 신뢰이고, 이 동의이며,
친구, 너에 대한 것이라면 알고 있어,
라는 의미의 이 미소다

지금이 되어서야 사람은 아는 것이다
인생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고
인생은 단 한번도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상담사님, 관리자님, 내담자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게시글 삭제

게시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scroll-upscroll-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