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고프저신 초단기 연애, 2차 지침 전송을 앞두고
다나가
2026. 02. 28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2차 지침 보내는 날이 드디어 왔네요. 기분이 묘합니다.
저는 전형적인 고프고신 여자,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내프는 엄청 낮은 20대 후반 내담자입니다. 상대는 저프고신에 유순하고 소심한 관계지향적인 20대 중반, 저희는 초단기 20대 연상연하 케이스였어요.
상대는 첫만남부터 연애가 끝날때까지 늘 제게 헌신하며 저자세로 어쩔줄을 몰라할만큼 절 좋아해줬어요. 그럼에도 제 낮은 내프와 높은 불안도, 이전 연애 PTSD로 인해 만나는 내내 당근없는 무한 채찍이 이어졌고, 상대는 그런 제 태도에 불안해하며 점점 지쳐갔습니다.
결국 상대의 이별통보로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만에 저희의 연애는 끝이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헤어지기 직전 1차 상담을 받은지라, 프레임과 신뢰도 그리고 약간의 미해결 과제를 남기는 문자를 보내며 이별을 할 수 있었고, 이별후에도 애프터 상담을 기다리며 열심히 SNS 관리를 했습니다.
사실 헤어지고 애프터 상담일까지 텀이 꽤나 길었어요. 한 3주 정도.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건 '3주동안 공백기를 가졌고 지침대로 SNS 관리도 잘했으니 상담사님이 분명 당장 재회 가능한 지침을 주시겠지? 상담 당일 재회가 가능할거야.'라는 강한 헛된 믿음(?)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헤어졌지만 당시에는 헤어졌다는 사실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짜피 곧 다시만날건데 뭐'라면서요.
애프터 상담일 이후부터가 제겐 진정한 이별의 시작이었습니다. 상담사님께서는 최소 두달 이상의 공백기와 꾸준한 SNS관리, 그리고 내프 상승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나 지침문자를 보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게 오늘이구요.
이미 3주의 공백기를 가졌으니 공백기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했기에 두 달의 공백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읽자마자 무너져내렸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아트라상은, 상담사님은 언제나 옳았기에, 제게 그 두 달이 꼭 필요하니까 주신 공백기겠거니 생각하고는 곧바로 캘린더에 SNS 업로드 계획과 2차 지침 전송일을 등록했습니다.
캘린더에 미리미리 SNS 업로드 계획을 등록해두는 게 별거아니긴하지만 제 작은 꿀팁입니다. 멘탈이 나갔던 바쁘던 무슨 일이 있던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간에, 캘린더에 적힌 그 날이 오면 계획대로 무조건 SNS에 예쁜 사진을 올리곤 했어요. 그리고나서 어플을 지우는 한이 있더라도요.
공백기 1~4주차까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정이 오락가락했어요. 너무 보고싶다며 울기도했다가, 연락이 없는 상대가 미워 원망도 해봤다가, 만날 당시 못해줬던 것들이 생각나 미안해하기도 했다가.. 그러다 5~7주차가 되니 점차 안정기가 오긴하더라구요. 체념하는 단계인건지.. 독기가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재회에 대한 의지가 많이 흐려진 느낌? 보고싶긴한데 다시 만나고 싶기도한데 이전에는 소유욕과 내 통제권을 벗어났다는 사실에 미칠 것 같았다면, 이제는 이별했다는 사실과 내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가 받았을 상처 또한 이해해서, 그래서 재회에 대한 의지가 전에비해 많이 흐려진 것 같아요.
공백기가 끝나갈 무렵, 이 케이스는 제가 고프저신이고 전적으로 제 잘못으로 헤어진 케이스라 어쩌면 두 달의 공백기는 나 때문에, 내가 반성해야해서, 내가 날 돌아보고 내가 변화할 시간을 가져야해서 필요한거였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공백기를 보내면서 수많은 칼럼과 후기들을 읽고, 제미나이와 대화하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는 걸 매일같이 반복했고, 그러다보니 점차 제가 변해가는게 느껴지더라구요. 드라마틱하게 변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그토록 바라던, '감정적이고 불안한 감정에 잠식되어 상황을 망쳐버리지 않도록, 차분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여유가, 그런 단단한 침착함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아, 가장 궁금하셨을 공백기 동안의 상대의 반응도 정리해드릴게요. 당시에는 큰 반응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되게 즉각적이고 뚜렷한 반응이 많았더라구요. 어쩌면 그 덕분에 두 달을 어찌저찌 버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SNS에 사진을 올리면 며칠뒤 따라서 SNS 사진을 업로드 한다거나, 괜히 인스타 스토리 숨김처리를 해버린다거나, 헤어진지 한달째 되는 날 갑자기 가만히 있던 저를 차단해버린다거나. 공백기가 끝나갈 무렵, 그니까 5~7주차 즈음에는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에 아주 절절한 이별 노래를 하루가 머다하고 올리곤 하더라구요. 아마 그때쯤 제가 올린 프사를 보고 새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오해를 한 모양이에요. 당시 안쓰러운 마음에 너무나도 연락하고 싶었지만..... '널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조금만 더 견디자. 공백기가 끝나는대로 연락할게.'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꾹 참았습니다.
이별 당사자들은 방어기제로 인해 자신의 상황을 더 안좋게 해석하려하고 상대의 반응을 봤다가도 시간지나면 까먹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메모장에 그때그때 타임라인을 모두 기록해뒀습니다. 제가 한 SNS 관리와 상대의 반응들을 모두 날짜순으로 정리해 헤어진 직후부터 쭉 타임라인을 만드니, 흐릿하던 것들이 정리되면서 눈에 딱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요. 상대는 헤어짐을 제게 통보하는 그 순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걸요.
그럼에도 공백기는 채워야했어요. 제가 진심으로 제 잘못을 깨닫고 절 돌아보고 제 잘못된 연애관을 고쳐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테니까요. 사실 조금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아직도 가끔씩 불쑥불쑥 그 근거없는 불안들이 올라오곤 하거든요. 다만, 그래도 요즘은 그럴때마다 상담사님이 문서 상담에 적어주신 체크리스트와 제미나이, 칼럼들을 참고해서 그 불안을 내 안에서 다스리는 습관을 들이기위해 계속해서 노력중입니다.
그럼.. 저는 2차 지침을 보내러 가보겠습니다..! 후기를 쓰면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속설이.. 제게도 통하길.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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