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상-1
후기
후기는 단순히 아트라상에 대한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느낀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를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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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상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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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상담 후기

하서영 상담사님/고프저신/6-70%

활짝이

문서상담 받았고, 지침문자 전송 후 공백기 가지는 중입니다.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상담 직후 후기를 작성하기로 결심했습니다.
1. 상담에 만족했습니다. 물론 제가 다 잘했다면서 저를 치켜세워주고 편들어주는 그런 내용은 아니었어요(그런 상담 바라지도 않았구요). 다만 힘들었던 연애경험에 대해 제3자로서의 객관적 분석이 있었고, 저의 상황을 깊이 고민해주신 흔적들이 다른 누군가의 어쭙잖은 위로보다 훨씬 더 따뜻했습니다.
2. 제가 상담을 결심하기 전에 후기게시판 글을 몇 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백기를 가지면서 종종 후기게시판 구경을 할 것 같아요.


저의 후기도 누군가의 판단에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후기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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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케이스 분석요약

우선, 후기를 눈팅해보니 고프저신 케이스의 경우 대체로 신뢰도를 높이는 지침문자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프저신임에도 강한 수위의 지침을 받았습니다.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이 상대의 내적 프레임 문제였고,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에요.
저는 제가 자존심 안 세다고 생각했는데... 저와 상대방 둘 다 자존심이 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만 상대의 자존심이 훨씬 더 세고, 저와 상대가 자존심을 발동시키는 기전에 차이가 있더라구요.



II. 연애과정

1. 이별 당시 마음상태 : 아팠지만 빠르게 수긍함

상대는 갈등이 생기면 잠수를 타는 방식으로 저의 정신상태를 피폐하게 만들었어요. 잦은 다툼 속에서 저도 지쳐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지만 이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 즈음, 여느 때와 비슷한 자존심 싸움을 기화로 헤어졌습니다. 정말 많이 지쳐 있었던 만큼, 빠르게(이별통보 받은 지 하루만에) 이별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별통보 받은 바로 다음날부터 이 사람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물론 그의 부재는 저를 외롭게 했지만, 그럼에도 잘 헤어진 것이라는 판단이 더 많이 들었어요.
나아가, 더 빨리 헤어졌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ㅋㅋ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좀 더 빠르게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를 놓지 못하고 여태 끌고 온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문득문득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마음 다잡고 다시 제가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아트라상을 알게 되었지요.


2. 상담을 결심한 이유 : 불필요한 고민을 덜고 싶어서

제가 이별을 빠르게 받아들였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이 재회상담은 왜 찾았을까 의문이 드시겠죠?


후기 보니 수험생분들이 간간히 보이네요. 저는 헤어질 당시 시험을 몇 주 앞둔 수험생이었어요. 이별의 아픔을 만끽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합격에 절박했고, 1분1초가 아쉬웠고, 상대에 대한 생각들이 솔직히 시간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상대에 대한 생각/고민을 하든, 상대에게 연락을 하든, 상대와 다시 마주해서 대화를 시도하든, 상대에 대한 것이라면 일단 뭐가 됐든 시험이 끝난 이후에 하기로 결심했어요.
다만 제가 이별에 아파할 겨를이 없었고 이별을 빠르게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별이 제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상대를 많이 사랑했고, 상대가 그리웠습니다. 이별을 잘 받아들였음에도 이별의 타격을 아주 씨게 받았어요. 시험 준비하느라 주변 지인들과 교류가 끊긴지 좀 된 상태였기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인사하던 상대가 없어졌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의 일상에 분명하고도 커다란 타격이 있었어요. 그냥 미친 척하고, 아니 이미 나는 미쳤을지도 모르니까, 철판 깔고 연락해서 나 시험 끝날 때까지만 기존에 연락 주고받던 시간에 맞춰 연락하면 안되겠냐는 해괴망측한 부탁을 하고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만큼 힘들었어요.


제가 가장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시점에 나를 떠난 상대가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지요. 사실 그 원망이 가장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지고, 결국 그 감정 다스려야 하는 것은 오로지 제 몫이죠. 제가 가진 신조 중 하나가 “자기 감정은 자기 몫”이거든요. 제 마음 흐트러지는 게 너무 싫어서 상대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피했어요. 상대방이 문득 떠오를 때면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생각하기 싫었고, “이랬을까?”, “저랬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도 제발 안하고 싶었어요.


위와 같은 이유로(상대에 대한 저의 고민 및 정신적 부담을 덜고자) 상담을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전적으로 재회 자체를 위해서보다는 저 자신을 위해 상담을 결정하게 되었구요.


물론, 내가 이런 사람 때문에 돈까지 써가며 상담까지 받는 게 맞나 싶은 고민은 있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가격이 어떤 지를 떠나, 나를 버린 사람 때문에 돈을 쓴다는 게 참.. 여태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 밥 한 끼 대접해드리는 게 낫지 않나 싶은 현타(?)가 약간 오려고 하더라구요ㅋㅋㅋ
그러나, 저의 경우는 오로지 재회만을 목적으로 상담을 원하는 게 아니었기에 상담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좋지 않은 경험에 대해 객관적 분석을 받을 기회이자,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망설일 것이 없었습니다.


깨어있는 시간동안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막판 스퍼트 올리는 데에 할애하되, 상대에 대한 생각들로 괴롭던 어느 날, 앉은 자리에서 상담 신청글을 휘릭 적었습니다. 상담신청을 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중했고, 대기가 있었던 지라 시험이 끝난 후에야 상담이 진행됩니다. 시험이 끝나고 뭔가 기대할 거리가 생기니 활력도 돌았고, 저는 시험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III. 상담 이후

1. 지침에 관하여

상담내용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었습니다. 저의 성향이나 상대방의 성향에 대해 중요한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주시고, 제가 상담신청시 기술했던 연애과정에서 몇몇 부분들을 따와서 풀어서 설명해주셨어요.
사실 상담신청할 때 적는 글이.. 물론 어찌 보면 마냥 짧은 글은 아니지만, 몇 페이지의 글로 긴 시간의 상호작용을 담아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분량의 한계로 다 적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상황묘사 없이 압축해서 적은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분석에 놀랐습니다. 배우고 싶어서 아트라상에 취업해서 일해보고 싶을 지경이에요ㅋㅋㅋ
‘마음의 준비가 되면 지침문자를 발송하라’, 그리고 ‘발송 후 공백기를 가지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카톡 등 SNS 관리 지침도 함께 받음)
칼럼에서 본 몇 가지 원리들이 적용되어 있는 것이 보여서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전술하였듯 저는 고프저신임에도 예외적으로 강력지침을 처방 받았는데,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지 않으면 재회를 하더라도 같은 트러블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점 또한 제가 만족한 이유였는데, 저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거라면 상대를 다시 만날 생각이 없거든요. 무작정 일단 당장 재회를 하기 위한 지침은 원하지 않았기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2. 앞으로의 계획

지침문자 발송에 앞서 ‘마음의 준비’라 함은, 아마도 상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각오를 말씀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상대와의 재회가 절실하지는 않은 만큼 마음의 준비는 더 할 것도 없다 싶어서 그냥 바로 보내버렸어요. 어차피 이 사람과는 끝났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1차 지침 보내고 아직 만 하루가 채 안되긴 했지만 답장 안 왔구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습관적인 잠수로 저를 너무 비참하게 만들었던 상대인지라,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저에 대한 존중 수준에 이미 진작 크게 실망했거든요. 지침 보내면서도 ‘설마 답장은 하겠지’하는 일말의 기대조차도 없었기에..ㅎ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타격도 없어요ㅋㅋㅋ 밤에 지침문자 보내고, 자고 일어나서는 지침문자 보냈던 것 자체를 아예 까먹고 있었을 정도입니다. (까먹고 있었다가 카톡 켰는데 목록에 그 사람 이름이 있어 흠짓 했네요ㅋㅋㅋ)


여튼 무반응은 별로 놀랍지 않네요. 오히려, 어떤 답장이든 답이 오면 전 그게 더 놀라울 것 같아요. 만약 답장이 온다면 공백기 보내는 근황 업뎃과 함께 간단한 후기 하나 더 쓸게요.
지침문자 발송 후 공백기 처방(?)을 받았고, 공백기 보내는 것도 저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 아닐 듯 합니다. 운동 빡세게 하고, 조만간 미용실 가서 오랜만에 머리도 좀 하려고요! 지인들이랑 약속도 최대한 잡고 있어요.


대체자 만들기는.. 사실 상대와의 재회에 미적지근한 마음인 만큼,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강하지가 않아서^_ㅠ 일단 앞으로의 2-3주 가량은 못 만났던 사람들 좀 만나고, 당장 제가 즐거운 일들 하면서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보내보려 해요. (그리고 경험상.. 지인들 만나고 다니다 보면 제가 막 구하려고 안 해도, 누군가는 꼭 제게 소개팅을 권유하더라구요^^; 어떻게든 껀덕지야 생길 수 있으니까요.)


서영쌤이 이런저런 이유로 상대와의 재회.결혼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고견 밝혀주셨고, 사실 저 또한 공감하는 지점입니다. 마지막에 말씀하신 바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 제 식견이 짧아서 시간이 지나면 뭔가 놓쳤던 부분을 깨닫게 될지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100%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길어진 수험생활 속에서 심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던 시점에 상대방이 그야말로 ‘혜성처럼’ 제 삶에 나타났어요. 상대는 수험생이 아니었지만, 예상하건대 상대도 비슷한 심정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와 상대는 각자의 니즈에 맞는 상대를 마주했고, 빠르고 강렬하게 사랑에 빠졌어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기에, 서로를 놓지 못했습니다. 저는 확실히 그 사람이 ‘필요’했어요. 제 삶에 놓인 커다란 불안을 마주한 상황에서, 상대와의 관계로부터 커다란 위안을 얻었습니다. 적어도 난 남자친구 있으니까(=결혼할 남자는 있으니까), 내 삶에 놓인 많은 불안요소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해결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나, 결국 제 인생의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저 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이번 이별을 계기로, 제가 누구의 도움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타인의 존재가 아니어도 나 자체로 온전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스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길어지는 수험 속에서, 또 상대와의 만남 속에서, 제가 얼마나 강한지 잠시 잊고 있었어요. 상대가 없으면 제가 무너질 것만 같았고,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제가 이번 시험에 붙든 떨어지든 저는 이제 더 이상 그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요. 여전히 그 사람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미련이라고 해둘까요?^^;)이 남아있긴 하지만, 절박하지는 않다는 의미입니다.


상대의 성격적 결함에 대해.. 헤어지기 전에도, 연애하면서도 고민이 많았고, 이유를 찾다찾다 제가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 탓은 아닐까, 나에게만 이런 사람인 건 아닐까 싶어 자괴감이 들었던 순간도 있어요. 제가 상대를 많이 사랑했음에도 재회가 절실하지 않은 것은 아마 그 지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면 저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도 그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질 텐데,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상대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라 봅니다.


다만, 다음의 3가지 이유로 지침은 수행하려고 합니다.

첫째, 저 또한 완전한 사람은 아니고, 스스로의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에.. 지침 수행이 저의 발전을 꾀할 기회로 여겨지네요. 아직 뭐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분명 저의 내면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다음 연애를 상대와 하든 다른 누구와 하든,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건 좀 부끄럽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숙제가 생긴 것 같아 조금 신나는 기분도 드네요^^;)


둘째, 상대가 꼴도 보기 싫은 것은 아니거든요. 참.. 상대가 조금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사실 사람은 잘 안 변한다는 주의라서.. 완전히 180도 달라지는 모습까진 바라지 않아요. 저만 해도 메타인지가 잘 되는 사람이라 스스로의 문제점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음에도 교정이 잘 안 되는 걸요. 제가 비록 수재는 못 되지만, 메타인지조차 안 되는 사람이 변하길 기대할 만큼 멍청하진 않네요(다행히도요). 다만.. 상대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 또는 나아지려는 강한 의지만이라도 보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예요. 만일 재회의 문턱에 진입한다면, 상대의 정신과 진료 또는 심리상담을 조건부로 수락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셋째, 대체자 만들기와 더불어 상대를 다시 유혹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제가 가진 패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거니까 저에게 좋은 일이겠죠.


IV. 맺으며

생각보다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후기를 적으면서 다시금 결의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엄.. 명색이 재회상담업체 후기인데, 재회에 대한 열망과는 거리가 있는 결의라서 뭔가 웃긴데ㅠㅠ
그럼에도, 아트라상이 상담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방향성에 부합한다고 생각되어(틀리지 않았기를..) 저의 다짐을 적습니다.


타인의 존재여부는 나의 행복여부를 결정지을 수 없습니다. 내가 행복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합니다. 그 사람이 제 곁에 있다고 해서 제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그가 없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 사람이 저를 떠났다고 해서 저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건.. 여태 열심히 살아내어 온 나의 삶에 비추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가 죽어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입니다. 사람 하나 떠난다고 해서 무너질 만큼, 사람이란 게 그리 약한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서 제가 이별 당시에 수험생이었고, 그래서 시름에 잠길 겨를이 없었다고 적었지요.
저도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이별의 아픔도.. 엄밀히 따지면 일종의 사치입니다.
사람이 당장 먹고 살만 해야 슬픔을 포함한 기본적인 감정들을 음미할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내 뒤에서 굶주린 호랑이가 나를 쫓아옵니다. 잡히면 죽어요.
그래서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는 와중에, 나를 떠난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그를 그리워할 사람이 있을까요?
어렵겠지요. 그게 제 상황이었어요.


그럼에도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지는 않았어요. 자랑스럽게도요.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저의 삶에는 감사할 것들이 참 많으니까요. TMI지만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 일단 남들 밥벌이할 나이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것부터가 절대 당연하지 않죠. 제가 연락하면 언제든 제 이야기 들어줄 신뢰할 친구도 몇 있고, 밥 한끼 사주거나 가벼운 부탁 들어줄 지인들은 차고 넘칩니다. 하다못해, 저 사지도 멀쩡해요. 비록 잔고장은 좀 있지만 그래도 저 신체 건강한 젊은이입니다. 이 모든 게.. 저는 당연하다고 여겨지지 않아요.


만일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이별의 아픔에 잠겨 계시다면, 아마 당신의 삶은 제가 이별 당시 처해있던 상황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리라고 감히 생각합니다(시간적,정신적,금전적,체력적 모두요). 당신에게 주어진 그 모든 것들, 그 어떤 것도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주위에 사랑을 건넬 줄도 아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부디 당신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이 있음에 위안 삼으시고, 당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당신을 돌보는 데에 잘 활용하시길 바랄게요.


저의 경우, 아트라상에서 상담 받은 것조차 철저하게 저 자신을 돌보는 일환이었습니다.


특정 누군가를 내 곁에 계속 두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는 않으렵니다. 다만 나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고, 그 건강한 사랑이 자연스레 제 주위에 넘쳐흘러 많은 이들을 품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풍족하고 따뜻해진 저의 곁을 누군가에게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강인한 사람이 되어 보렵니다.


상대가 제 곁을 내어 줄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그 이후에 천천히 고민해보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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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메일 빨리 보내고 싶네요!
상담이 하고싶어서 지침을 수행하는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ㅋ


하영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댓글 달면 빠르게 대응해주시는 관리자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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