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한서진 상담사님 후기(30대, 내프 낮은 상대방, 안읽씹)
재회는글쎄
2024. 07. 17
한서진 상담사님과 첫 상담 후기를 작성합니다.
두 번 상담 받았으면 그만 받아도 되지 않을까 했지만, 마인드컨트롤을 위해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연애 참 어렵네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아니면 보는 눈은 있지만 바보 같이 포기하지 않아서인가 싶기도 하고요.
운 좋게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상담을 받아 감사한 마음이에요
전 30대 초반, 전남자친구는 30대 후반으로 6개월 정도 연애했습니다.
올해 초 1차 상담을 받아 윤하민 상담사님께 "상대방 내프가 낮고, 내담자는 업앤다운이 있는 편이라 둘이 잘 맞는 성격은 아니다"라고 진단 받았어요. 저도 인지한 부분을 확인사살 받은 거지만, 저는 이상하게 연애를 한 번 시작하면 칼같이 끊어내는 게 잘 안 되더라구요. 저에게 외모가 중요해서 그런가..(상대방이 잘 생긴 건 아니지만, 제 취향이긴 합니다)
<상담 전 상황 - 재이별, 공백기 그리고 가능성제시>
내프 낮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게 아니라,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들였어야 했는데, 피곤한 성격인 저는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설득하려고 하다가 이 사단이 났죠. 올해 초 상담 후 재회했다가 4월 말에 비슷한 이유로 헤어졌습니다.
재이별 직후 마음이 급했던 저는, 1차 상담에서 받은 지침을 보냈어요. 당연히 상황이 조금 달랐고 극심한 싸움 이후 찾아온 이별이라 다른 전략을 짰어야 했지만, 1차 지침이 오빠의 잘못을 꼬집고 합리화를 막는 지침이라 저는 그냥 보냈습니다. 지침을 보내고 남은 애프터메일을 상황 보고용으로 사용해서, 공백기 이후의 대처를 저 혼자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로 상담을 신청할까 싶었지만, 안일하게 "두 달이면 자존심 발동이 풀렸겠지"하고 가능성제시를 아주 단순하게 넣었어요. 짐 핑계로 연락 !! 후.. 사실 고민했거든요. 마지막에 극심히 싸우고 끝난 관계기 때문에, 찔러보듯 하는 연락보다는 약간의 사과를 담아 보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상대방이 마음이 조금 풀리지 않을까...
역시나 오빠는 긴가민가하다가 제가 자꾸 연락을 하니 자존심을 부렸고, 아직도 절 원망하는, 자존심발동이 안 풀린 상황임을 인지했음에도 저는 뭐 상대방한테 말리게 됐습니다. 전처럼 다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군"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2주 정도의 극심한 이중모션 끝에 역시나 신뢰감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한 저는 "우린 아닌 거 같다"고 통보 당했고, 약간 패닉이 와서 당일에 카톡과 전화를 상당히 많이(ㅠㅠ) 하고 끝이 났습니다. 몇 번이나 상담을 받았는데 이중모션 앞에서 가만히 있기란 쉽진 않더라구요. 그래도 화 안 내서 다행인가 ㅠ;;
<2차 상담 진행>
마지막 상대방의 통보 이후 미해결과제가 생긴 저는, 2차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이번엔 한서진 상담사님이셨어요.
사연 글을 남기고, "아.. 상담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이래놔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겠다.."하고 긴장하며 전화를 기다렸죠. 그런데 상담사님은, "누구의 잘못을 따질 건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남자의 문제가 크고, 재회를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 이 정도면 여자가 많이 참은 거다, 내담자의 기준에서 참은 게 아니라 일반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도 많이 참은 것이다"라는 진단을 내려주셨어요. 덕분에 마음이 풀렸습니다. 한편으로는 현타도 오고요.. "왜 나는 이런 남자에게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걸까.."하고.. 하지만 모두들 공감하실 거예요. 만날 땐 아니다 싶다가도 상대방이 먼저 카운터를 치면 프레임이 올라간다는 것..
재이별 이후 지침을 받았을 때, 공백기 이후 제 연락을 받았을 때 남자의 심정을 쭉 설명해주시고, 어떤 이유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역시나 저는 오빠를 호락호락하게 봤다가, 큰 코 다친 거였습니다. 내적프레임 낮은 사람을 상대하기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오빠는 나이도 있어서.. 자기 반성을 쉽게 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났다고 진단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저도 이중모션이었던 것 같아요. 이 남자와 잘해보려면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 너를 이해한다고 해야하나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 만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오로지 재회가 목적이 아니었고, 남자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탐색하는 단계였는데 제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니 저도 아니다 싶었어요. 하지만.. 남자의 단호한 모습에 저도 휘둘리게 된 거죠 ㅎㅎ ..
상담사님은, 이 남자를 만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었다면 발톱을 더 숨겼어야 했다고 하셨습니다. 전 정말 지팔지꼰인가봐요. 아무튼 저의 뜻은 우선은 재회라는 것을 알고 계시니 저에게 정성스러운 지침을 주셨고, 아무래도 제 추측과 상담사님의 진단이 거의 맞아 떨어지니 지침 역시 완벽히 이해가 됐어요.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확률은 높지 않지만, 저도 아무래도 두 번의 상담 이력으로 침착한 편이니, 장기적으로 보는 게 좋겠다고 해주셨어요. 제 생각도 오빠는.. 자기 기준에 미치는 여자를 만나기 쉽지 않을 거 같거든요.
상담사님은 마지막 대처가 아쉽지만, 남자의 내프가 워낙 낮아 내담자도 참기 어려웠을텐데 그래도 잘 참은 편이라고 해주셨고, 저도 덕분에 자책은 좀 덜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안 만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런 남자를 만난다면 어떤 마인드셋을 장착해야할지도 이해하게 되었구요.
지침 역시 제가 평소 하는 말과 비슷하고, 행동지침이나 상황 분석도 굉장히 섬세하게 해주셨고요. 상담사님 소개 글에 "책임감으로 움직인다"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상담을 받는 거지만, 제 경험을 봐도 다른 사람 힘든 점, 특히 연애 문제는 들을 수록 지치더라고요. 답은 정해져 있는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하소연하니까요. 다시금 상담사님들이 대단하시다고 느껴집니다.
<2차 지침 발송 - 예상하지 못한 반응, 안읽씹>
당일 패닉으로 상대방에게 카톡 몇십통, 전화 스무통은 하고 끝났었는데, 카톡과 전화 모두 차단은 아니고 안읽씹인 상태로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상담사님 표현에 의하면 “진하게” 연락하고 끝난 상황이라, 주어진 공백기보다 자체적으로 며칠 더 있다가 보낼까 싶었는데, 미화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프로필 관리 후 점심쯤 지침을 보냈어요
그런데.. 이미 카톡이 너무 많이 쌓여서인지.. 안읽씹 상태는 10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후기나 칼럼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 반응이라 살짝 당황했지만, 우선 “안읽씹”을 키워드로 후기를 검색했고, 20년도 후기까지 섭렵(?)한 결과, 대부분 내담자가 상대방 반응에 대해 3일간 안읽씹했다는 내용이었지만, 간간히 상대방의 안읽씹 관련 후기도 등장하더라구요. 차단은 아닌데 읽지 않는 거요. 저 뿐 아니라 많은 내담자들이 멘붕하는 경우였고, 전우를 발견한듯 했습니다.
오빤 전에 소개 받았던 사람이 다시 연락을 해와서 차단한 적이 있다고 했었고, 그래서 오빠가 절 차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 반응을 보려고 하는 건가", "1차 지침 때의 차단을 소심하게 복수하는 건가", "나를 그정도로 끊어낼 순 없는 건가" 이런 고민들을 했었는데, 상담사님은 상대의 강박적 성향을 고려했을 때 크게 의미부여할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살착 부끄럽네요 ㅎ 중딩도 아니공 ㅠ)
10시간 동안 고민 했습니다. 너무 안 읽으니까요... 애프터메일을 써야 하나 싶었지만 1차 상담 때 아쉽게 사용해버린 전력이 있어 섣불리 결정하지는 않았어요
상대방은 강박이 있고, 언젠가 내 카톡을 볼테니 그냥 둘까 했지만, 일부 후기에 “상대방이 카톡을 안 읽으면 그냥 문자로 보내라. 이 지침은 상대방이 보아야 하는 내용이다”라는 상담사님들 의견이 있었습니다.
<상대방 반응>
1차 지침 이후의 공백기, 상대방의 이중모션과 마지막 제 모습, 2차 지침의 내용을 생각해봤을 때 꼭 상대방이 봐야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밤 늦은 시각 문자로 지침을 다시 보냈습니다. 사실 카톡으로 보낸 내용을 또 보내면 집착으로 보일 것 같아 걱정했는데, 내용 자체는 깔끔히 정리하는 취지라 괜찮을 거 같더라구요. 일단 쌓인 카톡이 너무 많아 상대방이 "또 시작이네"하고 안 보는 것 같았기에 문자로 보내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1시간이나 지났을까, 상대방은 일주일 동안 안읽씹이던 카톡을 읽었어요 ㅋㅋ.. 읽씹이 이렇게 기쁠수가...
그리고 한 시간 뒤.. 걱정이 무색하게 오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네”라며 감성 돋는 카톡을 보내더니 5분 간격으로 질투심 유발 구절에 반응하면서.. 제 새출발을 응원하는 척하며 얼핏 덕담 같은 자존심을 부리고 "생각이 많지만 정리하기 어렵다"며 제 반응을 유도하더라구요! 역시 지침은 예술이에요 ~! 어찌보면 지침 한구절한구절을 반박하고 싶었겠지만 딱히 변명처럼 보여 말하지 않으면서도, 제 반응을 떠보는 것 같았어요.
또 쿨한 척은 했지만, 오빠 성향을 고려했을 때 질투가 진짜 많거든요.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구요. 지침이 아주 잘 들어간 것 같아 자기 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답장이 온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프레임이 조금 낮아졌어요. 다음 날 점심까지도 제가 답장하지 않자, 오빤 제가 차단한 걸로 알았는지 문자로 똑같은 내용을 보냈고, 몇 시간 뒤엔 장문의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마무리는 "잘지내"였지만, 거의 "나 너랑 다시 만나고 싶어. 연락해줘"로 보였죠. 제가 지침으로 해둔 말이 있었기에 역시나 가만히 있었고, 아무 반응이 없자 "답장을 안 주니 마음이 정리되었다!!"며 유치한 문자를 보내고 저를 차단하더군요..
제가 겪은 걸 오빠가 똑같이 겪고 있는 듯 했고.. 감정투자가 심해보였어요. 제가 아무리 그렇게 만들려고 해도 안 되던 게, 지침 문자로 바로 가능해버리다니..조금 현타가 왔죠. 상담 받기 전이었다면, 정리하는 듯 덕담하는 모습에 "내가 반응해주면 뭔가 되지 않을까", "상대방이 정리를 하려나보네, 더 대화해보면서 잡아야겠다"하면서 멘탈이 나가 이상한 행동을 했을 거지만, 이젠 저 카톡을 보니 여유가 더 생겼어요.
약간의 변화를 주기 위해 안 읽었던 카톡을 읽었고, 애프터메일을 드렸어요. 역시나 차단은 하루만에 풀려있었구요
상담사님은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진심으로 반성하기 전까지 모든 연락을 무시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바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돌아와야 하는 매우 낮은 내적프레임의 남자" 케이스에 당첨되었나봐요
남자의 은근한 여자탓을 꼬집는 카운터펀치 지침을 날렸고, 15분 만에 읽더니 몇 시간 뒤 짧은 답장이 오더라고요. "결국 돌고돌아 다 내 잘못이라는 거네. 어이가 없구만..."
.... 오빠 답장을 보고 헛웃음이.. 귀엽긴 한데(좀 이상한가요 ㅎㅎ?), 프레임도 급속도로 낮아졌어요.. 아마 제 답장을 바라고 애매하게 보낸 것 같은데, 몇 시간 뒤에 읽고 아무 답장 안 했습니다..
역시 상담은 내프 다지기에 크나큰 도움이 되네요..! 상담사님도 지금처럼 멘탈만 잡으면 된다고 하셨으니, 조금 더 나은 제 모습으로, 그리고 조금 더 나아진 상대방의 모습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다음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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