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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단순히 아트라상에 대한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느낀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를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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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바퀴 수레 ( 이강희 상담사님 / 여자내담자 / 저프고신 / 연상연하 / 사내연애 / 단기연애 / 1차지침후 )

꾸유미

저와 상대는 수레를 함께 끌게 되었습니다.
함께 수레 손잡이를 처음 쥐었을 때
그 무게에 새삼스럽게 놀라면서도 둘이 함께라면 충분히 끌 수 있을거라는 생각,
함께하면 두려울게 없다는 생각에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수레는 바퀴가 세모였어요.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짐이 많아 무겁다 해도 이건 너무한데~' 하는 생각은 하지만
수레를 자세히 살피지 않았던 둘은 원인을 모릅니다.
그걸 한번 이동 시키는데 120%, 150%의 안간힘을 짜내어 끌게 됩니다.
수레 속 짐이 부딪혀 소리를 낼 때는 '이러다 안에 있는 물건들이 망가지겠다' 싶어 순간 걱정도 들지만,
조금더 걷다보면 물건들이 자리를 잡아서 '점차로 조용해지겠거니' 대책없이 낙관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겨우 건널목에 도착했습니다. 숨을 헐떡였습니다.
초록불 신호를 기다리며 끌고온 수레를 흘끗 본 상대방은 깊은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물건들을 잘 싣고 오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레 속에서 덜그럭 거리다가 그만 떨어지거나 부딪혀 깨진 것을 알았거든요.

상대방은 몇가지 방법을 생각합니다.
1. 모른 체하고 지금까지처럼 힘으로 수레를 끌어볼지
2. 바퀴를 갈아 끼우고 저와 함께 수레를 몰고 다시 뒤로 돌아가 놓친 것을 주워 담을지
3. 그도 아니면 중요한 것들이 사라진 수레의 손잡이를 놓고 홀가분하게 건너갈지.

상대방은 일단 1번을 선택했습니다.
수레 속 물건이 사라지거나 망가진 걸 알면 제가 실망할까봐,
제가 다시 떨어진 물건들을 챙겨오고 짐을 차곡차곡 다시 쌓아 정리를 하자는 말을 할까봐,
앞으로 새로운걸 담으면 되겠지 하는 또다른 무책임한 낙관론으로 일단 끌어보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굴리다보면 세모 바퀴가 좀 동그래질 수도 있다는 약간의 기대도 있었을 테고요.

하지만.. 수레를 굴리기엔 이제 너무나 힘듭니다.
세모 바퀴는 애초에 짐을 실어 나르도록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파고듭니다.
상대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됐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이 어떨지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자신만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은 이 상황과, 감정을 해결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존심도 상합니다.
결국 상대는 모든 에너지를 잃고 '너무 힘들다'며 수레의 손잡이를 놓았습니다.
그 순간에는 손잡이를 놓는 것만이 그간의 수치심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것을 파악한 제가 뒤늦게 수레를 둘러보고는
'바퀴를 갈아서 최대한 동그랗게 만들고 흘린 물건들을 다시 담으러 돌아가든지,
앞으로 얻을 새로운 물건들로 차곡차곡 채워보자. 충분히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했지만
이미 에너지를 모두 상실하고 그 수레를 가치없는 것으로 판단한 상대는
저와 함께 손잡이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제 연애는 딱 세모 바퀴 수레였습니다.

사내연애와 나이차이가 저와 상대에게는 상당한 현실의 무게를 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해주어야할 부분이 더 많은 연애가 되었지요.
(남성이 연하인 경우 정신연령이 안 맞으면 물리적인 나이차보다 훨씬 더 큰 나이차가 있는 걸로 느껴지더라구요)

더구나 업무상 관계에서는 몰랐던 내밀한 성격을 파악해가면서
상대와 저의 성격과 마인드(그릇) 차이가 분명해졌습니다. 그게 제 연애가 가진 세모 바퀴였습니다.
둘 중 누구든 세모 바퀴를 캐치한 사람이 '우리에겐 이런 다른 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짚어내야 했고,
우리의 세모 바퀴를 억지로 끌기 보다는 다듬어서 둥글게 맞춰가는 충분한 시간을 주자고 제안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도로에 갈려서, 세모 바퀴가 동그 라미가 되겠지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동그래질 동안 서로가 힘으로 끌어당기면서 얼마나 힘들지까지 생각하지 않고 말입니다.
사랑한다는 마음과 열망을 밑천삼아 오롯이 당기기만 했습니다. 120%, 150%의 열정을 소모 시키면서 말입니다.
아무런 현실적인 노력도 안 하면서 '지금은 맞춰가는 중이라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다'라며
갈등을 회피하는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서로가 가졌던 긍정적인 에너지, 매력적인 웃음,
작은 차이들을 인정하고 이해했던 아름다운 마음이 떨어지고 부서져갔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힘듦이 우선 되어서, 마음의 조각만 남은 이 연애는 더이상 끌고갈 가치 없다고 느꼈습니다.
상황을 바꿀 힘도 다시 시작할 힘도 없다고 말해야하는 상황이 불편합니다.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함께 극복해보고 싶다. 그것도 싫다면 놓아주겠다'고 말하는 저라는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루 바삐 이 모든 고민이 없는 곳으로 손 놓고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을 거에요.



상담을 기다리면서 깨달은 이번 연애의 모습입니다.






연애 시작 전에는 상대가 연하긴 하지만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에게 배려심있게 행동하고, 먼저 나서서 누굴 챙기는게 익숙하고,
대화를 나눌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거든요.
부조리한 일을 동료가 겪으면 같이 화내주면서 격려하고 위로해주기도 했어요.
저와 상대는 회사에서 소문난 긍정머신이었기 때문에 죽이 참 잘 맞았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 같았어요.
다른 사람 험담을 곧잘하는 걸 넘어서 끊임없이 하고,
매사에 불만이 많고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태도를 보였어요.
누가 제 뒷담화를 했다면서 그들을 비난해 저와의 공감대를 넓히려 하기도 하고요,
작은 문제에도 크게 화를 내는 모습에 놀란 적도 여러번입니다.

이강희 상담사께서는 상대가 내적프레임이 너무나 낮고
객관적 가치, 진정성 면에서도 저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분석하셨습니다.

그 분석을 듣고 나니 이제 그 사람이 이해가 가요.
상대는 내적 자아가 너무나 연약해서 남들에게 질타를 받거나 소외되는 것에 강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거죠.
지나치게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으로 행동하거나 특정인을 욕하는 걸로 공감대 형성을 시도했던 건
모두 타인으로부터의 비판, 소외 불안에 대응하는 방어 기제였던 거죠.
그 부분에 대한 걸 몰랐기 때문에 사귀는 내내 상대를 '알쏭달쏭한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그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의 프레임을 높이는 형태로 작용했고,
상대적으로 제 자신은 프레임이 낮아지면서 관계에 불균형이 시작됐어요.

상담사님은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꼭 재회만 생각해서 내달리지 말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사실 상담 전부터도 '내가 상대보다 더 나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과 헤어져도 더 좋은 사람 만날 것 같다' 생각했는데,
상담사님이 분석하신 내용으로도 그렇다고 하니 제 가치를 인정받은 기분이 들고 기뻤습니다.

그래서 지침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지침 내용 자체는 그간 제 언행과는 매우 배치되는 직설적인 스타일이었고 긁는 부분도 있었는데,
제 요청대로 '우아하게 대응하게 해달라'는 부분까지도 충족된 메시지여서 읽자마자 웃음이 나왔어요.
'너보다는 내가 이 연애에서 우위에 있었던 사람이거든?'을 그런 식으로 짧고 확실하게 표현하시다니.

내용은 복+붙 했고 토씨 하나 수정하지 않았어요.
읽기는 했던데 답은 없습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아요.
상담 기다리면서 칼럼도 많이 읽었고, 다른 류의 마음 공부들을 차곡차곡 하다보니 내프가 제법 잘 버티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참 기특합니다 ^^

특이한 일 없다면 공백기 알뜰살뜰 잘 보내고 다음 후기로 인사드리게 되겠지요.
별볼 것 없는 후기지만 상담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의 내면 다스리기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연애생활로 복귀하시길 바라겠습니다.


P.S.
이강희 상담사님. 상담사님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표현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ㅎㅎㅎ
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내면에도 그런 비난의 말을 하고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겁쟁이, 쫄보, 무책임한 인간, 사랑받을 줄도 할줄도 모르는 놈.
상담사님이 작성하신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이성으로 눌러온 말들이 순식간에 와다다 스쳤어요.
이성의 힘이 이다지도 강하게 제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상담사님 덕분에 제 내면의 소리 하나를 꺼내어 들은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제가 재회를 원하는지 고민해보았는데,
상담사님이 말씀하신대로 이별이라는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맞아서 그런 것도 영향이 있지만,
‘아 이번 연애만 잘 해내면 다른 건 그냥 우습게 해낼 것 같다’ 는 강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지식을 쌓다가 ‘점프업’하기 전 이런 느낌이 들곤 하던데, 놀랍게도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일시적으로 내프가 올라와서 착각(!)하는건지도 모르지만요 ㅎㅎㅎ

제 안의 파란 불덩이를 조금씩 건져내 봐야 겠어요.
그 파란 불덩이가 왠지 저를 고프의 길로 이끌어 줄 것 같거든요.
부지런히 연습해서 애프터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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