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하서영쌤 / 만남후기! /고프 80%
발전하는사람
2022. 03. 03
만남후기도 기록할 겸 왔어요. 검토 없이 후다닥 쓰는 글이라 양해해주세요
저는 1차 지침 후, 상대방의 후회 반성 아쉬움이 묻어나는 장문을 받았고 쭉 공백기를 보냈어요.
상대방의 1차 지침 반응은 프로필뮤직 변화 (제가 프로필 바꿀 때마다 며칠 이내로, 3-4곡 연속으로 아련한 노래만.) 그러다가 잘사는 것 같은 프로필, 시간이 지나고 모두 내리는 등이었어요. 연락은 하나도 안 왔어요.
2차 지침을 보낼 때가 되어 보냈고, 상대방은 반가워하는 눈치더라구요. 잘 지냈대요. 몇 번 카톡 주고받고, 저는 상담사님께 받은 대로 만남을 유도하면서 먼저 마무리를 지었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만나면 좋다고, 언제 전후로 만나자고 연락을 해서 일주일정도 후에 만나게 됐어요.
어쨌든 오늘이 바로 만난 날이에요. 따끈따끈하죠? 저는 만나기 전날까지도 제가 재회를 하고 싶은 건지, 그냥 얼굴이 보고 싶은 건지 헷갈렸어요. 내담자가 겪는 이중모션 ^^...
사귄 날짜만큼 시간이 지나 상대방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어색하더라고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제가 제일 잘하는 거예요) 대화할 때 만남지침할 각이 순간포착되면! 조금씩 녹여봤어요. 살짝 갈구기도 하고, 친구같다고도 하고, 시종일관 자신감있게 대화했어요.
만남지침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것만 하려 했어요. 그냥 제 원래 스타일대로 말하다보니 한개 두개 완료하고 있어서 신기했어요. 나.. 아닌 줄 알았는데 고프 행동 잘하네...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정말 신기한 건 1차 지침 반응이 그리 오지 않았던 상대방도 제게 지침 내용을 자꾸 묻더라구요. 뭘 묻나 정말 궁금했는데... 제게는 남자 이야기를 물어봤어요. 그리고 안 볼 것 처럼 하더니 연락한 이유를 묻더라구요.
상대방이 동물(뭔지는 비밀)을 키우는데, 제가 그 동물을 좋아해서 '혹시 연락한 거 그 동물 때문 아니지?'라고 2번은 물어본 것 같아요. 미해결과제 답변을 걱정했는데 다행인지 묻진 않았어요. 그리고 상대방이 말이 자주 없길래, 이정도면 됐다 싶을 때 제가 먼저 일어나자고 했어요.
제가 상대방과 걷다가 '시간이 이른데 잠깐 산책하고 갈까?'라고 물었어요. 상대방이 ㅇ_ㅇ 이 표정이길래 저는 웃으면서 됐다고 집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상대방이 '나중에 만나면 되지~'라고 하더라구요. 그후 저는 집에 돌아왔답니다.
집에 들어가서 오늘 어떤 대화를 했는지 머릿속으로 짚어보는 중에 아차...^^ 신뢰감 높이는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정말 너 징하다.
만남 상황에서 상대방이 몇 번 물어보던 '왜 연락했냐'는 말에 신뢰감있게 잘 대답하면 됐는데 그냥 궁금해서 했다고 몇 번 얼버무렸거든요.
저도모르게 2차지침으로 사실 자존심이 조금 상해있는 상태였나봐요. 그래서 프레임 높이기는 잘 했지만 정작 제 헤어짐의 이유였던 신뢰감은 등한시한거죠. 아직 상대방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은 상황이라 침착하게 생각해봤어요.
내 프레임이 높은 건 맞다. 그런데 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그럼 당연히 신뢰감 문제겠지... 신뢰감 높이기는 과하게 할 거 없이 왜 연락했냐는 질문을 언급하면서 원래 하려 했던 내 예전 행동에 대한 사과를 해야겠다. 만나서 하려 했는데 막상 보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말도 넣어야겠다. 하고 필요한 말만 쏙 넣어 상대방에게 카톡을 했어요.
상대방은 읽더니, 괜찮다고, 이해한다며 자기도 속으로 담아둔 얘기가 많았다며 오랜만에 봐서 어색하기도 하고 입밖으로 내기가 어려웠다고 다음엔 술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고 대답이 왔어요. 그리고 그 밑에 덧붙여 '네가 애인이 생기기 전까진 만날 수 있으니까 (이모티콘)' 이렇게 왔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온 계기는 오늘 만남에서 '전애인과 친구로 지낼 수 있냐'라는 말이 나왔는데, 저는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친구로 지낼 수 있지만 다음 애인이 생기면 끊어낼 거라고 했거든요. 그게 예의인 것 같다고.
어쨌든... 알겠다고 대답하고 대화는 끝났어요. '왜 언젠지 지금 안 정해!!!!!!!!!!!!!!!!!' 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지만 차분하게 알겠다고 대답하는 제 양면성이 재밌네요.
여러분... 우리 다 힘내자구요! 이렇게 글로 쓰니 조금 진정도 되네요.
서영쌤... 제가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라도 신뢰감을 올리는 연락 보낸 건 나쁘지는 않은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한 번 더 만나보고 에프터메일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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