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서예나쌤 / 고프저신 60% / 랜선 썸 / 긴 글
우유비누
2021. 09. 02
안녕하세요, 예나썜, 서진쌤, 그리고 내담자 여러분!
저는 예나쌤께 음성 상담을 받은 스물 초반의 여자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군대에 있는 남성 분과 1달 남짓한 랜선 썸을 타고, 난데없는 저신뢰감 행동으로 잘 되던 썸을 부숴버린^^ 사람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회는 되지 않았습니다.
지침도 지키고 공백기도 충분히 지켰는데, 비록 내가 선 만남제시를 하긴 했지만 만남까지 이뤄졌는데, 왜 잘 되지 않았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듯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짧은 썸 기간에 비해 공백기가 지나치게 길었습니다.
썸을 탄 것은 한 달, 공백기는 자그마치 아홉 달이었습니다. 예나썜이 제시하신 기간보다 두 세 배는 긴 시간이었지요.
어차피 남자는 군대에 있으니 대체자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선뜻 연락하기 두렵다는 생각으로 공백기를 지나치게 늘린 것이 오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오직 전화와 카톡으로만 이어진 썸이었기에 실제 만남이 이뤄졌을 때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얼굴을 보고 썸을 타게 되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기류는 상당히 어색하더군요.
얼굴이나 목소리가 달랐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 사진으로 보고 전화로 들었던 목소리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생경한 느낌은 들더군요. 이전에 서로가 실물을 보고 대화를 나눴더라면 친구는 되었더라도, 썸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성으로서 가까워지고 싶다, 즉 프레임이 높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상대도 저에게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하구요.
한마디로 만났을 때 양쪽에서 이성적인 스파크가 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얻은 교훈은, 실제 만남을 통해 썸을 타는 것과 랜선으로만 썸을 타는 것에는 차이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정작 만났을 때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전 여자친구와의 점수 싸움에서 졌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가장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년 정도 헤어져 있지만 잊지 못했던 전 여자친구가 전역 즈음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관계가 진전되고 있고, 남자 분은 곧 고백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제게는 타이밍을 놓쳐 미처 말을 못했다며, 오히려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했습니다.
(여기서 연애 경험이 많거나 프레임 높이기에 노련하신 분들이라면 카운터를 치셨겠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점은 좀 아쉽네요.)
1년이나 헤어져 있었는데도 다시 만나고 싶던가요? 물으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별의 원인이 된 단점을 고친 듯한 모습에 다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여성 분께서 어떻게 신뢰감을 회복하셨는지는 모르나, 그 전에 그만큼 여성 분의 프레임이 높으셨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도 전 연애가 많이 힘들었다고 들어 여성 분이 저보다 더한 고프저신이었음을 예상할 수는 있었습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고프저신의 연인과 헤어져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남성 분께 저는 리바로서 역할을 다하게 된 셈입니다. 분하긴 하지만 인정해야 발전이 있는 거겠죠.
저와 달리 면대면 만남을 갖던 사이에서 사귀는 단계까지 가고, 특히 고프저신으로 연애를 끝내셨던 분들은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에 너무 괘념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사귈 정도의 프레임을 갖추신 분들입니다. 상대를 힘들게 할 정도의 매력은 쉽게 잊히지 않아요. 이 사례를 보면 조금은 체감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썸 재회를 실패한 입장에서 썼지만, 사실 저는 만족합니다.
5개월째 대체자와 달달한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 썸남보다는 못하지만 높은 프레임에, 완벽한 신뢰감으로 제게 안정감과 행복을 주는 사람과요.
구 썸남이 전 여자친구와 다시 잘되고 있다고 한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홀가분해진 이유도 이것입니다.
그동안 썸남의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제야 온전히 제 연인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미해결과제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양쪽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얼마나 큰 안도로 다가오던지요.
구 썸남과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끝났다는 찜찜함 (미해결과제 1) 과 예나쌤이 주신 지침을 모두 수행하고 그 결과까지 보고 싶다는 궁금함 (미해결과제 2), 상상 속에서 더욱 부풀려진 구 썸남의 프레임과 높은 객관적 가치 (상대의 높은 프레임) 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현 연애에서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했다면 구 썸남에게 목매지 않았겠지’, ‘저 포도는 실 거야, 내 포도로도 충분히 달아. 라고 자위하는 꼴이네’ 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심들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의심해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일부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대체자가 구 썸남보다 객관적 가치가 약간 낮기도 하구요.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완벽한 신뢰감과 괜찮은 프레임을 갖춘 사람이기에, 구 썸남이 제게 재회 신청을 했다고 한들 남자친구를 저버리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1달 남짓 썸을 탄 고프저신의 썸남과, 이제 곧 반 년을 향해 가는 고프고신의 대체자의 싸움입니다.
후자가 이길 수밖에 없겠지요. 전자가 아트라상을 만나지 않는 한이요
마지막으로 예나쌤, 통쾌한 소식을 들고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성공적인 후기를 남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다만 저는 그동안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구 썸남에게 연락을 계속 찔러보게 되어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야 모든 게 정리되니 시원한 마음도 듭니다.
예나썜의 칼럼과 제게 해주신 상담 내용은 즐겨찾기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예나쌤 자신도 챙기시면서, 늘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은 건조하게 썼지만, 정말 많이 애정하고 존경합니다 예나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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