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하서영 상담사님 후기
llmelongll
2021. 08. 08
연상연하/60%/저프남자/자존심 센 남자/사회적 지능 낮음
우선 저는 오늘 2차지침까지 끝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백기었어요. 재회는 아직같습니다ㅎㅎ
1. 1차지침 후
사실 전남친이 저프라는 건 상담하고 알았어요. 이론 공부하기 전엔 자존심이 세다는 게 곧 자존감도 높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존심이 워낙 세서 1차 지침문자 전송 후에 아무 반응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첫 날은 덕담이 오더니 다음날 차단했음에도 부재중 전화, sns dm과 전화, 친구한테 연락 부탁, 찾아오기 등등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였어요.
정말 칼럼에서 보듯 '제 전남친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라는 말은 먼 세계 얘기입니다. 그런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1차 애프터메일을 날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상담사님이 말씀해주신 반응일 뿐인데 뭐 그렇게 당황했는지.. 다른 분은 그런 일 없길 바랍니다.
제 전남친은 이틀 그렇게 반응을 보이더니 잠잠했네요. 저도 상담사님의 지침을 따라 만나지 않았고요.
그러고 전남친한테 저는 다 차단당했어요ㅎㅎ 카톡, sns 전부요.
전남친의 톡은 지침 후 제가 차단한 것 처럼 하고 안 읽다가 며칠 후에 읽었는데 그 사람의 진짜 진심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엄청 흔들렸어요.
혹시라도 마음 약하신 분들은 그냥 차단하고 안 읽는 걸 추천합니다. 이후 전남친은 취미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이라 거기서는 계속 마주쳤는데 이것마저도 며칠 나오더니 아예 그만뒀어요.
보고싶은데 볼 수도 없고 워낙 sns도 활동하지 않던 사람이라 속이 타들어갔죠. 그런데 칼럼과 후기들에 있듯이 sns활동 일절 안 하던 사람이 부지런히 반응했습니다.
제가 뭐만 올렸다 하면 2~3일?만에 카톡이나 sns로 본인도 뭔가를 올렸어요.
음... 따지고 보니 전남친도 일주일~열흘 사이로 계속 반응을 보였네요. 저는 다 차단당해서 주위에 있는 겹지인들이 소식을 전해줬고 보면서 '자극을 받는가보구나'하면서 더 열심히 지침을 수행했습니다.
아, 프뮤나 프사는 의미 둘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음악이야 뭐 다 슬프고 사연있는 거고 나랑 관련있는 프사는... 그냥 자기 혼자 그리워하거나 생각없이 올리니까요.
저는 평소에 내 사진은 잘 안 올렸는데 sns관리를 하려고 더 예쁘게 꾸며 많은 사진을 찍다보니 희한하게 제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카메라 앞에 서는 제가 자연스러워졌어요.
주변에서 연애하는 것 같다고 하고 예전에 저한테 들이댔다가 떨어졌던 남자들도 다시 연락오고 그랬네요.
1차 지침 후 상대방의 반응에 많이 흔들리시죠? 그 마음 알아요.
그런데 그 때 받아주면 얼마 안 가 금방 헤어질거예요. 제가 시간이 지날 수록 든 생각이 그거예요.
저에게 공백기란 서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며 빈 자리를 통해 소중함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었네요. 물론 저도 매달리고 온 내담자입니다.
그런데 그 매달림이 그 당시에는 우릴 위한 거고 우릴 위해 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릴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저를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었어요.
사귀면서 혼자있을 시간이 필요하거나 헤어지고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해놓고 전남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요.
그 때 매달리지 않고 전남친의 생각을 존중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까요?
2. 공백기
지침문자 발송 후 한 달은 미친듯이 시간이 안 가요. 한 달이 일 년 같았네요.
뭘 해도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고 달력을 보면 항상 제자리인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꾸역꾸역 살았어요. 정말 말 그대로 꾸역꾸역.
나는 상담받았으니 잘 살 수 있고 내 전남친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으며 공백기 뒤에 보자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또 살아져요ㅎㅎ 죽을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지옥이지만 그렇게 또 살아집니다.
못 먹던 밥도 먹고 바닥 쳤던 제 자신을 돌보니 어느새 내 일을 하고있고 사람들과 섞여 웃고있었어요. 못 살 것 같지만 마음에 묻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거예요.
소개팅은 한 3~4번 했는데 전남친 생각만 나고 사람한테 너무 기빨려서... 주로 여행을 다녔어요. 그런데 사람 만나는 거 나쁘진 않은 거 같아요, 특히 나이가 어릴 수록 더더욱!
내프도 내프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변별하는 눈이 생깁니다. 저는 30대 중반을 달려가는 나이라 소개팅 하는 분들이 전부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서 부담스러웠어요. 비혼주의자라서^^...
그리고 소개팅남들은 저의 큰 키에 굉장히 부담감을 느끼고 대놓고 저프짓하는 분들도 있었어요ㅠㅠ 전남친은 저보다 작아도 그런 건 없었는데....(이러니 전남친만 생각난다는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 수록 무뎌지고 제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먼저 연락하는 게 싫어졌어요. 그래서 2차 애프터메일로 그간 있던 일을 알리고 연락오게 하는 지침을 달라고 했어요.
(아, 여기서 전남친이 저를 차단하고 왜 그렇게 미친듯이 프사와 프뮤를 바꾸고 sns활동을 하는 건지, 제가 보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이걸 물어봤는데 제가 차단하고 활동하는 걸로 잘못 이해하시고 답변주셨어요ㅠㅠ 다시 답변달라고 하려다가 말았습니다.)
그러고 공백기가 다 채워가는 시점에 갑자기 잠잠해졌던 제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이제 마음이 많이 식었구나 했는데 이놈의 마음이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마지막 일주일은 정말 고비였습니다.
일주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으로 꾹꾹 참았네요. 그리고 2차지침은 원래 받았던대로 그냥 문자지침으로 하기로 했어요.
원래 눈 앞의 과제를 못 보는 스타일이라... 성격이 급해서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었거든요ㅎㅎ 결과가 좋든, 나쁘든... 공백기동안 전남친은 차단해제, 연락 일절 안 했어요, 대단한 자존심이죠?
그놈의 자존심 끌어안고 잘 먹고 잘 살라는 말만 수없이 했네요ㅋㅋ
3. 2차지침 후
굉장히 감성적인 문자라... 보내기 전에 엄청 고민했어요. 쓰면서도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느낌... 누워서 이불킥을 몇 번을 했는지... 카톡까지 다시 탈퇴해가며 내가 이래야 하는가 싶었죠.
그러다가 결국 보냈고 전남친은 5시간 있다가 답변이왔어요. 내용은 상담사님이 예상하셨듯 덕담인 듯 하지만 무뚝뚝, 딱딱..
톡이 오는 알림을 봤지만 바로 읽기는 존심상해서 1시간 후에 읽었어요.
'잘 지낸다, 잘 지내라, 다신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이 말을 보는데 오랜만에 심장에 바늘 꽂혔네요.
'뭐라고 보낼까, 쿨하게 쿨하게'를 생각하다가 연락왔다고 말을 더 이어가려는 제가 짜증났어요.
그리고 아직도 자기 자존심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남친의 모습에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뚝 떨어졌어요.
그래서 '무슨 일 없다니 다행이다, 두문불출해서 뭐하고 사나 궁굼하기도 했다, 그런데 넌 여전하다(이건 나름 궁금증 유발?이었습니다), 나중에 얼굴 한 번 보자' 이렇게 보냈습니다.
정말 미쳤냐고 할 만도 한데ㅋㅋㅋ 모르겠어요.
물론 2차문자 보내기 전에도 수없이 고민했어요, '다시 연락하는 게 맞는가, 그냥 이대로 끝내는 게 맞지 않을까, 이대로 끝내면 잊히지 않을 사람이 될 텐데 괜한 짓 하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면 다를 수 있으니 해보자, 안 하면 후회할거야' 하는 마음으로 보냈어요.
전남친의 자존심발동도 가볍게 받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김이 빠진다고 해야하나? '아니, 아직도???'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다른 후기에서 '다신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던 분들 많이 봤어요. 자존심 발동인 것도 잘 알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손 내밀었는데 안 잡은건 너야.' 하는 마음으로 그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허무하네요.
다시 연락하면 잘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진짜 마음이 건강한 사람 만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자존심으로 똘똘뭉친 이런 사람한테 생각투자 그만 하고싶어요. 매달리고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하고 빠르게 회복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진짜 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헤어지고 나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늦은 나이에 하는 진짜 사랑이라 이별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젠 이별 후를 알고나니 덤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격차이로 헤어진다는 말... 안 믿었는데 그럴 수 있네요. 부딪히면서 맞춰가는 저에 비해 멘탈이 약한 그 사람은 부딪히는 걸 두려워했어요. 첫연애라 연애판타지가 큰 저에 비해 그 사람은 더 성숙하고 편안한 연애를 추구했고요.
시간이 지나면 맞춰질 거라고 생각했고 이번 일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봅니다.
내담자분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공백기를 초조한 마음에 날리지 마시고 알차게 보내세요. 공백기가 원망스럽고 싫겠지만 나와 그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 같습니다.
지침 수행한 후에 쓰는 후기라ㅋㅋ 엉망진창이네요. 그래도 답답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PS-방금(23시 23분) 전남친한테 다시 톡이 왔어요ㅋㅋ 아까 22시 10분?에 1사라진 거 봤는데 말이죠.
'나중에 취미활동에서나 보겠지 뭐 따로 볼 일은 없고' 저는 자는 척하고 내일 보내렵니다.
이 톡을 보니 가소롭고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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