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안 읽어도 상관 없지만 읽으면 어라라 재미있네 할 후기.
큐티공주
2021. 02. 16
이것은 그간의 상담 후기와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다. 나의 상대는 근 3년을 만난 남자이다. 헤어진 지는 거의 7개월이 넘어가고 있고 연락이 완전히 끊겼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었음에도 나는 남자에게 미련 가득한 연락들을 받았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내가 알 수 없게 하기도 했고, 괘씸한 녀석. 처음에는 정말 많이 무너졌으나 이론에 나온 것처럼 리바운드는 내가 신경을 써야 할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하더라고. 하지만 사람인지라 당연히 신경은 쓰이지.
지금까지 같은 상대로 하서영 상담사님께 두 번의 상담을 받았고 늘 반응은 참 폭발적이었다. 내가 혼자 만든 지침 문자에도 그랬다. 근 3년을 만나면서 얘랑 나는 정말 전쟁같이 싸운 날이 참 많았다. 남자에게 안 들어본 막말, 욕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아트라상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 많은 나쁜 말들이 나는 무너지게 했으니까. 지금에야 내 프레임이 높구나,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상처가 되는 것을 사실 어쩔 수 없다. 말은 계속 남고 글은 휘발되지 않으니까.
1차 상담에서는 생각도 하기 싫지만 내 기준 절대 말도 안 되는 일로 상황을 말아먹고 급히 서영 상담사님께 메일을 보냈었다. 너무 충격이 커서였는지 몇 번이나 메일을 보냈는지 몰라. 많은 무력감이 들기는 했지만 매일 술을 마시거나 울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래도 꽤 많이 울고 힘들기는 했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했을까 싶었지만 나중에는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 했던 거 같다.
사람이 무너지기만 하는 법은 없다고 그러다 남자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 이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니 남자의 생각은 잘 안 나더라고. 나에게는 이 사람이 리바운드였을 것이다. 가끔 내가 이 사람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호감이 없었다면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남자가 리바운드를 완전히 정리하고는 내게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수없이 전화를 무시하자 제 친구 걸로 걸더라고. 결국 받으니 주절주절 후회한다는 소리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 나는 화도 나지 않았고 그냥 그 소리들을 듣고 있었다. 괘씸하기는 했지. 그런 일을 만들고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제깐에는 용기 낸 전화였겠지만 나에게는 아녔다. 물론 솔직히 조금은 흔들렸다.
중간에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얘도 정리하고 만나고 있던 사람 역시 정리했다, 결국 얘랑 나는 다시 연락이 닿았지만. 아무튼 시간을 갖자는 말을 하고 무한 이중모션을 반복하며 애매한 사이로 지냈다.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함께 하기도 했고, 뭐 그런 사이. 그리고 나는 아무런 노력 없는 남자의 모습과 이런 관계에 지쳐갈 때쯤 2차 상담을 신청했다.
2차 상담 역시 서영 상담사님과 함께 했다. 내가 서영 상담사님이었다면 정말 나를 쥐어박고 싶었을 거야, 진심으로. 하지만 상담사님은 한 번 더 힘 내 주셨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 주셨다.
남자에게서 연락이 미친듯이 왔지만 전부 싹 무시했다. 제 뜻대로 안 되니 남자는 막말을 비롯해 욕설을 보내기 시작했다. 참 사람 안 변하는구나 싶더라고. 한편으로는 네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상담사님께서는 남자가 이렇게 여자를 좋아하는 케이스는 오랜만에 본다고 해 주셨다. 정말 남자가 평생 잊지 못할만큼 사랑하는 케이스라고, 남자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고. 그 말들을 읽는데 이상하게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얘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생했을까 싶어서.
철이 없었죠, 이 남자를 다시 만나려고 했다는 자체가. 어쨌든 상담을 받을 일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내가 한심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처방 받았던 안정제 몇 알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얘랑 나랑 다시 만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입만 산 이 녀석은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그러니 신뢰감은 점점 더 떨어졌고 현타가 오더라. 내가 무엇을 위해 지금 내 감정, 시간들을 투자하고 있는지.
그만하자고 했다가 또 받아줬다가 내 번복이 어떤 영향을 끼칠 줄 알면서도 그랬다. 어쩌면 나를 붙잡는 모습을 보면서 확인을 받고 싶었었나 싶다. 남자는 항상 상처라는 단어를 쓰며 제 상처를 앞세웠다. 나는 그런 모습이 되게 못나고 찌질해 보이더라고.
하루는 혼자 생각을 하는데 그냥 내가 좋았던 때로, 얘를 좋아했던 내가 그리운 건 아닐까, 내가 좋아했던 모습은 이제 없는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까 좀 서러워졌다.
그런데도 잘 안 됐다, 얘를 마음에서 놓는 게. 그렇다, 나는 프레임의 노예였던 것이다. 나는 이 친구를 생각 했을 때 나쁘게 프레임을 잘 높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반대로 사회적 지능은 좀 낮은 사람 같았고. 자존심은 세지만 내적 프레임은 또 참 낮았다. 그냥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사람. 상담사님은 추천하지 않는 남자였다, 내가 눈을 많이 낮춰 한 연애라고. 뭐 다 얘 탓도 아니고 좋은 점도 있겠지만 쓰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쓸 수 있는 것도 없다. 얘나 나나 본능적으로는 끌렸지만 서로에게 신뢰감이 너무 낮았다.
아무튼 그렇게 번복을 하다 얘가 먼저 정리하자는 말을 했다, 아주 괘씸한 말까지 더해서. 나를 밀어내니까 더 끌려가더라고. 그래서 한 번 붙잡았다. 그렇게 끝내자고 해 놓고도 계속 다퉜다. 정말 쓸데없었다.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담을 했었는데.
그 뒤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싸움을 걸어오거나 내 반응이 시원찮으면 말도 안 되는 시비를 붙이고 그랬다. 그럼 그냥 똑똑히 내 생각을 이야기 하거나 무시했다. 나는 차라리 무시하는 게 더 나았던 거 같다. 말을 해도 못알아먹어 내 속만 타들어가고 지치더라고.
정말 만사가 다 귀찮아 지루하게 일상을 반복하며 지내고 있으니 생각이 더 나기도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공부를 하고 배우기 시작하니 조금씩 나아졌다. 그때쯤 친구에게 데이트 어플 하나를 소개 받아 시작했다. 전에도 잠시 해 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좀 얘 생각이 더 커 의욕이 없었던 거 같아.
한참 다시 이론들을 보고 상담글, 메일을 복습하면서 대체자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니라면 꿈에서 봤을 수도 있고. 히히. 뭔가 그래, 이거다! 했던 거 같아. 그때부터 정말 열정적으로 데이트 어플을 하고 소개도 받고 그랬다. 주말마다 남자를 만났다. 만나면서 배웠던? 읽었던 것들을 대입도 해 보고 하니 어라라? 싶더라.
마치 데이터를 모으는 기계처럼 좀 지내니 지치기도 했는데 차라리 전보다 나았다. 바보같이 매달려있고 남자에게 신경이 온통 가 있는 것보다 생산적이고 좋은 활동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와도 마음이 동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만나는 일 자체를 안 하지는 않음. 꾸준히 만나려고 함. 그 녀석들이 사진으로 사기를 친 문제도 있지만 괜찮아도 남자가 종종 생각이 났답니다. 또 가끔 새벽에 남자에게서 연락이 올 때가 있었다. 그럼 잘 참고 견디다가도 무너지고 또 보고 싶어지고 그래서.
얘나 나나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은 절대 안 했다, 보고 싶다 정도는 했어도. 최근으로 돌아오자면 만나서 밥 먹고 같이 걷기도 하고 같이 있기도 했다. 나는 얘한테 너같은 사람 만나고 싶지 않다, 붙잡을 생각도 없다, 마음 정리를 다했다 라는 소리도 들음.
근데 생각해 보면,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 본다면, 정말 정리가 다 됐는데 다시 만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굳이 밥을 먹자고 할까? 보고 싶다고 이야기 할까? 연락을 할 때마다 답장을 해 줄까? 그리고 종종 자기가 먼저 연락을 할까? 감정이 없는데 화를 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감정이 없고 마음 정리가 다 됐는데 굳이 시간과 감정을 투자하고 싶을까. 이성적으로 계속 서로 거부하고 있지만 사실 쉽게 사라질, 없어질 마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재수없지만 얘는 나를 못 잊을 거라는 이상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쉬운 거지,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똑똑하게 대처를 하고 노력했더라면 달랐을까 싶어서. 밥을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서 조금 더 걸을까 했더니 버스는 많지 하더라. 그래서 얘랑 나는 조금 더 걸었다, 팔짱도 끼고. 그냥 좋았던 거 같아. 보고 싶었으니까.
집 앞까지 와서 울면서 내가 붙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후회스럽고 자존심 상하는데 그렇게 해 봐서 내가 지금 마음이 더 편한 걸 수도 있다. 걔는 계속 부정했지만 결국 같이 하루를 보내고 내가 다시 한 번 더 붙잡았다. 안 되는 거,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될 텐데 생각은 했는데 저질러 버렸다. 히히. 약간 망한 거 같지만 아무튼 그랬다.
계속 이성적으로 거부하는 걔 말을 들으면서 마지막에는 나도 덤덤히 인정했다, 걔한테 마지막에 온 카톡은 보지도 않고 나가버렸고. 이것도 그냥 뭔가 내 자존심이라고 나는 생각해. 자존심 버리고 다 앞에 그렇게 해 놓고 하나는 지키고 싶었는 듯.
그래도 전처럼 막 매달리거나 하지는 않게 되는 거 같더라고. 만나기 전에는 정말 계속 생각 나고 그랬는데 상담 신청을 해 놔서 그런지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랑 연락하고 약속 또 잡으면서 잘 지낸다.
하나 느낀 게 있는데 서영 상담사님이 해 주셨던 말씀 중에 모태 고프레임이라는 것만 잊지 않아도 좋을 거라고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거라고 해 주셨는데 이상하게 얘한테는 내가 주눅이 들어있고 눈치를 많이 보고 그런 거 같더라고. 다른 남자들 만났을 때에는 절대 그런 게 없었는데. 거기서 또 정신 차리자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실 잊고 그냥 새로운 사람 만나면 참 편하고 좋은 건데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어디 시원하게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또 이곳에서 위로를 받아가는 거 같음. 같은 마음으로 보인 다른 많은 사람들.
재회를 할 수 있다면 뭐 좋은 거겠지만 일단 재회보다는 내 마음, 나를 위해서 받고 싶은 게 더 큰 거 같아. 처음으로 다른 상담사님과 하는 상담이라 떨리기도 하고. 히히.
서영 상담사님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렇지만 이렇게 되었답니다. 하하하하. 그때 제가 관심있다더 남자는 그냥 바이바이 했고요. 하지만 지금 열심히 또 다른 사람들과 연락 중이에요. 이 편이 저에게 더 나은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저 나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엄마 말은 사실 하나 틀린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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