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장기썸/단기연애/저프고신/1차지침 후 공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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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6. 26
안녕하세요. 저도 공부 및 내프안정을 위해 틈나는 대로 들어와서 습관처럼 후기와 칼럼을 읽고 있는 내담자로서,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후기 남깁니다.
제 키워드를 말씀드리면, 장기썸/단기연애/저프고신/70%이상/섣부른 재회로 프레임재하락/다시 1차지침 후 공백기
우선 저는 1차 지침 실행 후, 공백기를 갖고 이제 2차 지침을 실행하려고 하는 중입니다.저는 동갑내기 직장동료와 친구처럼 지내다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어, 분명 단순 남사친/동료이상의 사이이나 연인으로는 발전되지 못하고 거의 3달간 장기 썸을 타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다 사귄다고 아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따로 데이트 한 번 해본 적이 없었죠. 그 때 이렇게 길게 썸을 타본 적도 없고, 상대의 확신을 주지 않는 태도에 너무 답답해서 1차로 최시현 상담사님께 상담을 받았습니다. 당시 최시현 상담사님은 제 프레임이 충분히 높지 않아서라고 진단을 내려주셨고, 더 이상 힘들면 먼저 도박을 걸어볼 수는 있으나 그 방법은 추천해주시지 않으셨고, 계속 친구처럼 지내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저에게 기회가 올 거라고 하셨어요. 그 이유는 소규모 회사의 직장동료였고, 상대방이 전여친이랑 장기연애(2년 정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아주 오래된 SNS흔적은 있으나 정확히 언제 헤어졌는지 제가 알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담사님 말로는, 상대방은 분명 저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맞으나, 사회적 지능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만약 아직 여자친구가 있는 거라면) 절대로 다른 사람들과 자기 기준에 어긋날 만할 행동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반대로 여자친구가 없는 거라면) 제 프레임이 애매해서 여러 상황상 사내연애를 시작하는 게 부담되므로 그걸 감수할 만큼의 프레임이 아니라고 하셨죠. 그래서 굳이 도박하기 보다는 그냥 상대방에게 너무 매달리는 행동을 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편하게 지내라고 하셨죠.
그리고 그 말씀대로 제가 늘 먼저 다가가다 거리를 차츰 두니 상대가 먼저 다가오더라구요. 제가 연락을 씹어도 계속 연락하고, 한번 저의 달라진 의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굉장히 많았구요. 그래서 다시 서로 더 가까워지고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다만 정식으로 고백받고 사귄 게 아니라, 늘 업무상 붙어다녀서 어중간하게 관계가 시작되고 애매한 저의 프레임 때문에 다시 고민이 생겨서 하서영 상담사님께 2차 상담을 받게 되었답니다. 최시현 상담사님과의 상담도 좋았지만, 우선 제가 처음 상담해보는 거라 뭘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몰랐고 썸/짝사랑이 키워드라 크게 풀어낼 이야기가 없어서 상담이 간결했던 반면, 하서영 상담사님과는 어느 정도 관계가 진척된 상황에서 상담을 받게 되고 제 프레임을 높이기 위해 지침들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들을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와 닿고 뭔가 이제서야 정식 상담을 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2차 상담 내용은 상대방과 장기썸에서 벗어나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한동안 서로 불붙어서 잘 지내다가. 상대방의 텐션이 급격하게 죽어서 그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에 관해 주로 물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상대방과 뭔가 특별하게 문제가 있어서 싸우거나 큰 갈등이 있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조차 X). 어떻게 보면 보통의 다른 분들 연애하고 다르기도 하고 그만큼 제 프레임이 낮았다는 얘기겠죠. 우선 하서영 상담사님이 제 사연을 듣고 하신 말씀은, 제가 너무너무 착하고 이건 사귄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방의 저에 대한 헌신도가 낮았다고 하셨어요. 실제로도 (비밀)사내연애이다보니 딱히 특별히 데이트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매일 같이 붙어있으니 상대가 굳이 저한테 노력할 필요도 없었구요.
막 연애시작한 초반에 꽁냥꽁냥 잘지내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상대가 저의 프레임이 낮으니 급격히 텐션이 죽어서 + 본인 업무로 인한 상황적인 스트레스로 연락빈도수가 점점 낮아지고 며칠간 사전양해도 없이 연락을 안해도 저는 그에 대해 따지거나 화내지 않았어요. 다시 연락와서 상대가 본인상황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안하다고 했고, 저는 그걸 굳이 따지고 화내고 싶지 않아서 상대에게 답답하고 실망은 했지만 이해해주고 넘어갔죠.
아무래도 같은 회사에 다니니까 상대방의 업무적 스트레스나 상황적 어려움을 직접 보고 겪으니 이해도 됐고, 제 딴에는 굳이 일일이 싫은 소리하는게 더 프레임이 낮아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하서영 상담사님은 당연히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착하고 간섭을 1도 안하니, 상대도 당연히 저한테 뭐라고 할 게 없다고(즉, 제 프레임이 낮아서 헤어지자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제가 아무것도 안하니까 상대도 그냥 관계를 유지하고 냅두는 거라고)하시더라구요. 그만큼 저는 채찍과 당근을 제대로 쓸 줄 몰랐죠.
그래서 우선 프레임 높이는 방법을 쓰면서 상황을 지켜볼 수는 있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헤어짐을 고하면서 프레임을 높이는 초강수를 둬야한다고 하셨어요. 저는 저프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지침이였지만, 사실 장기썸과 짧은 연애기간 동안 상대의 그런 헷갈리고 애매한 태도에 너무 많이 고민했고 지쳐서 이렇게 만날 바에는 그냥 헤어지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이상 더 나빠질 상황이 없겠다 생각하고 그대로 지침을 실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제 글만 읽고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지침을 결정하진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바로 1차 지침을 날렸고, 상대는 읽었으나 3일동안 답장이 없다가 쿨한 척 그동안 고마웠다는 식의 답장을 보냈습니다. 저는 지침대로 무시했고, 저희는 사내연애여서 자동가능성제시가 되었기 때문에, 며칠 뒤에 상대방과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쳤고 같이 퇴근할 기회가 있어서 상대가 저를 데려다주다 헤어짐 통보 외에 그간 서로 못했던 얘기들(회사일)에 관해 물꼬가 트여서 장시간 얘기하게 됐고, 상대방이 아무렇지 않게 갑자기 포옹해서 좀 놀랐지만 받아주고 그 날은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상대는 다시 자연스럽게 저에게 연락을 했지만, 저는 며칠 무시하다 상대의 휴일날 먼저 만나자는 요청이 왔고, 제가 이에 수락해 만나서 다시 데이트를 하고 헤어진 거에 대해 얘기를 나눴죠. 지침대로라면 매달리는 게 아니니 만나자는 요청을 무시했어야 하는게 맞는데, 저는 사내커플이라 자동가능성제시가 너무 쉽게 됐고, 당시에 머리로는 지침을 이해했으면서 몸으로는 완전히 체화하지 못해서, 이번 기회에 만나서 제대로 얘기를 해서 결론을 보자는 어설픈 마음으로 수락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당연히 상대의 이중모션(저를 좋아하지만, 본인 일이 너무 바빠서 저를 잘 신경써주지 못했다는 식의 이야기)에 대한 저의 대처도 미흡했구요. 저는 그에 대해 앞으로는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공유했음 좋겠다는 식으로 또 좋게 마무리 지으면서 당근과 채찍을 잘 쓰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이로써 지침으로 인해 제 프레임은 어설프게 올라갔지만, 완벽한 상태로 재회한 게 아닌게 되어버렸죠. 그러니 다시 당연히 조금 만나다가 제 프레임은 또 낮아졌고, 상대는 또 상황적인 스트레스로 텐션이 급격하게 떨어져 다시 연락이 잘 안되는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되었고 저는 이대로는 다시 안되겠다 싶어서 하서영상담사님께 애프터메일로 긴급하게 연락드렸어요. 사실 제가 처음 지침도 백프로 완벽하게 못 따르고 그에 따라 상황보고도 제대로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서영쌤이 되게 따뜻하고 섬세하게 제 메일에 답변해주셔서 엄청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저는 다시 한 번 지침을 받고, 상대방에게 재지침을 날렸고 상대는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저는 무시했고, 그 뒤로 상대방에게 두차례 연락이 왔고, 저는 짧게 단답만 보냈습니다. (원래는 무시하는게 맞는데, 지침과는 별개로 제 개인적인 이유로 연락이 온 거라 어쩔 수 없이 답한 겁니다.)
그리고 프로필 사진 관리하면서 프레임을 높이면서, 제 내적 프레임도 높이기 위한 기나긴 공백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사실 처음에 공백기를 어떻게 보낼까, 나도 남들처럼 울고 불며 극적인 매달림과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언제 연락이 올까 이런 헛된 기대도 해봤지만, 역시나 낮은 내프와 극심한 자존심으로 상대방은 그 뒤로 저에게 먼저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SNS도 안해서, 상대 상황에 대해 알 방법도 없었구요. 늘 끊이지 않고 여자를 만났던 상대라, 벌써 리바운드를 구했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연애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지침으로 제 프레임이 제대로 높아졌다면, 상대는 저만큼 잘해줬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 힘들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아쉬울 만큼의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침 때문에 프레임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가 먼저 헤어지자는 방법을 쓴 건 맞기 때문에(사실상 그런 연애라면 헤어지는 게 맞기도 맞았구요), 상대한테서 당장 극적인 반응이 안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저도 매번 지침 실행할 때마다 뼈저리게 이렇게 연애할꺼면 헤어져서 혼자 지내는 거랑 별반 다를게 없다라고 각오하고 한거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내프가 무너지는 날에는 상대가 나한테 헌신하지 않았던 태도, 못해줬던 것들만 생각하면서 이성을 차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혼자 운동을 하든, 요리를 하든, 책을 읽든 절대 혼자 구질구질하게 질질 울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한 번의 어설픈 재회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믿든 못 믿든 정 답답할 땐 계속 다른 사람들 후기 읽으면서 시간 보냈습니다. 또 꼭 이성간의 사이가 아니여도, 진정 나를 아껴주고 좋아해주는 내 가족, 친구, 지인들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하고 더 자주 얘기하면서 나를 되찾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러 상황상 대체자를 구하기도 직접 누군가를 만나서 연습할 만한 시기가 안됐기 때문에 프레임 높이는 연습을 따로 하지는 못했지만, 사실 이미 제 마음가짐 자체도 이중모션인 것 같아요.
저프고신 내담자분들은 아시겠지만, 본인이 크게 책잡힐만한 잘못(지나친 집착과 매달림 등)을 하지 않은 이상, 상대방이 고프저신이여서 그냥 착하게 믿어주고 배려해줬던 시간과 경험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굳이 고프저신인 상대방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그 사람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드실거에요. 저 개인적으로는 프레임이야 어떤 식으로든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저도 만만치않은 저프라 우습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ㅎ), 한 번 잃은 신뢰감은 솔직히 쉽게 혹은 거의 되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그로 인해 받은 상처로, 저도 모르게 약한 트라우마도 생긴 것 같고 상대의 프레임이 남아있어서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 복수심도 있지만, 또 다시 상처받기 싫고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계속 드네요. 무엇보다 당장 재회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재회하고 나서 건강한 관계유지가 가장 중요한 거니깐요.
후기에 초고프저신, 고프저신분들이 꽤 보이시던데, 상대방이 너무 착한 저프고신이여서 본인들한테 잘해줬던 거 우습게 생각해서 온갖 성질머리 다 부리셨던 분들 계신다면, 꼭 정신차리시고 갑질 더 이상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저프고신도 사람인지라 뇌가 계속 고장나지 않은 이상, 언젠가는 이성이 돌아오게 되어있어요! ㅎㅎ
어쨌든 그래도 기왕 지침도 실행하고 공백기도 다 지켰으니, 남은 2차 지침까지 잘 실행해보고 그 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저도 어떻게 할 지 좀 더 확고하게 마음의 결심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다른 분들 후기처럼 과감하게 저도 재회포기하고 미련 1도 없습니다라고 말할 자신까지는 없어요. 그 이유는 저도 2차 지침 때가 다가오니, 공백기동안 오히려 상대방 생각 1도 안하고 지낸 날도 많았는데, 마음이 다시 좀 싱숭생숭해졌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공백기 지키면서 그동안 상대 없이도 아무 지장없이 내 인생 잘 지내왔으니까, 다시 한 번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잘 마무리 짓고 어느 쪽이든 좋은 후기로 다시 찾아오고 싶네요.
지금 당장 너무 힘들고 괴로우신 분들 많이 계시겠지만, 그럴수록 어떻게든 더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세요. 내 자신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건강해야지 이런 심리전에서 더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상대와 헤어졌다고 절대 죽지도 내 인생이 끝나지도 않아요. 진부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얼마가 걸리든 조금씩 나아지는 본인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러니 다들 힘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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