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상대방이 아닌 자신을 위한 상담을 받으시길 바라며.
옵스큐라
2020. 04. 03
안녕하세요. 지난 3월 최시현 상담사님에게 상담을 받은 내담자입니다.
혹시 재회성공인가? 나의 케이스와 비슷한가? 라는 생각을 하시고 클릭하셨던 분들이라면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최종적으로 재회를 포기하고 스스로 완전한 이별을 통보해버렸기 때문이죠.
상대는 제가 처음 만나보는 타입의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시기를 빼면 연애가 어렵다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상대는 만남과정이 꽤나 답답하고 힘들었습니다.
저의 내프나 자존감에 큰 문제가 없던 시기에도 몇번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상대는 상황적 스트레스가 조금만 심해져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무 설명도 없이 숨어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연애도 인간관계의 한 종류입니다.
관계에 있어 ‘신뢰감’이라는 문제는 애정 만큼이나 정말 중요한 부분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중요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면 양해를 구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고 이것이 신뢰감이자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에 몇번의 이별을 고했지만, 늘 상대방이 잡았고 상대의 높은 프레임에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 주는 일이 반복 되었습니다.
절대 이렇게 받아주어서는 안 될 행동이었습니다.(이론을 알고 난 후 깨달음)
관계 신뢰감을 깨버린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나 개선 의지도 듣지 않고 받아주니 상대는 '자기가 너무 힘들어 그렇게 되는 건데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상대방에게 '신뢰도 테스트 머신'이 되면서 자신의 신뢰도도 까먹어 버렸습니다.
관계가 원만히 유지될리 없죠.
최근 저도 상황적 문제가 생겨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그간 쌓였던 것이 공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상황적 문제도 이해받고 싶다는 보상 심리였겠죠. 이것은 저의 명백한 잘못입니다.
자기 상황과 감정에 매몰 돼 상대를 심적으로 괴롭히는 일은 이유를 막론하고 이해 받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결국 상대와 다시 연락두절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스트레스 요인이 됐던 거죠.
처음에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재회, 화해'를 바라고 여러 컬럼들을 읽게 되었지만 여러가지 이론을 접하며 제가 잘못했던 행동들, 상대방이 정말 신뢰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점점 느끼게 되더군요. 즉, 상대는 처음부터 내적프레임이 너무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상담신청서를 작성하며 지난 연애과정 전체를 글로 정리하다 보니 '내가 이 사람과 과연 계속 만나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드라이하게 주요 사실만 나열하며 관찰자 시점으로 돌아보니 ‘갈등의 맥락’을 느꼈던 거라 생각합니다.)
상담 당일, 최시현 상담사님은 '상대방은 내적 프레임이 하위 0.1% 수준이다. 마지막 상황은 저의 잘못이 분명하지만 전체 기간을 보면 그렇지 않다. 내담자님이 간디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모를까, 이 사람과 미래를 계속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제가 가진 의문에 먼저 답을 주시더군요.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답을 주셔서 속으로 조금 놀랐어요)
그래도, 재회를 위한 행동지침과 돌발상황에 대비한 문자지침도 확실하게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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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를 보내며 상대의 높은 프레임에 저도 본능과 이성이 번갈아 올라왔습니다.
애프터 메일로 변수상황에 대한 제 나름의 지침을 확인 받았고, 상담사님은 성실히 의견을 주시면서도 '본능과 이성이 번갈아 오시는 것 같으니 신중히 생각하시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저를 걱정해주시더군요.
결국 상담사님의 예상대로 상대방의 연락은 왔습니다.
저도 이론 이해도가 높아져 프레임 신뢰도 모두 배려하는 카운터로 상대 자존심 발동과 이중모션에 대응하며 주도권은 잡아갔지만 점점 재회의지는 사라지더군요.(저는 마지막 잘못 때문에 중고프 저신 상태였습니다. 공백기와 대회로 둘다 올릴 필요가 있었고 상대 내프를 고려해 제 나름의 판단으로 프4/신6 정도 비율로 대응했습니다. 재회 의지가 더 강했다면 프2/신8 정도로 했었겠죠.)
주도권을 어느 정도 잡은 후 다음 날 '서로의 신뢰감'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만남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공백기를 거치며 조금은 반성적 사고를 하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0.1% 내프의 소유자답게 '누가 더 나쁜지 따져보자'식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더군요. ‘자기방어기재가 너무 심한 상대의 합리화를 깨고 서로 양보하고 노력해보자’는 합의를 도출 할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휘둘리지 않고 '감정만 상하는 언쟁하고 싶은 생각 없다, 더 떨어져 있자'라고 카운터를 친 후 대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것도 제 내프가 올라갔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이겠죠. 그렇지 않으면 휘둘려서 프레임을 읽거나 싸움이 되면서 신뢰도를 잃었을 것 같네요. 내프 관리 잘하세요~)
이때 이미 끝낼 확신이 들었지만 제가 연애하면서 처음으로 '복수심' 같은 게 생기더군요. 지난 세월 쌓인 게 많다보니....
그래서 트라우마가 많은 상대방에게 제 나름 작성한 '인생지침(부처님 손바닥 지침)'을 날려주며 '널 이해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희소성'까지 심어주고, 약 일주일 후 1%의 가능성도 느끼지 못할 담담하고 차분한 이별통보를 했습니다.(상대를 비난하지도 않는 정말 담담한 내용으로)
내프가 낮은 상대방은 공백기+ 카운터로 높아진 프레임에 더해 희소성까지 심어진 상태에서 이별통보까지 받았으니 괴로웠겠죠.
자존심 발동과 자기합리화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장문의 답이 왔지만 공적으로 정리할 부분만 답하고 다른 내용은 무시해버렸습니다.
이제는 반성한다거나 바뀌겠다거나 하는 얘길해도 재회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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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이렇게 컬럼과 후기를 보며 습득한 이론을 총동원해 잔인하다면 잔인한 복수를 마쳤습니다.
상담을 받으시기 전 너무 재회에만 몰입하지 마시고 담담하고 드라이하게 사실만 나열하며 연애과정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컬럼과 후기에 있는 여러가지 상황과 이론을 본인의 연애과정에 대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후 상담을 받으시면 정말 많은 깨달음과 상대와 본인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아무리 사랑하셔도 본인 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내프관리!) 힘든 여러분 모두 상대방을 위한 상담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상담을 받으시길 바라며... 자신을 더 사랑하세요.
(설사 상대에게 복수하고 싶어도 저 처럼 인성나쁘게 적용 가능 이론을 총동원한 잔인한 복수는 하지 마세요;; 전 정말 쌓인 게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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