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1차 지침 반응, 공백기 중 후기(저프고신 남자)
민트바닐라
2019. 08. 28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7월에 이강희 상담사님께 상담받은 남자 내담자구요.
30대, 저프고신, 1년 4개월 사내연애, 환승, 6~70% 확률, 1차 지침 후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민트바닐라’입니다.
상담 말미에 상담사님께서 왜 별명은 민트바닐라라 정했는지 물어보셔서 그냥 민트초코를 이미 누가 쓰고 있어서 그렇게 정했고, 그냥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그랬나보다 얘기했었는데 상담사님께서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네요ㅋㅋ
암튼 매일매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이 내프 자식을 좀 진정시켜보고자 후기를 남겨봅니다.
여친은 연애 전부터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알고 지내던, 나름 친했던 사이였고, 그 전 연애들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컸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감싸주고, 행복하게 해주는데 힘을 쏟았죠.
그 정성과 노력에 여친도 마음을 열었고, 연애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애를 시작하고 느낀 건 사내연애가 좋은 점도 정말 많지만, 그 이면에 힘들고 짜증나는 것도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나 비밀 사내연애다보니 둘 사이의 갈등이 생기면 업무적으로도 피곤해지기도 하고 암튼 뭐 그랬죠.
그럼에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싸우면 늘 져주고(여친이 져주길 바랬고,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 바보였구요), 기념일이든 아니든 편지를 건네고, 꽃다발을 질리도록 사주고... 참 누가봐도 저프인 접니다ㅋㅋㅋ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그만큼 좋았어요.
이강희 쌤도 사귀기 전부터 긴 시간 호감이 있던 거라 뭔가 첫사랑을 만나는 느낌일거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러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저에게 이별을 고하더군요.
오빤 참 좋은 사람이고,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고. 오빠와는 결혼해서 행복할 자신이 없다고. 더 늦기 전에 이쯤에서 정리해야되겠다고. 자기도 고민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거의 모든 내담자 분들이 느꼈겠죠. 하늘이 무너지고, 숨막히는 그 느낌..
이별을 처음 겪은 것도, 이별통보를 처음 받은 것도 아니었으나. 이번엔 예전의 그것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매일 사내에서 봐야하는 상황 땜에 더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정말 징하게도 매달렸습니다.(왜 그랬을까 당시에 나야..)
전화, 카톡, 폭풍눈물, 장문의 손편지 제가 할 수 있는건 다해봤어요. 여친은 그럴 때마다 본인은 희망고문하고 싶지 않다고, 그만하자고.
그러고 두 달 정도는 저는 제가 아니었어요.
잠도 못 자, 밥도 못 먹어, 일은 안돼. 살은 쭉쭉 빠지고, 거의 좀비로 살았죠.
그럼에도 여친은 아무일 없던 듯 저에게 말 걸고, 왜 그러냐 걱정하고, 전화오고, 카톡오고. 통화할 땐 여친도 울고 나도 울고..(여친은 오빠가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반복)
이제 와서 보니 이중모션인거죠.. 제길..
그리 살다 어느 순간 나도 살아야겠다 싶더군요.
억지로 밥도 조금씩 먹어보고, PT도 등록해서 열심히 살자 다짐도 해보고, 여기저기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팅도 받아봤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서서히 내프가 올라오고, 그냥 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이별을 극복해가나보다 싶었던 어느날. 우연히 여친 SNS사진을 봤더니 어떤 남자와 커플사진을 찍어서 올렸더군요.
저랑 만날땐 비밀로 사귀느라, 또한 본인은 남들 눈 신경쓰는 게 싫다며 그런 사진 올리는 건 정말 싫어한다던 그 사람이 커플사진이라니 하늘이 무너지고, 배신감이 장난아니었죠.
내프는 지하의 지하로 정점을 찍었고 잠도 못 자고 그러다 우연히 검색하다 아트라상을 만나게 됩니다.
칼럼과 후기를 쭉 읽어보고, 어차피 힘든 거 해볼 건 다해보자 싶어 상담 신청을 하고 일주일 뒤쯤 이강희 상담사님과 역사적인 상담을 하게 됩니다.
상담사님은 이런저런 속 얘기와 제 사연을 보시곤 “전형적인 착한 남자입니다. 프레임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하시더군요.
네 맞아요. 저는 받기보다 주기를 좋아했던 답답이입니다.
여친이 상처도 있고, 이별 후 공백기가 길지 않은 스타일이라 애정결핍, 나쁜남자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프레임 선호도가 높다는 이야기 등등 그간 맘속에 담고 있던 미해결과제에 대한 답을 들으니 자동으로 내프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는 저프 성향이라 걱정은 되지만 한번 해보자 하던 말씀과 함께 지침을 잘 읽어보고 보내라 하셨습니다.
받아본 지침은 뭔가 상담사님의 걱정과 달리 제 속이 시원한 지침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지침문자를 발송했고 보내자 마자 그 밤에 폭풍 전화가 들어옵니다.
10통 넘는 부재중 전화 카톡은 차단이었기에 알 수 없고, 자존심발동이 엄청난 내용으로 장문의 문자가 옵니다.
내프가 엄청나게 상승했어요. SNS 지침도 빼먹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지침 후 반응은 여기까지만 얘기하구요..
1차 지침 문자 발송 후 반응이 있었고, 그 후 잠잠해진 이 상황, 얼굴은 매일 봐야하는 이 상황에 이따금씩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공백기를 보내는 중이고, 현재 70%정도 지나왔네요. 매주 화, 금요일만 되면 애프터메일을 써볼까하는 생각에 휩싸였지만.. 꾹 참았습니다.
한번만 더 참자는 마음으로.. 그러다보니 견딜만하더군요. 지나고보니 질문할 내용들도 큰 틀에서 보면 지금 상황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이 들었구요.
매일 리바인지 대체자인지 모를 새남친이 출퇴근을 시켜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침저녁으로 내프가 울렁거립니다 짜증나게
대부분의 리바를 겪고 있는 내담자가 겪는 불안을 저도 경험 중인거죠.
지침 때문에, 나로 인해 괜히 둘이 더 단단해지는 건 아닐까 이 답답한 생각.
직장에서 여친을 마주칠 때마다 서로 없는 사람 취급 중인데, 헤어지고도 한동안 아무일 없던 듯 행동했던 사람이 무시하는 반응을 보이니 자존심 발동 중인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면서도, 뭔가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는 이상한 기분이네요.
저도 리바를 만들어보려고 소개팅도, 어플도 열심히 해보지만 아직까진 전여친의 프레임이 높네요
내프가 울렁거릴 때마다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하고, 후기를 탐독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직은 미약하나마 생애 처음 근육다운 근육도 만들어보고, 일주일에 한 두번씩 멋있게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 여친 생긴거냐, 요즘 무슨 일이냐 여기저기서 물어오는 등 주위의 반응이 뜨거워 자동으로 내프를 점점 튼튼히 다져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파도 높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통통배처럼 내프가 울렁이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재회를 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이거니와,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도 건강하게 내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네요.
강희쌤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여친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굽히며 들어와야 진정한 재회가 될 거라고 하셨는데요. 아직까진 얼른 지나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제 자신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면 강희쌤은 뭐라고 하실까요?
한숨쉬시면 어쩌나 걱정입니다만 공백기 잘 보내고 애프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모두들 힘냅시다!
언젠간 재회후기를 쓸 그 날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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