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한서진 상담사님 반응 후기
알로에자
2019.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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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담은 3월에 받았는데, 이제서야 후기를 쓰게 되네요. 말 그대로 후기를 잘 쓸 자신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 이제서야 쓰게 되었네요. 미룬 숙제를 해결하는 기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썸을 타는 기간은 매우 길었지만 연애 기간이 너무너무 짧았습니다. 한달 반도 안되었으니까요. 그 한 달 반 동안 저는 상대방을 달달 볶고, 매달리고 매달리는 저를 보며 속이 상해 우는 상대방을 보며 '아, 나를 사랑하는구나.' 생각하던 엄청난 저프, 저신뢰도의 여자였습니다 ㅋㅋㅋ
그런 제가 첫 1차 지침을 수행하자 상대방은 절 차단했습니다. 좋은 신호라고 여겼죠. 좋은 신호임을 알지만 머리와 다르게 감성은 엄청나게 흔들리더라고요. 여타 후기들과 다를바 없이 애프터 메일을 보내 상담사님께 징징대기도 했습니다.
지침 이후, 새벽에 부재중 전화를 찍어 온 상대에게 2차 지침을 미리 써버리며 지침을 어기는 만행도 저질렀죠... 전.. 제가 지침을 어길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어요..^^전 정말 말 잘듣는 사람이었거든요. 저도 제가 이런 사람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튼, 저의 전 애인은 저와 마찬가지로 저프레임을 가진데다 자존심이 너~무너무 쎈 편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재회까지는 꽤 걸릴거라고 상담사님께서도 처음 그리 말씀하셨고,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교제하는 그 짧은 시간, 썸을 타던 그 긴 시간동안 제가 그 사람 자존심을 여러번 상하게 했거든요.
그 사람은 그때마다 저를 더 좋아하니까 참아주거나 넘어갔었고요. 헤어지게 된 건 더 이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졌던거고요.
새벽의 부재중 전화 이후, 지침을 어겨 놀란 저는 애프터메일을 보냈고 상담사님께서는 다시 연락이 올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상담사님 말씀대로 2주 뒤 연락이 왔습니다. 새벽에 보냈기에 찔러본다 생각하고선 무시했습니다. 그 뒤로 그 사람은 연례행사마냥 주기적으로 새벽에 연락을 했어요^^...
어떤 날은 자다가 깨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 알람맞춰놨냐고 화낼까 하다가 '화내는 에너지가 아깝다..' 생각하곤 다시 잠에 들곤 했습니다. 자다 깨는 걸 싫어해서요....
새벽에 연락을 하기에 답장을 안한 것도 있었지만, 톡 내용도 딱히 대답하고 싶은 내용도 아니어서 대답하지 않았었어요.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저같은 분들이 있으실거라 생각해요. 리바운드 관계를 맺기 어려운 분들.
저는 리바운드 관계의 목적도 결국 전 애인으로 인한 상처를 회복하고 내 프레임을 올리기 위함이 주목적이니, 목적대로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프레임을 올리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데 총력을 가했습니다. 저는 취미생활을 즐겼어요. 손으로 꼼지락거리는거요. 독서도 많이 했고(주로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저를 이해하고 상대를 이해하니 분노나 설움이 가라앉더라고요.)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울적할 때에는 붓을 잡았습니다. 서예라던지, 캘리그라피라던지 이런거요. 집중력을 요하는 것들을 주로 찾았어요.
그리고 제가 저프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우울증이었기 때문에 병원도 정~말 열심히 다녔습니다. 병원에선 절대 나를 혼자 두지 말라고 하기에 주말이면 어거지로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오면 공허함이 밀려와서 눈물이 많이 나기도 했는데, 그럴 땐 그냥 약 먹고 잤습니다. 시간이 별로 늦지 않았으면 책을 읽었고요. 때로는 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일기를 쓸 때는 제 감정에 충실한 일기를 쓰기보다는, '왜' 내가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원인을 찾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어요. 전 애인이 생각나서 슬프다면 슬픔에 집중하기보단 왜 내가 슬픈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죄책감 때문에 슬픈 것인지 혹은 그 사람이 나를 상처주었기 때문에 그 상처 때문에 슬픈 것인지, 혹은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요.
그렇게 제 자신에 대해 오랫동안 들여다 보다보니, 어느순간 저 스스로 재회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그 친구를 사랑해서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칼럼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죠. '미해결과제' 저는 그 사람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많이 울렸다는 것,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확인했다는 것, 스스로가 심각한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내 우울을 그 사람에게 모두 떠넘겼다는 것이 이유였죠.
처음에는 병원을 다니며 상태가 괜찮아지면 괜찮아질수록 과거의 제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더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저 스스로 재회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에게 '속죄'를 원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그 친구의 주기적인 새벽 연락은 제 맘속에 미안함보다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가게 했습니다. 어느날은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배알도 없는 한낮 맨정신엔 연락할 용기가 없으니 새벽마다 GR이네."
그러고선 혼자 화들짝 놀랐어요. 아,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안좋게 말하다니 진짜 맘이 다 정리됐구나, 라고요. 그 뒤론 알아서 제 풀에 나가 떨어지겠거니. 생각하곤 2주마다 오는 그 연례행사를 내버려 뒀어요. 친구들은 도대체 왜 차단 안하냐고 뭐라하곤 했는데 정말 웃긴게 저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나니, 되레 이 사람이 저를 울렸던 일들도 새록새록 생각나더라고요. 왜 저는 소중한 저만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이 놈도 똑같은 놈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제가 헤어진 후에 이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에 밤잠을 설치고 괴로워 했던 만큼 너도 나한테 일말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요. 네가 나한테 미안해서, 나와 재회를 다시 원한 거라면 이렇게 계속해서 의미없는 톡을 보내는게 아니라 언젠간 진심을 담은 톡을 보내지 않을까.
비록 지침이라는 이름 아래 쓰여진 문자를 그대로 눌러 보낸 것 뿐이지만 그 글자 하나 하나를 눈물로 꾹꾹 눌러 담아썼던 나처럼 너도 그래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요. 그런 기대를 했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의 저는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었겠죠.
하여튼, 그런 상태로 시간은 무럭무럭 흘러갔고 저는 최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리바운드 관계라 생각하곤 가볍게 만났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전 애인은 계속해서 연례행사마냥 새벽 톡을 보내고 있었고요.
전 애인의 자신의 프레임을 지키며 저를 툭 툭 건들이는 톡 내용과,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리바운드 상대의 행동은 제게 있어 대조적으로 보였고 점점 제겐 전 애인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 애인은 제게 또 톡을 보냈어요. 이중모션의 내용이 담긴 톡이었죠. 이중모션은 재회가 가까워진 증거라던데, 아무렇지 않았어요. 의지(?)를 상실했기 때문도 있고. 제 스스로의 마음을 잘 알아버렸기 때문도 있었겠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저와 재회를 할 수 있는 키 역할을 하던 저의 죄책감은 상대방의 지속적인, 의미없는 새벽 톡으로 인해 "난 이미 당해줄 만큼 다 당해줬다" "내가 얘 괴롭힌만큼 얘도 새벽마다 나 괴롭혔어" 로 바뀌어 털어내 사라져버린 상태였습니다.
저는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어요. 그 동안 답장하지 않다가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 라고 말했습니다. 알만큼 아는 나이이니 서로 예의는 지키자고 말했어요. 그 사람은 그 말에 화가 났던지 제게 화를 많이 냈고^^;; 저는 무덤덤하게 반응했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거든요. 아마, 이제 저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가봐요.. 전 오히려 씁쓸했어요.
제가 무덤덤하게 반응하니 그 사람은 제게 매달렸습니다. 사실 너랑 헤어지고 너무 힘들었다, 너를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다시 만나도 잘 만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너랑 대화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너한테 말을 걸었던 것 뿐인데 네가 나한테 실망만 커진 것 같다. 라고요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저 말을 하면서도 "너때문에" "니가" "니가 그래서" 이런식으로 자꾸 제 탓(?)을 하기에 좀 기분이 이상했어요. 프레임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나오는 말투인 것은 알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성숙한 어른이라면 본인 잘못은, 본인이 한 행동은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느껴왔고 그 사람은 이 정도의 성숙함은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봤구나 싶어서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그리고 저는 거기에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다시 만나고 싶은 것도 네 마음일 뿐이고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니 네 마음가는 대로 해. 나한테 말 할 필요는 없어. 그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라고 말했어요.
완곡하게 표현(?) 했는데 이해했던지 그 사람은 알겠다고 잘 지내라 하더군요. 저도 잘 지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헤어진 이후 둘에서 한 사람이 되었잖아요? 연애를 할 때에는 상대를 많이 신경 써주었고 상대에게 온 신경이 곤두 서 있었다면 이별 이후에는 저를 돌아보고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아요.
프레임을 올린다는 것 막연히 생각하면 정말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간단하게 생각하면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안아주고 최종적으로 나를 사랑하면 프레임은 올라가요.나를 이해하면 내가 왜 슬픈지,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왜 내가 서러움을 느끼는지 즉 기본적으로 나의 결핍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되고 그걸 인정하고 수용하면 그에 따른 행동양식이 생겨요. 이럴 때 나는 누군가에세 서운함을 느끼지. 그럴 땐 다르게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자. 이런식으로요.
저마다 프레임을 올리고, 저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겠죠. 아무튼 저의 경우엔 저는 책을 많이 읽었고, 때로는 일기를 썼고, 친구들을 자주 만났고, 산책도 하고, 취미생활을 했어요. 그렇게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방지하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또 상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결론적으로는, 상담은 정말 믿어도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자존심이 너~무 쎄서 근 몇달을 주기적으로 톡만 보내며 저를 툭툭 찌르기만 하던 저 남자가 막판엔 결국 매달리는 말을 토해내게 했잖아요?
꼭 재회만이 성공적인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트라상을 만나고, 상담을 통해 어떻게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는가' 를 알게 되었어요. 리바운드 상대를 새로 만나고는 있지만 ㅎㅎ 결론적으로 저는, 다시는 연애에 있어 저를 잃어버리는 과거의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을겁니다. 누군가가 제 곁에서 저와 함께 있을 때에는 그 사람의 팔짱을 끼고 누군가가 제 곁에 없을 때에는 저 혼자 두 다리로 굳건히 설 수 있는 그런 제가 될 거에요.
그리고 그런 제가 될 수 있게 방향을 알려주신 한서진 상담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후기가 너무 늦었고, 상담 진행하시는 동안에는 제가 너무 징징거리고 지침도 어겨서ㅠㅠ 속 썩으셨을텐데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 했으니 뿌듯하게 봐주세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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