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1차지침 후 공백기 중 남기는 후기
돌체
2019. 04. 18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1월에 이별하고 1차 지침 수행 후 나머지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내담자입니다. 재회후기는 아니지만, 매일 아트라상 사이트에 접속해서 새로 올라온 글이 하나라도 있으면 반갑게 읽는 저 같은 내담자들을 위해 오랜만에 후기 쓰러 왔어요ㅎㅎ
프레임 올리는 지침 보내라고 하셨는데, 제가 시험이 있는 걸 남자가 뻔히 알아서 시험 안 끝났는데 sns플레이를 할 수는 없으니 시험 끝난 후 관리 좀 하고 지침을 보내느라 한달 보름 정도 후에 보낸 것 같아요.
정해주시는 공백기는 최소 공백기니까 아마 괜찮았겠죠? 그대로 복붙해서 보냈어요. 저는 그냥 제가 차단했어요. 1차 지침은 재회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으니,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라면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상대방은 자존심 발동 없는 성격이라 아마 덕담을 보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답장 확인했으면 상대방의 프레임만 더 올라갔을 것 같아서 답장 못본 게 아쉽지는 않아요ㅋㅋㅋ 상대방이 저자세를 보이는 경우에만 만나서 확인 후 재회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카톡을 안 보면 적어도 전화나 문자 정도는 더 와야 저자세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ㅋㅋㅋ
그 마음으로 계속 차단 유지했어요.....는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카톡 친구추천에 여전히 상대방이 뜨는지 보려고 수시로 풀었다 차단했다 했는데, 처음에 그러다가 상대방 대화방에 들어가버려서 저는 보지도 못한 상대방의 답장이 읽음처리 되었을 걸 생각하니 속이 쓰리더라고요ㅠㅠㅜ 완벽하게 차단한 티 내고 싶었는데
상대방은 아직 반응이 없습니다! 현재까지도요. 카카오톡, 페이스북 모두 친구 유지되어있고, 심지어 카톡 친구추천 통해서 친구등록 여부 확인까지 돼요. 그쯤되니 살짝 불안하더라고요.
칼럼이나 후기 보면 전부 상대방의 자존심발동은 좋은 신호라는데 씹으면 정말 나를 잊은 건 아닌지. 의미없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 때문에 상대방의 프레임은 이별 후 두달이 넘게 지나도록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재회를 간절히 바라며, '소심' '지침효과' 등의 키워드를 날이면 날마다 검색했어요. 시험 끝나고 놀러 다니는데도 계속 상대방 생각만 나더라고요.
그러다 며칠 전, 이론의 작용원리를 다른 사람 케이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 경험 공유하려고 글 남기러 왔어요ㅎㅎ) 알고 지내는 오빠가 몇개월 만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다시 잘해보고 싶다더라고요. 마무리가 나쁘지 않은 경우였고, 여자분이 가능성제시로 보기에 충분한 연락을 해왔길래 아트라상의 이중모션 칼럼을 보여주며 가벼운 조언도 해 줬어요.
그 둘은 마무리가 깔끔한 이별을 했었고, 헤어지고 나서 오빠는 바로 그 여자분을 카톡이랑 페북에서 지운 후에 염탐할 생각도 않고 지냈대요. 그래서 거의 잊었고, 이제 슬슬 소개팅을 해 볼까 다른 연애를 할까 생각이 드는 타이밍이었대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상대방에게서 아련한 연락이 오니까 갑자기 상대방이 그립고 너무 잘해보고 싶어서 저한테 도움 요청하게 된 거래요. (결말은 좋지가 않았어요 오빠는 제 말도 안듣고 칼럼도 더 안 읽고^^;; 조바심내면서 재촉해서 상대방은 선을 그었고 오빠는 포기를ㅠㅠ)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는 갑자기 무한 자신감이ㅎㅎㅎ 지금 저의 상대방이 반응이 없어도, 설령 저를 한번도 염탐하지 않고 평안한 마음으로 잊어 가고 있었다고 쳐도! 프레임 공사만 잘 되어 있으면 가능성제시 후의 마음은 지금이랑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저 오빠를 통해서 체감했거든요. 심지어 상대방은 제가 첫 연애였으니, 그럴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 들어요ㅋㅋㅋ
그리고 바쁘게 지내는 게 진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시험 끝나고 한 달 동안 진짜 미친듯이 놀기만 했거든요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해서라도 각종 문화생활과 운동과 게임과 그동안 못 만났던 남사친들까지 다 만났는데도 상대방의 프레임이 잘 안 내려갔어요.
한 2주 전까지만 해도 아직도 공백기가 남았다며 우울해했어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학원을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과정이 엄청 빡세서 집에 오면 씻고 잠만 자고 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오늘은 후기 올리려고 조퇴했어요 히히) 그랬더니 재회의지가 확 내려갔어요, 놀랍게도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어떤 생각이 드냐면요. 제가 그리워하고 있는 건 과거 저한테 헌신했던 그 모습이기 때문에, 막상 다시 만났을 때 제가 기대한 모습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재회를 위해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고 가급적이면 재회해서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저는 이제 제 인생을 위한 과정을 다시 시작 중이고, 지금의 생활이 조금 힘들기는 해도 확실히 남자친구 있을 때보다 심적으로 편안하다는 걸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친구에게 "나 지금 밥먹고 나가는데 문앞에서 걔랑 마주쳐도 쿨하게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말해서 친구가 놀라더라고요ㅋㅋㅋㅋ 재회에 대한 마음을 내려놨을 때 재회가 다가온다던데, 저는 이제 준비는 다 되어가나 봐요ㅎㅎ 아직 기분따라 생각이 좀 많아지기는 하지만요.
글이 다소 길어졌는데, 공백기를 보내는 게 힘드신 분들을 위해 제가 최근에 봤던 영화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할까 해요. 엠마 왓슨이 출연한 미녀와 야수를 봤는데요, 마지막에 벨의 아버지가 위험해지셔서 벨이 야수의 성을 떠나 마을로 돌아가게 되어요. 야수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타이밍에요. 지금 벨을 보내 주면 자신은 평생 야수로 살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야수는 벨을 보내 줍니다. 그 때에 야수가 감정 동요를 보이지 않고 벨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야수의 프레임과 신뢰도가 같이 올라갈 수 있었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공백기도 그 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는 마지막 조각과도 같은 시간이요.
우리 모두 힘든 시간 잘 견디고, 성숙한 재회 혹은 새 사랑 이루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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