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손수현 상담사님 상담 후기입니다~
070809
2018. 10. 22
안녕하세요, 손수현 상담사님께 상담 받은 여자 내담자입니다.
'똑똑한데 이런 연애하는 사람은 오랜만에 본다.' ㅎㅎ 라고 하셨는데.. 기억하실까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아가보려고 노력 중입니다....ㅋㅋ
제 생각도 정리할 겸, 아트라상 칼럼과 후기가 유일한 위안이실 여러 분들께 읽을거리라도 제공해드릴 겸 후기 남깁니다. 저는 헤어지고 한 달 반 정도 뒤 상담신청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사이에, 저 자신도 신기할 정도로 정리가 진행이 되었고..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무조건 공백기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썸남까지 만나게 되며 재회 의지가 안 남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손쌤께서 전화 하시자마자 '상담내용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막상 제가 너무 잘 이해해서ㅎㅎㅎㅎㅎ상담글 작성할 때랑 마음가짐이 180도까진 아니지만 179도 정도?ㅎㅎ 달라져 있던 상태라서요.
상담도 예상보다 일찍 끝났네요. 제 전 남자친구는 내프 막장, 신뢰감 막장, 여성편력이 거의 병적인 수준의 남자였습니다.
저는 연애경험 거의 없음, 역시 낮은 내프와 불안한 멘탈로 상황을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하고 만남을 1년 이상 지속하던 상태였구요. 결국 저의 저프행동과 남자의 여성편력이 원인이 되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헤어지고 한달 넘게 찾아가고, 매달리고, 치고 받고 싸우고 추접스런 꼴은 다 보였습니다. 저는 근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차라리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제가 이별 직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바로 상담 받아 지침을 썼더라면 오빠도 결국 익숙하고 만만한 자리를 찾아 저에게 돌아왔을 거고, 저도 이렇게까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현재의 상황과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제가 상황을 몹시 망친 덕분에!! 공백기는 길어졌고, 그 사이 저는 제정신을 조금씩 차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경험부족이 큰 문제였는데, '아, 이렇게 행동하면 망하는구나' 하는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상담 때 손쌤이 해주신 전남친 분석은 저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기도 했었고, 제가 함께 고쳐나가고 싶기도 했었어요. 물론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 더 확실하게 인지가 되었고, 그 사람에 대한 환상을 벗겨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담을 받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명쾌하게 알려주셨다는 점이에요.
저는 사실 제가 고프저신인 줄 알았어요.
근데 저프고신이었더라구요. 흐흐 난 또 저프였어 ㅎㅎㅎ 또륵 잘못된 '키'를 가지고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며, 계속해서 셀프 미해결과제를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쌤이 쥐어주신 올바른 키로 돌려보니, 그동안 이 인간이 했던 말과 행동이 맞아떨어지면서 열은 좀 받았는데 속은 후련했습니다.
오빠가 헤어진 후 보였던, 저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언행들에 대해서도 왜 그랬는지 잘 설명해주셔서 해결이 되었구요. 제가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재회를 위해서도 있었지만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이드 라인이 필요해서였는데 '이쪽으로 가라!!'하고 이정표를 보여주신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 이론 숙지가 많이 부족합니다.
칼럼과 후기를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긴 하였는데.. 어렴풋이 감만 잡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공부하듯 찬찬히 다시 살펴보려구요. 저프 탈출하고 싶어요. 엉엉 ㅠㅠㅎㅎ
이 오빠를 만나기 전에, 3개월 정도 연애인 듯 썸인 듯 만났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 분도 처음에는 엄청난 구애로 다가왔으나.. 제 저프짓으로 도망치듯 떠났거든요 흐흫..
'힘들 텐데 내가 할게, 피곤할 텐데 내가 갈게, 신경 안 써도 돼, 나 이러이러한 거 서운한데 오늘은 연락하지 말아줘 혼자 풀고 내일 연락할게' ㅋㅋㅋ요딴식으로 만났어요. ㅋㅋㅋ
그땐 3개월 만에 어떻게 마음이 변하냐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3개월이나 붙어있었던 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어쨌든 저것도 경험이라고 깨달은 바가 있어 이번 남자친구 만날 때는 '겉'은 고프인 척 하려고 했어요. 질투심 유발도 하고, 화도 내고. 근데 그러면 뭐하나요 속은 여전히 저프인 걸.
치명적인 잘못을 해도 입으로만 땍땍 화내며 헤어지지 않고, 온 몸으로 '네가 떠날까봐 너무 두려워'하는 기운을 내뿜었으니까요.
후기 중에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제가 그 '누울 자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빠와 만나는 초기에는 싸운 후 제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절대 못 가게 막고 무릎 꿇고 빌고 했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한번, 제가 뿌리치고 나갔다가 못 이기는 척 다시 제 발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같은 상황에서 붙잡는 강도가 약해지더니 나중에는 가든 말든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미안합니다. 원래도 그런 기질의 사람이었지만, 이 사람의 나쁜 습관과 성향을 제가 더 강화시켜준 것 같아서요.
그리고 모든 연애 케이스가 그렇겠지만 특히 저프는 내프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했더라면 그런 취급을 받게끔 방관하고 방치하지 않았을 텐데...저 자신에게 무척 미안하고, 앞으로는 스스로를 더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살짝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쌤께서 이 사람은 반성 좀 해야 한다고 하셨고 저 역시 그 부분은 같은 생각이라, 연락이 오면 지침을 쓰긴 하려구요. 이번 일을 통해 이 사람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보다 성숙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제 생각을 하게 됐을 때 미안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엄청 마음이 편한 듯, 다 괜찮아진 듯 쓰지만 아직은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상담 다음날 아침에도 일어나서.. 어쩐지 슬퍼져 많이 울었습니다. 상담글 쓴 거 다시 보니까 제가 너무 망나니짓만 한 것 같이 썼던데.. ㅎㅎ
쌤 말씀대로 저도 처음엔 다정하고 친절했어욧...ㅠㅠ 헤어지기 전 몇 달 동안은 너무 싸워서 다정할 틈이 없었던 거지..맛있는 거, 좋은 거, 예쁜 거 있으면 저 안 하고 아껴뒀다가 오빠 주고 언젠가 헤어지게 될 거라는 예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밀어낸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지금이 아니면 못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번 더 안아주고 한번 더 뽀뽀해주고 한번 더 쓰다듬어주고 했어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더 후회는 없네요. 오빠도 지금은 변해버렸지만, 그 시절 저를 품어주었던 마음은 진심이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보내주려구요.
마지막으로 쌤께서 대체자의 중요성에 대해서 짚어주셨는데 저도 100% 동의합니다. 단, 이별 직후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때는 송중기 박보검을 갖다 놔도 눈에 안 들어왔을 것 같아요. 이상한 놈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멘탈 나갑니다... 실제로 저는 그래서 전남친 집에도 여러번 찾아갔었어요. ㅎㅎ
한달 정도는 독서, 운동, 종교활동 등 내면을 안정시키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외상 입었다고 생각하시고, 일단 응급 상황이니까 뭘 하려고 하기보다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두 달 뒤부터는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버리세요! ㅎㅎ저도 게으름이 많고, 성향 자체가 잘 안 되는 편이라 힘들었어요. ㅠㅠ 대체자 못 찾는 사람 특징 보니까 그냥 제 얘기더라구요. 감성충, 연애경험 없음 크크ㅎㅎ
그런데 마인드를 연애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모르는 사람 인터뷰 한다?는 기분으로 나가서 밥 먹고 했습니다. 몇 번 하다보니, 재미있는 날도 있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고 들어온 날도 있었어요. 실망스러운 사람을 만나게 돼도 '100명 만났는데 그 중에 설마 괜찮은 인간 하나 없겠냐!!!'하고 넘기게 됐구요.
현재는 한분과 꽤 발전된 상태인데,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전 남자친구에 비해 객관적 프레임과 신뢰감이 월등히 높고, 무엇보다 내적프레임이 건강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집니다.
근데 문제는 저예요 저. 또 접니다..... ㅠㅠ ㅎㅎ
저프 기질이 또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자 경험이 거의 없어서, 대우?를 받아 본 적도 별로 없고 그게 무척 불편하기도 합니다. 연인 관계뿐 아니라 그냥 인간 관계에서도 잘해줌을 받으면 고마움보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피곤한 성격입니다. ㅠㅠ
현재 만나는 오빠도 초기라 저에게 신경도 많이 써주고, 이것저것 해주고 싶어하는데.. 나한테 왜 이러지?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돼도 날 좋아할까? 이 사람도 언젠가 떠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고...그냥 이 감정 자체가 불편하고 도망가고 싶고 그러네요ㅎㅎ
글이 조금 길어졌네요!
최근에 류시화 시인님 페이스북에서 읽은 글이 있었는데 느낀 바가 많아 일부분 발췌해서 공유하며 마칠게요!
“이곳에 살던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남자는 그를 집 안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그런 다음 어떻게 자기 가족의 운명이 바뀌었는지 설명했다."우리에게는 암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암소에 의지해 겨우 생계를 이을 수 있었죠. 다른 것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암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고, 새로운 기술들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새로운 삶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전보다 훨씬 잘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때 신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거센 파도가 당신을 후려친다면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그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체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다. 당신은 절벽으로 밀어뜨려야 할 어떤 암소를 가지고 있는가?
그 암소의 이름은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이 의존하고 있는,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그 암소를 절벽에서 밀어뜨려야 한다. 인생 여정에서 더 확장되고 더 자유롭기 위해.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당신이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삶에서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연, 피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해,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의 상처가 잘 치유되고 흉 없이 아물어 새살이 돋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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