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수현쌤 너무너무너무 감사해요
peppersalt
2018. 10. 15
재회 후기아니에요. 실망하셨나요? 그럼 실망하신 분들은 꼭 읽어주세요 ㅎㅎ 실망하신 분일수록 ‘재회’를 잣대로 모든걸 바라보고 계실거라 예측되어요. 내프 올려야 재회가 다가온다는 말에 꾸역꾸역 숙제하듯 하루하루 살아가고 계시죠? 매일 컴퓨터를 키면 메일 체크 전에 새로 후기 올라온건 없나 보고 계시진 않으세요? 염탐도 잘 안끊어지고 이성 만나는 것도 버겁고 그저 하루 하루 공백기를 채우고 계신가요? 제가 딱 1주일? 전까지 그랬던거 같아요. 눈 떠있는 모든 시간 마음이 무거워서 어떻게 하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까, 계속 이렇게 끝난 관계에 아파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살았어요. 그런데 오늘 수현쌤과의 상담 후에서야 내가 도대체 왜 이 사람을 다시 만나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종종 내담자의 마음이 짧은 시간동안 극변한 후기들을 보고 이해가 안갔는데 제가 그렇게 되네요 ㅎㅎ 스크롤 내려버리고 싶으신가요? 그럴수록 참고 읽어주세요 ㅎㅎ
6월에 헤어지고 8월에 첫 상담후 1차, 2차 지침까지 보낸 내담자에요. 시현쌤과 1차 상담을, 수현쌤과 2차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초)고프저신 케이스. 5개월 연애. 1차 지침은 프레임 살짝 올리고 신뢰감 올리고 미해결 과제까지 주는, 양같이 생긴 맹수였어요. 2차 지침은 마찬가지로 프레임은 지키는 지침.
저는 이별은 정말 받아들인 적이 없어요. 저를 너무 좋아해준 상대라 사실 지침을 보내면 바로 달려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어? 반응이 쎄해요. 진짜 충격의 도가니였어요. 다시 헤어진 날로 돌아가 잠도 설치고 밥도 못먹었어요. 사실 헤어지고 한번도 운적이 없는데 반응 보고 엄청 울었어요. 물론 시현쌤께선 에프터로 반응 좋다, 남자가 아직 너무 쫄아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무너진 이유는 지침이나 상황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제사 현실이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내프가 너무 낮은 상대가 여전히 그립지만 더 이상 행복한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별이 피부로 와닿았거든요.
사람마다 아픔을 벗어나는 법과 시간은 다르지만 제가 몇일 만에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게 될 수 있었던 점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제 방법이 답은 아니지만 ‘저런 사람도 있구나, 내 방식이 이제껏 잘 안되었으니 저것도 시도해 볼까?’ 정도로 찬찬히 읽어주세요.
1. 후기를 읽다보면 아트라상에 한 상대로 n차 상담을 받았다, 헤어진지 1년도 넘었다라는 후기들이 종종 있잖아요. 강박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 쉽게 매몰되는 저같은 사람이 마주할 미래로 보였어요 ㅎㅎ ‘헤어진지 4달 된 지금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이 생각이 제게 너무 큰 두려움이었어요. 친구들도 처음 1-2달은 위로해주지만 아직도 그 사람에게 못 벗어나는 우리를 보면 아직도 힘드냐면서 놀라죠. 그럴때마다 정말 더 힘들었어요ㅎㅎ 근데 다리가 부러져도 뼈가 붙는 시간이 다 다르고 붙어가면서 합병증이 생겨 투병기간이 늘어날 확률도 다 다른데 하물며 100% 감정적인 연애에 있어서 정해진/허용된 이별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있을까요? 각자가 이별을 소화하는 시간은 느릴수도, 빠를 수도 있어요. 그냥 각자가 겪을만한 시간이에요. 온전히 본인 pace대로 아파하세요.
힘들어도 되요, 천천히 양껏 힘들어하세요. 근데 내 맘대로 아파한 후에는 그 힘든 마음도 바뀌는 시점이 올거라는 것을 꼭 믿으세요. 이 시기가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것을 매일 뇌에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철저히 ‘나’를 기준으로 힘들어하세요. ‘내가 참았으면/나때문에/걘 그때’와 같이 상대방이 느꼈을지도 모를 정체 없는 감정에 힘들어하시지 마세요. 우리와 관계를 끝낸 것도, 우리에게 기회를 더 주지 않고 오해하고 밀어낸건 상대의 문제에요. 남문제로 왜 내가 아파해야 하나요? 스스로 돌보기도 벅찬데. 상대가 얼마나 차가워져서 나를 아프게 했나 되돌아 봤어요. 그리고 얼마나 추상적으로 내가 슬퍼하는지 깨달았어요. ‘나는 지금 외로워/억울해/정말 화나고 자존심 상해, 왜냐하면~’ 내 관점으로, 내 감정만 생각하며 슬퍼하세요. 구체적으로 지금 당장 (~~면 어쩌지? 절대 금지), 그리고 나에 대한 감정만 허용하세요. 부정적인 감정중 ‘슬픔’만이 내가 스스로 파고 드는 감정이래요. 하지만 그만큼 ‘슬픔’을 제대로 파야 새 살이 돋는다는 글을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슬플 수 있어 감사하더라구요.
2. 저는 제가 초고프였음에도 상대에게 잊혀질까 두려웠고 이별을 인정하기 두려웠어요. 그래서 스스로 강수를 두고 시현쌤께 에프터 드렸어요. ’상대를 초기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방법을 아직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물어볼 용기를 가진 것 자체로 저는 많이 치유되었어요. 지금 여러분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 그 끝을 직시해 보세요. 바닷물에 빠지는건 무섭지만, 깊이가 가늠되는 수영장은 그냥 빠질만 하잖아요. 깊이를 알면 생각보다 얕아서 휘적휘적 걸어 나오실 거에요. 응원해주신 시현쌤, 저 정말 잘 안우는데 메일 읽으면서 쌤의 따뜻한 격려에 또 훌쩍 훌쩍 ㅠㅠ 이 자리를 들어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3. 강박 있으신 분들 상담 후에는 일시적으로 속이 시원하지만 그거 오래가지 않으시죠? 후기보면 저를 포함해 강박 진단 받으신 분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는 어떤 걸 완벽하게 컨트롤하는것, 내가 노력해서 무엇을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여기까지 오게 된거 같아요. 이런 사람들한테 있어서 미련과 미해결 과제는 덤이죠. 어떤 것에는 답이 없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배웠어요. 상담때 미처 작성 못한 그 말, 그 사건, 또는 지침후 그 사람의 사소한 반응이나 무반응 마저 다 알고 싶고, 내가 어디 서있나 확인하고 싶고. 생각보다 답이 없는 상황은 많아요. 딱 정의 내릴 수 있는게 오히려 적은거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재회 확률도 큰 의미는 없어요. 그냥 숫자! 여기 너무 매이지 마세요. ‘내 생각은, 그리고 이 상황은 옳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그냥 그런거야. 그냥 그럴 수 있다.’ 이걸 정말로 이해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이해하는 순간 자유로워졌어요.
4. 아 그리고 팁! 후기들 읽다보면 sns 지침 후 폭팔적인 반응이 왔다고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저는 그렇지 않아서 또 엄청 초조해 했어요. 나 지침 잘 수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더 잘하지? 또 혼자 발 동동 구르며 고민했죠. 그런데 저는 평생 철벽 기질에 잘 ‘안흘리고’다니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아주 작은 가능성 제시를 남사친들에게 해봤어요. 정말 별거 없고 음식 사진에 ‘맛있겠다, 어디야?’ 정도의 말들. 근데 정말 몇년동안 연락안하고 살던 남자들도 화색을 띄우며 적극 대시했어요. ‘너만 괜찮으면/너 안바쁠때/너가 ~해준다면’과 같은 저프 대사를 계속 걸어요! 그리고 저는 이별후 딱히 외모에 변화가 없었어요. 몸무게도 얼굴도 그대로인데 분명 sns 지침 전엔 드라이한 대화만 짧게하던 대학 동기가 지침 1달쯤 후에는 제가 살포시 말거니까 저는 단답으로 대답해도 10개 넘게 톡을 보내며 지 뭐 먹고 어디 놀러갔고까지 사진으로 보고하더라구요 ㅎㅎ 여자분들 정말 아트라상에서 주신 자료들 잘 연구해서 올리세요. 저는 인스타에 남자 팔로워 많은 귀여운(섹시 노노) 여자분들 포즈와 표정들 많이 참고 했어요! 그리고 남자분들, 사귈때 아니면 사진 보내는건 하지 마세요. 썸이나 썸도 아닌데 막 사진 보내면 진짜 프레임 떨어져요. 아무튼 '가능성 제시' 를 다양한 각도로 체험해 봤어요.
5. 내프가 높아야 재회 확률이 높다길래 정말 열심히 모든 걸 했어요. 좋다는 건 다 따라 했어요. 내키지 않아도 억지로 운동하고 소개팅하고 sns하고. 물론 내프 좋다는 착각을 할 때도 많았어요. 제 상대는 제가 sns에 포스팅을 하면 2-3일간은 모든걸 멈췄거든요. 상대에게 타격 줬다는 느낌이 들면 제 내프가 올라갔는데 이렇게 상대를 의식한 내프 올리기는 가짜에요 ㅎㅎ 그건 상대 반응이 내 예측과 틀릴때 내프를 0이 아니라 마이너스로 끌고가는 부실공사입니다. 시현쌤도 내프는 한번에, 단기에 쭉 올릴 수 있는게 아니니 강박 가지지 말라고 해주셨는데 정말 이게 어렵죠? ㅎㅎ
내프에 가장 좋다는 노력이라길래, 또 강박있는 저는 열심히 수행했지요. 안물어 봤는데 자기 점심 뭐먹나 사진찍어 보내요 ㅠㅠ 상대가 저프로 나오니까 그냥 어떤 행동이나 대사가 프레임 올리는 건진 알겠는데 상대 생각만 더 났어요. 소개팅은 검증된 상대라 좋긴 한데 정말 괜찮은 사람 받기 어려워요. 솔직히 친구 지인들 받는 건데 그물이 다 그 물이잖아요. 괜찮은 사람있음 지가 만났겠죠 ㅎㅎ 상대만한 사람 없을거 같죠? 감정은 안생기더라도 객관적인 가치가 높거나 더 잘생긴 사람들이 (순수한 맘이 아닐수 있더라도) 대쉬해올거에요. 저는 이제껏 상대와 저의 객관적 가치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트라상 블로그에도 나와있듯, 높은 학력이나 연봉이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척도는 아니잖아요? 저는 상대에게 만날 수 있는 이성의 pool의 최상단에, 반대로 저에게 상대는 최하단에 있었음을 뒤늦게야 알았어요.
그리고 이건 그냥 저만의 이론인데요. 한명이든 열명이든 타인의 프레임에는 한계치가 있는거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우리의 상대의 프레임을 숫자로 100이라고 할 때에 우리의 리바가 생각보다 고프이면 전 상대의 프레임이 80, 70, 60 으로 계속 깎이는 거죠. 이게 제일 중요해요!! 프신 대사 테스트용이 아니라 상대가 ‘잠시 비움’을 한 상태에서 나를 긴장 시킬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이에요. 그 때 나의 말투와 감정은 나중에 상대를 만날 때를 대비해 정말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일 뿐더러 상대의 프레임을 낮추면서 내프가 올라갈 수 있는 기회에요. 또 베스트 시나리오로는 지난번보다 나은 새 연애가 시작될 수도 있죠.
6. 다른 이성 만나는게 정 싫으신 분들은 먼저 주변이라도 바라보세요. 상대가 제 인생에 개입하기 전을 생각해보면 저는 매일이 너무 완벽하게 행복하고 바빴어요. 그래서 연애 초기에도 상대에게 ‘연애하기 싫다’라는 망언도 좀 했었어요 ㅎㅎㅎ 그런데 지침후 제일 힘들었던 어느 날, 정말 눈 뜨자 마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어디 힘들다고 티도 안냈는데 저에게 8명이나 갑자기 안부를 물어보는거에요. 원래 카톡 이렇게 많이 오지도 않는데!!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 사람들과의 관계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 있잖아요. 상대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지 멋대로 빠진거지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똑같은데 왜 나는 그때같이 행복하지 못한거야? 시간을 낭비한게 잠깐 툭 짜증나더니 조금씩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했어요. 귀엽게 어른들한테 밥사달라고 안부 문자 보내보세요. 너무 친한 또래 친구들 만나면 또 상대 얘기 할지도 모르니까 내담자를 이뻐해주시는 부모님 또래의 어른에게 털털하게 ‘아 연애도 어렵고 일도 힘드네요 나 시집은 갈까 모르겠어요’하고 가서 맘껏 징징거리고 맛있는거 얻어먹고 오세요. 그럼 그분들이 지혜를 (또는 또래가 못구해주는 고퀄 소개팅ㅎㅎ) 주실거에요. 이건 장담!!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몇분 밥먹자고 연락이 왔네요. 신기해요!!
수현쌤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사연 작성시 저는 제가 재회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상담을 기다리면서도 마음이 시시각각 오가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어요. 상대가 불쌍했다, 괘씸했다, 너무 그립고 보고싶었다가도 다신 만나기 싫고 자존심 상해서 또 내가 먼저 연락해 지침을 보낼 수 있을까 싶고 ㅎㅎ 수현쌤께 그걸 말씀드린 적도 없는데 정말 제 마음을 꽤뚫어 보신듯한 지침을 주셨어요. 상담 때 여쭈어 보려고 질문 리스트를 만들었었는데 지침을 읽는 순간 질문의 절반 정도를 그냥 지울 수 있었어요 그냥 ㅎㅎㅎㅎㅎㅎ 대박이에요. 지침에 어떠한 질문이나 의구심이나 반감도 없어요. 그냥 왜 수현쌤과 상담 받으려면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했나에 대한 미해결 과제만 풀렸네요. 이런말까지 쓰면 너무 포털 사이트에 원고료 받고 맛집 후기 작성하는 블로거 같아 안하려고 했는데 정말 상담 받아보세요 ㅎㅎㅎㅎ 저도 대충 제 확률/상황/지침의 강도 정도는 예측했고 다 맞았다는 평을 들었지만 혼자 진단하고 미해결과제를 만드는 것과 수천건을 맡아 본 전문가가 ‘읽어주는 미래’는 격이 달라요. 근데 정말 어떻게 글로만 접한 사연으로 두 사람의 성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그 역학 관계의 빈 틈을 찾아 지침을 창조 (만든다는 단어로는 표현이 안되요) +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시는지 겪고 있음에도 신기해요. 통화때도 말씀드렸지만 수현쌤이 아트라상 블로그에 사연 분석평 써주시는거... 정말 웬만한 추리 소설보다 재밌고 신기하지 않나요? 아트라상 패러독스 = 찾아올 일 없어야 젤 좋은건데 자꾸 오고싶어요. 상담 너무 재미있어요 ㅠㅠ 한 2박3일 아트라상 이론 세미나 만들어주심 안되요????
음 일단 상담을 받으려면 비용도 들어가지만 지침보내고 공백기 보내면서 그만큼 상대에 대한 감정 투자도 하게 되어요. 처음의 저처럼 이 투자에 매여있지 마시고 이 투자로 인해 딛고 일어서시면 좋겠어요! 관계는 분명히 깨어졌어요. 근데 관계가 깨어졌다고 우리가 깨어지고 금간건 아니에요. 우리가 잘못하고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 절대 아니에요! 스스로의 감정과 흐름을 인정해주고 지지해 주세요. 건방지게 들릴까봐 이런 후기를 남기는게 조심스럽지만 정말 안타까운 마음에 동지애를 가지고 적습니다. 글을 일목요연하게 적고 싶었는데 또 흥분해서 길어졌네요. 그럼 좋은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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