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공백기중입니다.
peppersalt
2018. 09. 05
2차 지침을 기다리는 공백기 동안 느낀 점을 정리했어요.
저는 글로 여러 감정을 정리하면 내프가 안정이 되더라구요, 또 겸사 겸사 그동안 제가 얻은 팁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 내프의 변화를 기록한 후기라 혹시나 실망하실 분들이 계시지는 않을까 염려되네요.,
저는 시현쌤과 상담을 진행했어요.
저는 아트라상에서 처음 상담을 받게 되어 이론 이해가 부족했던 사람이에요.
또 급한 마음에 신청했지만 이 업태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매우 컸어요.
하지만 의심했던 제가 부끄러울 만큼 시현쌤은 엄청난 열의와 통찰력으로 상담을 이끌어주셨고, 대화의 95%를 주도해 나가시는데 정말 지루할 틈 없이 쌤의 페이스에 제대로 휘둘렸어요 ㅎㅎ
저는 이미 헤어진지 2달이 되던 시점이라 상담 받은 날 바로 1차를 보내게 되었어요.
시현쌤의 1차 지침은 정말 매 문장, 매 단어 정말 신기했어요.
제가 처방 받은 지침은 간결하고 순한 지침이었어요.
이렇게 단어 몇 개로 프레임과 신뢰도를 동시에 올릴 수 있구나 싶어서 놀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론을 더 깊이 알수록 뼈가 있는 지침이었어요.
상대는 톡 보낸지 몇분 안되서 읽더라구요. 읽는거 보고 샤워하고 나왔더니 딱 예상해 주신 답장이 와서 피식 웃었어요!
얼마나 한자, 한자 고민해서 썼을지 상상이 가기도 하고, 제 프레임이 많이 남아있음이 느껴졌어요.
더 좋은건 이제 그 지침이 상대의 머릿 속에 박혀서 만들어 낼 위력이죠! ㅎㅎ 시현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근데 이별후 처음 컨택해서 그런지 지침을 보낸 후 처음 며칠은 내프가 많이 흔들렸어요.
지침에 대한 의심보다는 그냥 상대와의 추억을 계속 미화했던거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저의 고군분투기입니다 ㅎㅎ
처음에는 내프가 흔들리니까 당연히 애프터를 쓰고 싶었어요.
제 가능성은요? 먼저 연락이 올 수도 있을까요? 얜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얜 정말 특이한 앤데요..등등
저도 답은 어렴풋이 알지만 전문가한테 확답을 듣고 안정을 느끼고 싶었어요. 떠먹여주는 내프를 기대했던 거죠.
하지만 사사로운 질문들을 구체화 할수록 내프가 낮아졌고 그래서 에프터 자체를 최대한 뇌 밖으로 밀어냈어요.
대신 큰 그림을 보려고 했기 때문에 가지각색의 후기 읽기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냥 어떤 영화를 각색하기 위해 수백, 수천개의 시나리오가 있고, 내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싶은 심정으로 글을 읽었어요.
그런데 후기를 미친듯이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담자의 심경만으로도 그 케이스의 미래가 그려졌습니다.
상담사님들이 재회 확률을 불러주실 때 내프를 중요 척도로 보시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재회여부/성별/진단여부와 관계 없이 내담자의 마음과 행동이 급변한 케이스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좋은 문장은 따로 저장해 제 내프가 떨어질 때 따로 읽었고, 그분들이 내프 관리를 위해 추천해주시는 마음가짐법을 수행했습니다.
저는 공부하는걸 좋아하는데 이 이별의 기회를 가지고 미친듯이 심리학을 팠어요.
한 주에 2-3권씩 읽어내려가며 여러 이론과 가설들에 제 연애, 또는 인생를 대입해 보며 저와 상대의 성향을 공부하니 객관의 범주가 넓어지고 감정적인 이상화를 멈추기가 쉬웠어요.
연애 말고 개인사의 미해결 과제를 풀어가며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던거 같아요. 저 같은 성향의 분들은 책 많이 읽고 글로 정리해보시면 내프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운동할 때 힘들지만 몸이 바뀌는걸 볼 때 성취감에 행복하잖아요?
똑같이 저도 뭔가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에 그 아픔을 즐기려고 노력했어요.
아픔을 무시하면 속에서 곪다가 어느 순간 몸집을 불려서 튀어나오게 되고 그게 습관이 되면 아픔과 함께
모든 긍정적인 감정마저 함께 마비가 된데요.
전 지금 슬퍼 타당한 시간을 살고 있지만 나름 이 악물고 그걸 버티어 내고 있는 자신을 좀 더 자랑스럽게 여기려고 했어요.
저는 초고프에 중저신이었어요. 상대한테 제가 많은 상처를 줬다고 스스로 단정지었기 때문에 헤어지고 엄청 힘들었어요.
근데 제가 보니 가장 무서운게 죄책감이더라구요.
시현쌤도 죄책감은 아트라상에서 종종 드리는 강력 지침이라며, 왜 스스로 강력 지침을 먹였냐고 하셨어요.
지금 지침을 받으신 분들, 혹시 영화 인셉션 보셨나요?
작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지침이지만 그 단어들이 상대의 뇌에 한번 각인 되면 엄청난 기억과 인지의 외곡을 시작할거고,
프레임 장난을 칠 거에요.
돌아보면 죄책감으로 저는 스스로를 쓰레기라 여기고 상대를 넘지 못할 산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심지어 ‘다시 만나서 내가 불행하게 되더라도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무서운 생각까지 한적도 있어요.
정말 프레임은 용수철이라는걸 체화 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리워할 바에는 차라리 미워하세요! 칼럼에서도 사과한 내담자보다는 차라리 대판 싸운 케이스가 확률이 높다고 하잖아요.
지금 이렇게 맘 고생, 몸 고생 시키는 상대는 혼나도 싸요 ㅎㅎㅎ 전 그렇게 생각할래요.
내가 잘해준다고 했는데도 떠난 상대에요. 상대는 나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먼저 인정하고 지 갈길을 (얼마 못가겠지만 당분간은ㅎㅎ) 가보라고 보내주기로 했어요.
프레임이 있으면 얼굴을 보게 되고, 신뢰도가 있어야 그 얼굴을 계속 보게 되고, 그리고 내프가 있어야 그 유명한 프+신을 내 맘껏 움직이겠죠?
그 사람이 돌아온들 내가 그 관계 속에서 안 행복하면 상대가 나에게 계속 호감을 가질까요?
상대가 애초에 빠져들었던 당차고 주관있는 제 모습을 되찾을 때 상대도 되찾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저는 정말 ‘빡세게’ 살아온 사람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지문이 닳도록 전공을 연습했고, 대학 때는 공부하느라 한학기에 한번씩은 과로로 쓰러졌어요.
매사에 딱 죽지 않을 만큼 노력하고 엄청난 강박으로 스스로 닦달하며 살았거니와, 옳지 못한 페미니즘도 가지고 있었던거 같아요ㅎㅎ
너무 불편하고 창피한 가운데 절대 안할짓을 하는 스스로에게 당근도 주게 되고 좋은 반응들을 받으면서 살며시 뿌듯함을 느꼈어요.
시간이 갈수록 ‘뭐 올릴까’ 고민하며 포스팅 거리가 늘어갈수록 장전되는 든든함까지 느꼈어요.
그리고 여자로서 받을 수 있는 사랑을 스스로 너무 차단하고 살던 스스로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어쨌거나 여자의 외모 가치의 피크는 20대인데, 돌아보면 저는 사진만 찍힌다면 기를 쓰고 도망다녔거든요 ㅎㅎ.
이런 식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내면에 충족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여성성의 강조와 드러냄’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보다는
그 부분을 조금 더 중시하는 남을 깎아내리던 제 거만을 알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인지의 변화이니 혹여 내용이 불편하셨으면 죄송해요.
아무튼 저는 조금 더 부들부들해진 마인드로 변해가는거 같아요. ‘해보지 뭐, 아님 말구!’. 이거 원래 제가 제일 취약했던 부분이거든요.
어쨌든 우리 모두 문제가 있어서 헤어지셨잖아요. 눈감고 끌어가는 것보단, 이렇게 한번 충격이 있는게 좋은거 같아요.
재회가 되든 안되든 100세 시대라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이 일은 정말 작은 점에 불과 하겠지만 이 기회에 정말 엄청난 공부를 하게 되네요.
첨에는 연애가 뭐 대수라고 여기에 큰 돈을 지불하는 제 자신이 좀 창피했어요.
사실 그냥 헤어지기로 맘 먹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거에요.
근데 재회라는 소망이 있다 보니 공백기간 동안 스스로 희망 고문을 할 수 밖에 없잖아요. 상처에 계속 소금을 뿌리는 꼴이죠.
그래도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용기를 내어 아픔을 마주보고 최선을 다해 나의 단점을 파악하고 시정하려는 모습이 참 나답다라고 느끼게 된거 같아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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