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한쌤, 시현쌤, 재회했습니다~
ㅇㅂㅇ
2018. 04. 20
안녕하세요. 아트라상 식구 여러분.
따뜻한 봄과 함께 모든 내담자 여러분의 마음도 훈훈해지길 바라면서 재회 후기 작성하겠습니다.
먼저 제 상황이 궁금하실 테니 간략하게 요약해드릴게요.
여자 내담자, 20대 중후반 취준생 커플, 사귄기간 8개월, 초고프초저신, 80%,
헤어진 기간 총 3달 3주, 지침 답변 외 연락 없었음, 양쪽 다 낮은 내프를 가지고 있던 커플이었습니다.
1차 이한 선생님, 1차 지침 후 공백기를 가지다가 2차 최시현 선생님께 상담 받았습니다.
두 분 다 프신 진단이나 확률은 동일하게 말씀해주셨구요.
1차는 상대방 가치 깎으며 프레임 올리는 지침, 2차는 신뢰감 가득 주며 가능성 제시였습니다.
사실 저는 공백기 동안이나 지침을 수행하는 동안 그렇게 모범적인 내담자는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의 사소한 변화 하나에도 굉장히 불안해했고, SNS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염탐했고, 내프 바닥 강박증 내담자답게 소설도 한 번에 몇 권 씩 집필했으며,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ㅎㅎ
하지만 제가 절대 어기지 않았던 것은 지침과 공백기였습니다.
돌발행동도 절대 하지 않았구요. 술먹고 작은 실수라도 한 적 없었습니다.
'실수만 하지 말자. 기본만 지키자. 그 외는 전문가를 믿자. 누가 믿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믿기로 선택한 거니까.'
이게 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칼럼과 상담 일지, 후기들을 읽으며 이론도 완벽하게 탐독했구요.
또한, 중요한 것은 이론을 굳이 개재되지 않은 부분까지 초월해서 해석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상담사님들의 상담 방식이나 애프터 메일 답변 방식을 보면서 '내담자의 사고는 기본기에 충실하며 심플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전 제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100% 이성적이고 객관적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스스로의 강박으로 소망적 사고의 오류나 인지부조화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내담자 특유의 불안함, 부정적 사고는 여전해도, 상황들을 이론에 대입하며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게 되더군요.
'이 사람이 나를 차단하고 있는 이유는 내 프레임이 높아서구나, 하지만 프레임이 높은 만큼 어떤 방법으로든 염탐을 하고 있을 거야.'
'이 사람이 지금 화를 내는 이유는 자존심 발동 때문이구나. 이렇게까지 펄쩍펄쩍 뛰는 것을 보니 내 프레임이 정말 높나 보다.'
'지금은 자존심이 많이 풀리고, 내 높은 프레임에 신뢰감이 같이 상승한 시기구나. 이 타이밍에 가능성 제시는 적절하겠다.'
저랑 제 상대는 김민희/이민기 주연 '연애의 온도' 영화에서처럼, 초고프초저신으로 헤어진 뒤 서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수위 높고 구질구질하게(?) 헐뜯고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ㅎㅎ... 서로 엄청나게 자존심 발동이 되어 있는 상태였죠.
하지만 프레임은 그 어떤 변수도 밀어낼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이별을 합리화하던 상대도, 몸을 웅크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제 프레임이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힘을 키우자, 마치 이별 직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진을 모조리 지우고, 밤에 펑펑 울고, 수없이 제 SNS를 들락날락했다고 합니다.
(두 달 넘는 시간 동안 상대는 제 SNS를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겉모습이었을 뿐, 어떻게든 저를 염탐하고 있었더군요.)
제가 SNS 관리를 정말 잘했기에, 당연히 만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고 말했구요.
상대는 1차 지침을 받고 진심으로 정말 화가 났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하지만 저는 상대의 반응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진절머리 난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제게는 '네 프레임 높다.'라는 말로 들렸으니까요.
그렇지만 1차 지침 후 공백기 동안 상대는 많은 반성을 했고, 자신을 되돌아봤고, 우리 연애의 본질적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었으며, 제가 2차 가능성 제시를 했을 때, 그에 대한 답변으로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담담히 들려주었습니다.
그때 정말 많은 것을 보상 받는 기분이더군요.
저는 '나쁜 프레임 올리기'로 이미 프레임이 충분한 케이스였기에, 너무 프레임을 깎아먹지 않는 선에서 제 진심의 패는 숨기고(보고싶었다, 그리웠다 등), 오랜만에 연락이 되어서 즐겁고 반갑다는 듯이 행동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능성 제시를 했습니다.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많이 걱정했는데 마음이 편해진다. 갑자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지네~"
이런 따뜻한 반응들에 결국 상대방은 먼저 만남 제시를 해왔습니다.
애프터를 보냈을 때, 상담사님은 제게 흠잡을 데 없이 대처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기본적인 만남 지침의 핵심은 '여유, 아쉽지 않다는 태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행동'이지만,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상대방의 성격과 제 케이스(초고프초저신)의 특성을 대입해서, 살짝 다르게 활용했습니다.
상담사님도 제게 프레임은 충분하다고 말씀하셨기에 프레임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여유, 자신감' 키워드만 가져갔습니다.
그 외는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누가 보아도 행복하게 지낸 사람처럼 행동하고, 신뢰감과 가능성 제시에 집중했습니다.
만나기 직전까지 카톡에서 자존심을 부리던 상대도(답을 필요한 내용만 짤막짤막하게 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제가 활짝 웃자, 이내 못 이기고 쑥스러운 듯 같이 웃어버리더군요.
저는 최대한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게 행동했습니다. 너무 머리로 계산하진 않았어요. 본능대로 행동했습니다.
이 상황은 재회를 위해 기회를 잡은 상황이 아니라, 상대가 저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상태로 썸을 타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프신을 높이는 행동들이 나오더군요. 상대도 계속해서 처음 썸 타던 때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보고 너무 좋아 보인다고, 예뻐졌다는 말도 하고, '내가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었구나.'라고도 했구요.
저는 가능성 제시를 위해 상대에게 '너를 아직 마음에 두고 있다.'는 뉘앙스도 많이 풍겼습니다.
제가 분위기도 즐겁게 만들고, 성숙하면서도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주자, 상대도 이내 방어막을 하나하나 해제하더군요.
저는 그런 상대가 다시 자존심 발동에 들어가지 않도록 계속해서 유도하며 칭찬해주었습니다.
'내가 왜 오빠를 좋아했는지 알아? 오빠의 그런 허세 없이 솔직한 모습들 때문이야. 난 오빠가 솔직하게 감정 표현할 때가 가장 멋져.'
'오빠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데,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자존감이 낮아서 계속 자존심을 부린 거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자 오빠들의 행동들을 이해하게 되더라. 그때 오빠가 더이상 밉지 않고 안쓰러웠어. 그 자존심 때문에 오빠가 잃은 것들이 많았을 테니까...'
1차 지침에 대한 질문에도, 저는 이미 지침들을 제가 스스로 작성해서 보냈다는 생각을 가지고 답변을 준비해간 덕에, 여유롭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그때는 내가 완벽하게 오빠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었을 때였는데. 내가 이번 이별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달았듯이, 오빠에게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말을 임팩트 있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렇게 보냈어.'
분위기는 좋았고, 2차로 간 술집에서 상대는 결국 제게 '우리가 정말 성숙해졌다면, 다시 한 번 시작해볼까?'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바로 수긍하기는 했지만, (저프 분들은 바로 수긍하지 마세요!) 대신 상대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약속 3가지와, 제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 3가지에 대한 약속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미리 생각해 둔 내용이었습니다.
상대는 이제껏 갈등의 중심이 되었던 문제에 대해 제가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자, 정말로 저를 색다른 눈으로 바라보더군요.
그렇게 더 성숙한 연애를 위한 약속을 주고받고, 상대가 제 눈을 한참 들여다보다 이야기했습니다.
'많이 보고 싶었어. ㅇㅇ야.'
계속해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던 저였지만 그때만큼은 정말 눈물이 자동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응,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제가 처음으로 진심을 솔직하게 얘기한 순간이었습니다. 조금 자존심 상했지만ㅋㅋ...
그렇게 제가 눈물을 흘리자 상대는 웃으면서도 제 눈물을 닦아주더군요.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젠 놓치지 않겠다고.
저희는 그렇게 재회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2차 지침 후 연락이 되었을 때부터 만남까지, 그 과정에서 제 스스로도 훌륭한 대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내담자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렇게 대사까지 자세히 적어봅니다.
아마 저와 같은 고프저신 내담자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기나긴 여정이 되겠지요. 지금은 행복하게 꿈을 꾸듯 재회했더라도, 예전 같이 깊은 관계로 돌아가려면 저희 커플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와 시험은 아직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프신 이론을 알게 된 이상, 아트라상을 알게 된 이상, 이제는 크게 두렵지가 않습니다.
지금의 저는, 상대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여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
제게 성숙함의 시간을 주신 상담사님, 관리자님, 그리고 많은 선배/동료 내담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제게는 애프터 메일이 한 번 더 남아있는데, 사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ㅎㅎ
몇 달 후, 행복한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다면, 재회 후 유지 방법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를 해본 뒤 후기를 남기러 올까 생각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재회든, 재회 포기든,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결과를 얻기를 바라고,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게시글 삭제
게시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