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이한 상담사님 2차 지침 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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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2. 23
후기 맨날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이제야 적네요.
안녕하십니까?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저는 고프저신에 강박이 있는 20대 초반 남자(폐인) 내담자 입니다.
상대는 자존심이 강한 낮은 내프의 여성(상담사님의 말과 제 생각을 종합해보면).
저는 눈팅 내담자입니다. 그래서 상담사님들과 그렇다할 유대도 없고 많은 경험이 있는 내담자도 아닙니다. 오늘 굳이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 그리고 드디어 상대의 직접적인 반응이 왔기 때문입니다.
전 낮은 신뢰감으로 인해서 4번의 이별을 맞았습니다. 상황적인 문제로 제 내적 프레임이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여자는 사랑이란 감정 자체에 대한 불신과 점점 자신감이 떨어져가는 제 모습에 불안을 느끼면서 이별을 맞이했습니다(말은 쉽지만 그 속은 아주 막장). 헤어질 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인내의 한계로 신뢰감이 하락하면서 헤어지게 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3번의 이별에는 헤어진 다음날에 연락을 해도 어느정도 연락이 닿았는데 이번에는 여자 쪽도 굳게 마음을 먹었는지 전부 무시하더군요. 곧바로 멘탈이 갈기갈기 찢기고.. 이미 제 뇌에는 그녀를 꼭 봐야해! 보고싶어하잖아! 넌 그 아이 없으면 안돼! 라는 명령을 무수히 많이 내리던 지라 상담 전에 봐왔던 칼럼 따위는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참 웃긴 일이죠.
곧바로 상담을 신청했고, 신청했다라는 안도감을 기대했지만, 그 여자가 아니어도 준비하고 있던 일들 등등의 스트레스로 강박에, 굴러떨어질 수록 무거워지는 내프가 바닥까지 쳐가면서 자기분노가 가득찬 말을 써가며 지옥과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저는 매일을 술로 보낼 수 밖에 없었죠. 정말 대단하게도 오전에 상담이 잡혀있던 전날까지 말입니다. 이성이 많이 붕괴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와 같은 심정을 느꼈을, 혹은 느끼고 있을 겁니다. 참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을 만큼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을 겁니다.
매일을 술독에 빠져사니 당연히 상담 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었습니다. 일어나보니 부재중 통화가 발신제한번호로 꽤나 떠있었고, 당황한 저는 부랴부랴 세수를 시작..하자마자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한 상담사님께 준비가 안되있다며 환불해라, 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바로 혼나버렸습니다 ㅋㅋ
그래도 도저히 지난 날처럼 살 수는 없겠다. 이런 마음으로 녹음을 바로 키고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상담 내내 혼났습니다. 자신의 이별에 대한 반성은 일말 없고 그냥 뇌에서 내리는 욕심을 따라가는 것 뿐이라면서.
이한 상담사님의 후기는 꽤나 읽었어서 혼날 거 알고 있었다만... 상담의 60%의 비중이 혼남이 될 줄은..
아무튼 그때는 부랴부랴 듣느라 정신도 없었었지만, 녹음된 파일을 들으면 들을 수록 제 자신의 객관적인 반성과 여자의 불안감에 연민이 갔습니다. 그리고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한 상담사님의 내담자분들이 모두 공통된 말을 했던. 듣다보니 따뜻하다. 라는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좋은 상담사님인 것 같습니다.
지침은 지속적인 카톡관리, 공백기, 1,2차 지침문자를 받았습니다. 5일 뒤 작년 연말에 1차 지침을 보내고(지침문자는 씹혔습니다), 곧바로 남아있던 sns 계정들이 하나씩 차단 당하더라고요. 그 후 쭉 상대의 근황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카톡은 차단이 안되어서 그나마 별로 바뀌지도 않는 프로필을 보며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는 시간이 계속 되어갔습니다. 크게 의미부여할 반응이 없었습니다. 상대가 저에게 동요가 되는지, 화가 났는지, 잘살고 있는지 등등등 예상하고 분석할 범주가 좁다보니 아쉬운 것이 많았습니다. 흔히들 소설 쓴다고 하는데 저는 여기에 맛들려 한 동안은 이론과 제 상황을 대입해보느라 꽤나 프사, 상메 염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재회가 절실했으니까요.
저는 sns와 카톡 프로필 관리를 정말 안하는 사람이라서 사진도 잘찍을 줄 모르고, 셀카도 구리고, 번지르르한 말을 정말 못씁니다. 심지어 제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지침을 지키기에는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딜 갈 때마다 찍어달라고 해도 싫다고 거절 당하고, 때써도 싫다고 하고, 사진도 같이 찍기 싫다고 하는 제 주변과 열심히 사투를 벌여고 부족한 사진이지만 행복한 척의 끝판을 찍으면서 평균 2주일에 3번씩, 프로필을 바꾸고 무려 2달만에 sns 계정을 업뎃을 지난 1년치가 넘는 사진을 올렸죠. 이런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후기들도 저같은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부디 지침에 자기 계정 관리가 들어가면 옆사람을 귀찮게 만드세요. 처음에는 민망해서 힘들지, 나름의 컨셉이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이시면 갈 수록 철가면이 생길 겁니다.
저는 내프가 바닥을 치고, 상담사님께 스토커가 될 확률이 있다, 전형적인 폐인 내담자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내프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제 성향상 사색이 많다보니, 안좋은 상황에 처하면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찹니다. 그때마다 칼럼들과 후기를 읽으면서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흔들리면 제 상황을 데이터에 올리게 되고 스스로 안정 되는 시간들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개월이 지나고, 오늘 2차 지침문자를 보내고 당일 반응이 왔습니다. 부정적인 반응이었죠. 이미 이한 상담사님의 예상 범주 중 하나였고, 저도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쓰리네요. 잘 버티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아프긴하나 봅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무반응의 연속이었는 지라 이런 반응이 단순한 아픔으로 오지는 않았습니다. 문자 내용도 여탯껏 제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단 뜻이기도 했고(이중모션?), 욕이긴 하지만 난 아직도 너의 대한 프레임이 여전하다. 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애프터는 본의아니게 땡깡처럼 보냈지만ㅎㅎ;;
여러분들 힘내세요. 지침보내기 무서우신 분들, 저처럼 유치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 눈 꼭감고 보내보세요. 아직 확신이 안서고 두려운 마음 저도 충분히 압니다. 저 또한 지금 당장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해보는대로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다들 지난 과거의 본인의 방식과 선택에 질려서 이곳을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곳의 지혜를 믿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꼭 재회를 쟁취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하세요!
(그리고 애프터는 꼭 후기를 남기고 보내시길.. 저 처럼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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