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1월의 기적
santorini
2018. 02. 15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가을 상담받은 수현쌤 내담자입니다.
두 번째 작성하는 후기이고, 제 상황을 요약하자면 20대 대부분을 함께 보낸 장기 연애, 저프애매신, 확률 70%, 전남친에게 대체자로 보이는 사람이 생긴 상황이에요.
제목이 1월의 기적인 이유는 상담 후 몇 달간,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저에게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재회인 줄 알고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해요^^;)
상담 후 취준을 비롯해 바깥 활동을 활발히 했어요.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공백기가 조금 긴 편이에요.) 집순이 답지 않게 소개팅도 엄청 하고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남자들 만나서 썸 타고 놀러 다니며 바쁘게 지냈으나 여전히 내프가 낮고 강박도 심하고 항상 불안했어요.
매일같이 상담 녹음본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아트라상을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리며 하루하루를 버텼고, 전남친을 그리워하고 원망하며 염탐도 했지요.
그러던 와중 전남친과 대체녀가 함께 여행 가고 출, 퇴근도 하며 서로의 집에 들락 거리고 지인들에게도 소개한 걸 알게 되고는, 누르고 눌러왔던 불안감과 좌절감이 대폭발을 했고..
애써 차분한 마음으로 작성하고 있던 ‘상담 및 1차 지침 후기’를 서둘러 올리고, 수현쌤께 문단 나누기조차 안 하고 꽉꽉 채운 애프터로 징징거림을 시전했어요. (미친 사람 같아서 차마 다시 읽어보기가 민망할 정도..ㅋㅋㅋ;;)
참고 참다가 사용한 첫 애프터인데다가 다른 분들 후기에 정성스러운 애프터라는 말이 많아서 굉장히 떨리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렸었죠.
하지만 매우 간략하고 시크한 수현쌤의 애프터 답장을 받았고ㅠㅜ 답장을 읽으며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라는 수현쌤의 한 마디가 머리와 마음에 쿵- 하고 와닿으면서 미친 듯이 소설을 쓰며 불안에 떨던 마음이 아주 차분해졌습니다.
아, 칼럼에 나오는 ‘이 정도 망상과 강박이면 약 먹는 것도 좋다’ 는 얘기도 들었어요. ㅋㅋㅋ(강박증 내담자로서 굉장히 뿌듯(?)+안심^^*ㅋㅋ 막이래)
상담 시 전남친과 대체녀가 잘 될 가능성이 10프로 미만으로 매우 낮다고 하셨었는데, 그 낮은 가능성이 현실이 되어버렸지만 둘이 사귄다고 한들 저의 프레임과 확률에는 영향이 없으니 흔들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내프가 낮았을 때라면 “둘이 잘 안될거라더니 수현쌤 뭐야? 못 맞췄어!!! 어떻게 영향이 없어?!! 그냥 나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인건가?? 으앙ㅜㅜ 이제 난 어떡해, 흑흑....” -하며 온갖 징징과 진상을 부렸을텐데ㅋㅋ
‘상담사는 신이 아니다, 쌤도 나도 모르는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더이상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도 이제 진짜 정신 차리고 저런 거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독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싶더라구요.
다른 분들도 그러하듯 참 많이 울었어요. 정말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힘들었어요. 어느새 헤어진 지 반년을 훌쩍 넘어 1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그 긴 시간 동안요.
아, 헤어지기 전부터 아주 오랜 시간을 다투고, 울고, 매달리고, 힘들었으니.. 어쩌면 훨씬 더 긴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한동안은 상담 녹음본을 들어도 그 사람에 대한, 대체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어 들렸고 그 부분만 미친 사람처럼 무한 반복해서 듣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 대한 부분이 아닌, 지난 후기에도 적었던 “지금 00님에겐 메리트가 없다. 상대방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 는 수현쌤 말씀이 가장 강조돼서 들렸어요.
‘내가 어쩌다가 메리트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을까,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벗어나기 위해서,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개선해야 할까’
점점 그 사람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게 되었고,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어요.
그렇게 첫 애프터를 받은 이후로는 “그래, 될 대로 돼버려라ㅎㅎ 할 만큼 했다! 이제 정말로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자~”는 마음이 들어서 온전히 제 상황적인 것들을 개선하는 데에 마음과 시선을 돌렸습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1월의 기적인 이유...
저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오랜 취준을 마치고 전직에 성공하여 새로운 직장도 다니고 있어요 :)
지난 한 해 온갖 매달림에, 온갖 상담을 받고 다니며 힘들어하던, 매일을 약에 의존해서 눈물로 잠을 청하던,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손을 벌벌 떨며 애프터 메일을 보내던 제가요.
새로운 남친은 전남친보다 학력, 직업적인 부분에서 객관적 가치가 뒤지지 않으면서 저를 많이 좋아해주는 좋은 분이에요. (전남친보다 키도 훨씬 크고 몸도 좋아여.. 헿ㅎㅎㅋㅋ)
순수하게 프레임만 따지자면 8년을 함께 해서 추억도 참 많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정말 바닥까지 다 보여가며 너무나 사랑했기에 전남친의 프레임도 높은 편이지만,
프/신/가치 모두 포함해서 보았을 때 결혼을 전제로 시작한 교제, 직업과 나이에서 나오는 신비함과 성숙함, 다재다능하고 교양 있고 배울 점 많은 것,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연애에 대한 설렘, 저를 너무나 귀여워하고 예뻐하는 모습 등 현남친의 총합이 더 높은 듯해요. ㅎㅎ
지난가을부터 수현쌤께 배운 대로 남자 만나는 루트를 개척하고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동시에 만나다 보니 항상 바쁘고 아쉬울 것 없는 자세가 저절로 나왔어요.
처음엔 전남친보다 프/신/가치가 낮은 썸남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전남친 생각이 더 나서 우울하기도 했고, 전남친에게 항상 저프 취급, 정신적 학대를 받아왔기에 저를 갖고 싶어하고 좋아해주는 남자들의 마음에 의심이 들기도 했어요.
‘나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을 왜 좋다고 하는 거지? 전남친은 내 00이 별로라고 그랬는데 이 사람은 왜 내 00이 좋다고 하는걸까..’ 하는 멍청하고 답답한ㅜㅜ!!!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스스로를 계속 가꾸고, 여러 남자 만나서 즐기고(?) 적극적인 구애들을 받으며 점점 자신감이 붙었어요.
머릿 속에 항상 프/신을 떠올리며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좋을까? 이런 옷, 이런 화장, 이런 표정, 이런 말했을 때 좋아라 하는구나, 나는 이상형이 00인 남자들에게 먹히는 스타일이구나, 남자들이 보는 나의 매력은 00이었구나, 신기하고 재밌네? 이 부분을 좀 더 부각시켜야겠다ㅋㅋ’ 등등 나름의 연구도 했습니다.
썸남들이 자기 뜻대로 안돼서 성질부리고 비아냥 대거나 틱틱댈 때, 예전 같음 기분 상해서 똑같이 화내고 다투고 쌩까버릴텐데 ‘내가 너무 고프라서 이러는구나’ 싶어서 우쭈쭈 해주거나 무시를 했더니 더 안달 내더라구요.
그중 가장 가치가 높으면서 프신관리도 잘하는 현남친을 고르게 되었어요. (다른 썸남들에겐 미얀...ㅜㅜㅎㅎ)
누가 봐도 이미 사귀는 분위긴데 사귀자는 말은 안 하길래 아트라상에서 배운 대로 약간의 질투 유발과 함께 “우리는 가끔 만나 술이나 마시는 쿨한 사이지 않느냐ㅎㅎ”는 제 나름의 카운터를 날렸고, 그날 밤 오빠로부터 관계 정정 요청(?)을 받아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지요. ㅋㅋ
현남친에게 “강아지 같으면서 여우 같다. 연락할 땐 시니컬한데, 막상 만나면 다정하고 애교도 많고 항상 여유롭고 따뜻해서 좋다.” 는 얘길 들으며 본래 가진 저프녀 성향과 새로 배운 고프녀 자세를 셰킷셰킷~ 섞어서 나름 잘 만나는 중입니다.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요. ㅎㅎ
직장생활 시작하니 불면증도 자연스레 고쳐지고, 바빠서 시간도 잘 가고, 돈 걱정 안 해도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비롯해 지인들도 당당히 만나고. 참 좋아요. 적응되면 차차 운동이랑 관리도 시작하려구요.
첫 애프터 후 그렇게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네요. 예정 대로였다면 지난달은 2차 지침 시행일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지침을 보내지 않고 있어요.
위에 적은 기적 같은 변화들과 더불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수현쌤께서 말씀해주신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
전남친이 저를 자기보다 낮게 보고 다른 여자 만나보고 싶어 했던 것, 그게 사실이었고 저에게 거짓말 한 채 정말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난 것에서 신뢰감이 박살 났기에...
그런 사람을 애를 써가면서 다시 만나기엔 나의 꽃 같은 시간과 소중한 마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달 만 해도 2차 지침 해봤자 통하지도 않을 것 같고 자존심에 먼저 연락하기도 싫고, 그래서 ‘가능성 제시가 아닌 복수하는 지침으로 바꿔달라고 해볼까? 1차 초강력 지침만으로도 충분하려나?’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사실 이 부분은 아직 고민 중ㅎㅎ)
1차 지침도 ‘제대로 먹힌 게 맞나? 왜 아직도 무반응일까, 역시 이런 거 안 통하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지난 달 제 sns에 다녀간 흔적을 발견했고 풉... 웃음이 나더라구요. ㅋㅋ 여전히 소심하고 찌질한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전남친에게 가능성 제시를 해봤자 머리 아픈 일만 생길 것 같아서 조심스러우면서, 한편으론 기왕 상담받은 거 지침의 효과를 직접 느껴보고 실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고민 중이에요.
재회보다는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싶고 이제는 정말 후련하게 보내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조만간 수현쌤께 도움 요청을 해야 할 듯 해요.
만약 2차 지침을 하게 되어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현남친 문제로 상담을 받게 되면 또 후기 남길게요. 요즘도 출, 퇴근 길이나 자기 전에 꼭 아트라상에 들러서 칼럼과 후기 읽거든요. 마음 가다듬는데 좋고 무엇보다 꿀잼!ㅋㅋ 후기 남겨주시는 다른 내담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연애와 직장 생활이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부분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저의 몹쓸 강박증과 불안정한 내프에 의한 거란 것을 이제는 알기에, 행여 잘못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예전만큼 조바심 나고 불안하지 않아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고 누구나 시행착오는 있으니까요.
현남친이 너무나 좋지만 이제는 이전 연애에서처럼 진심과 기다림이면 다 되는 줄 아는 그런 미련한 연애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진실된 마음과 더불어 차분한 이성으로도 연애하는 현명한 여자, 남친을 사랑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나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당당한 여자가 될 거예요. 그러려면 앞으로도 아트라상에서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하루하루 바쁘고 새롭게, 그리고 사랑받으면서 지내니 나한테도 이런 날이 정말 오는구나 싶어서 참 행복한 요즘입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어쩌면 많은 분들께서 싫어하시는 ‘재회 포기’에 가까운 후기일 수도 있겠어요^^;
처음 아트라상에 왔을 때는 재회를 포기 하는 분들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도대체 얼마나 지나면 저럴 수 있는 걸까’ 싶었는데, 제가 이런 글을 적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ㅎㅎ
무튼 재회보다 더 소중한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깨달음,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는 방법,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르쳐준 이곳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파서 글을 남깁니다.
다른 내담자분들께서도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는 물론이고, 잃어버린 본인과의 재회도 이뤄내실 수 있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아트라상 :)
p.s : 나의 수현쌤~ 우리 관리자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 < 궁금한 게 많아서 조만간 찾아뵐 것 같아요! 그간 미세먼지&한파로 난리였는데 건강 유념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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