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공백기를 견디는 중이에요.
허니
2017. 05. 04
연애유지중 소홀해진 관계를 전환시키기 위해 이별 통보 후 공백기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입니다. 수현상담사님은 그동안 잘못된 당근과 채찍을 줘 왔던지라 고프레임이 점점 깎여 중프레임 정도가 됐다고 하셨어요.
저희는 오랜 기간 돌고 돌아 재회해온 케이스로 1년 전 오늘은 4년만에 다시 만난 날이어서 요 며칠 저는 참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었어요.
공백기를 견디는 우리의 메뉴얼, 아시죠? 운동하고 공부하고 예뻐지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펌을 하려고 하는데, 늘 가던 미용실이 거리도 멀고 어쩐지 가격도 너무 비싼 것 같아 이참에 가까운 미용실로 옮겨보았어요.
처음에는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집과도 가까워서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크게 절감되어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앉은지 10분만에 어쩐지 불편해졌습니다. 다니던 미용실은 내 모발의 상태, 늘 하던 염색약, 드라이 방향의 취향까지 알고 있어서 일부러 말하지 않아도 척척이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해서 퍽 피곤했어요.
또 서비스는 어설펐고 기본 가격이 싼 대신 추가로 붙는 것이 많아서 겉보기와는 달랐어요.
무엇보다 내가 치르는 가격만큼이 바로 나의 레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멀어도 다음부터는 다니던 미용실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요즘 저를 괴롭히던 전남자친구의 리바운드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었어요.(동네 상권과 도심 상권, 자본 규모의 차이일 뿐, 미용사분의 실력까지 가격과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우리가 사귀었다는건 제 프레임이 낮지 않다는 거구요, 누가 먼저 헤어짐을 고했든 남자친구는 늘 저를 다시 찾았으니 정말 그에겐 제 프레임이 유효하다는 것일테고, 서서히 깎여 중프레임이 되었어도 이번 지침을 통해 제 프레임은 다시한번 올라갔을거예요.
리바운드, 얼마든지 만나라죠. 제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여자인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뿐일거예요. 만날 때마다 저와 비교될거예요. 다른 미용실을 가고 나서야 원래 다니던 미용실이 제게 맞는 미용실이고, 10년동안이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닫게 된 것처럼이요.
함께 있을 때는 늘 나보다 친구가 먼저인 그, 집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끝나는 막장 데이트, 외로운 주말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혼자가 되고보니 그래도 자기만의 방식으로는 나를 사랑해주려고 노력했던 흔적들이 보여서 슬쩍 웃기도 해요. 으이그, 이 바보야. 그래도 이걸론 안돼. 그 어떤 여자도 이딴 걸론 만족 못해. 하고요.
제가 지금 특히 힘들다는건 연인으로서의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에게도 힘든 시간일테죠. 자꾸 잊어버렸지만 번번이 깨닫고 깨달아서 다시 돌아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으면 해요.
아니, 이번만큼은 제발 반복되는 시간으로 되돌리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제대로 혹독하게 깨닫고 왔으면 합니다. 어차피 완전히 변한 그가 아니라면, 이제는 정말 이 반복의 사슬을 제 손으로라도 끊어내야할 것 같습니다.
혼자의 시간을 잘 견뎌야 벌레는 나비가 되듯 우리가 혼자 있을 때 각자의 시간을 발전적으로 쓰고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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