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최시현 상담사 님, 후기 도착했습니다.
mCase
2017. 01. 15
[첫 번째 상담 후기] 안녕하세요. 약속 드린 후기 도착했습니다. 내심 기다리셨죠? 저는 칼럼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힘들어 했던 세 가지 마이너한 케이스로 상담을 요청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용할 익명도 mCase로 하게 되었죠. 심각한 수준의 강박증과, 대체자가 별로 없어 내적 프레임이 최악인 동성애, 그리고 재회가 아닌 짝사랑. 저의 경우 아마 상담사 님을 많이 괴롭힌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감을 가지고 잘 연락하고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연락을 무시로 일관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론을 숙지하신 분들이라면 짐작하시겠지만, 강박증이 심한 사람에게 상대가 내미는 미해결 과제는 정신을 최악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수단이지요. 다행히 최시현 상담사 님은 그런 저를 잘 이해해 주시고 이끌어 주셨지만요.
여튼, 당시 제가 갖고 있는 단서라고는 호감을 가지고 잘 연락하고 있던 사람을 만났고, 긴장한 탓에 술을 맹목적으로 들이키다 필름이 끊겼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오주원 상담사 님이 이전 사이트를 창립한 시절부터 칼럼과 후기를 틈틈이 읽어온 저여서 이론 이해도가 낮지만은 않은 저였지만 막상 제가 대상이 되고 나니 막연한 마음만 가득해지더군요. 내가 첫 만남에서 실수를 했는지, 아니면 첫 만남에서 외모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겼는지... 특히나 두번째와 세번째 추측은 상담 내내 절 괴롭혔습니다. 제가 내적 프레임이 바닥이라는 증거였죠. 여하튼 상대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고민하던 저는 결국 난생 처음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상담까지 걸린 며칠은 제 인생에서 제일 긴 시간인 것만 같았어요.
억겁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성사된 상담에서 저는 내적 프레임이 너무나 낮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내적 프레임이 낮다 보니 그간 자연스럽게 프레임을 낮추는 행동을 계속해서 해온 것이죠. 상대방 역시 저보다 살짝 나은 수준의 내적 프레임을 가지고 있지만 대신 자신의 프레임 관리는 저보다 상대적으로 잘하는 편이라며, 스스로 고프레임인 걸 알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신뢰감 테스트를 하면서 저를 괴롭히고 있다는 진단을 하셨어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프레임 낮추는 행동을 계속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연락이 계속 닿아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내적 프레임이 낮고, 제 프레임을 어느 정도 유지는 하고 있는 증거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첫 대면 이후의 반응은 확실한 판단을 못하셨어요. 상황이 너무 두루뭉술하고 정확한 단서가 없었기 때문에 상대 반응만으로 일단 유추를 해보자고 하시면서 현재 모종의 이유로 자존심이 발동한, 즉 한 마디로 삐져 있는 상태라고 하셨죠. 만일 프레임이 아예 박살이 났다면 아예 감정의 변화나 자존심의 발동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프레임은 남아있는 상태라고 하셨어요.
최시현 상담사님은 연락 다시 닿을 확률 90%, 재회 확률 6~70%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프레임을 조금 회복하고 신뢰감을 증가시키는 1차 지침을 보냈죠. 그런데 예상 외로 읽씹을 당해버렸습니다. 멘탈이 잠깐 나갔지만 그건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애써 붙잡고 기다려 보았는데, SNS에서 희미하게 반응을 보여 왔어요. 상대가 전하려는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하고 애프터를 보냈죠. 애프터에서 SNS의 플레이 패턴에 변화가 생긴 걸로 봐서 관계를 끊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하시고, 약간의 공백기(제가 자꾸 조바심 내니까 좀 더 빠르게 지침을 보낼 수 있게끔 처음에 부른 공백기를 수정해 주셨습니다 =ㅅ=;;;)를 가진 후 2차 지침을 보내라고 하셨어요. 2차 지침은 씹히지 않았지만 너무도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욕을 한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싸늘한 반응이었어요. 내가 정색한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서늘함이었지만 전 오히려 좋아했습니다. 프레임이 남아있지 않다면 구태여 차가운 반응을 일부러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죠. 담담하게 애프터를 보냈어요.
3차 지침 전에 상담사 님은 상대방이 경계하며 날을 세우는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시며 짐작할 수 있는 모든 이유를 3차 지침에 적절하게 넣으시고 신뢰감을 높이게끔 하셨어요. 그런데 사실 전 그 때까지도 그 이유가 제 외모가 뒤떨어지거나 상대방에게 대체자가 생긴 게 아닐까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전 내적 프레임이 낮은 내담자니까요. 그런 제 모습을 보던 상담사 님이 동성애의 경우 외모에서 크게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대체자가 생겨버리면 짝사랑 단계에선 복구하기 힘들지만 상대의 행동 양상으로 보아선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오히려 상담사 님은 첫 만남이나 연락 과정에서 제가 모르는 실수를 한 게 아닐까 강하게 촉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제가 그렇게 프레임을 낮춰가면서 연락을 했는데도 연락이 닿았다는 건 프레임 문제가 아니라는 걸 함의한다고 하셨죠. 결국 3차 지침은 상대가 내게 차갑게 굴게 만든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아는 방향으로 짜여지게 되었고 놀랍게도 그 촉은 정확히 맞아들어갔습니다. 3차 지침을 보내자마자 답이 온 것이죠. 네가 한 실수를 아직도 모르냐면서요. 알고 보니 첫 만남에서 제가 엄청난 실수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후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상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화를 냈고 저는 당황해서 해명을 하려고 쩔쩔 맸지만 듣기도 싫다 해버린 게 3차 지침의 결말이었습니다. 전 그렇게 최악의 결말을 맞아버린 것입니다... 절망하고 눈물을 흘리며 상담사 님께 원망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전 그 반응을 받고 너무너무 기쁘고 설레고 좋아했어요. 엄청난 단서를 얻은 것이죠. '이겼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에 저라면 첫 만남에서 그렇게 최악의 인상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프레임이 작살이 났다면 읽씹은커녕 연락 가능한 모든 경로를 차단했을 겁니다. 아니, 그러지 않았더라도 지침에 대한 반응을 어떤 식으로도 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상대방은 친절하게도 모든 지침을 읽고 지침에 굳이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3차 지침에선 친절하게 자기가 화난 이유를 설명했어요. 또 직접 언급할 순 없지만 화내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이런 식으로 화내면 내가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닐지 무의식 중에 걱정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이건 제 프레임이 상대에게 강력하게 남아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아마 지금쯤 굉장히 괴로워하고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담사 님에게 너무너무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모르시면서도 지침을 탁월하게 주셨습니다. 1차 지침에서 일단 프레임을 보호하고 신뢰감을 주는 지침으로 상대를 붙잡아 둘 수 있었고 2차 지침까지 공백기를 두어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회복할 시간을 주었어요. 그리고 3차 지침에서 마지막 가능성을 놓치지 않아서 상대가 자초지종을 스스로 털어놓게 만들었구요. 상대가 화를 내면서도 저에게 모든 이유를 설명했다는 건 "이 최악인 놈. 꺼져 ㅡㅡ" 가 아니라 "나 너한테 이거 너무 서운했단 말야 ㅠㅠ" 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론 화를 내면서도 사실은 서러움을 토로하며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거죠.
저는 자신감을 갖고 제가 스스로 만든 지침을 상담사 님께 보냈고 잘 짠 지침이라며 칭찬을 들었습니다. 이론 이해도가 높다는 말도 해주셨구요.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생겨서 뿌듯합니다. 사실 상담사 님께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첫 만남의 기억과 조합해 본다면 이 친구가 저한테 말해준 제 행동은 반은 사실이고 반은 과장인 거 같습니다. 그 과장된 부분의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니 이 친구는 역시 저에게 프레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행동으로 보인 무의식적 호감 표현들을 제게 덤터기를 씌우는 행동이었거든요.
다만, 강박증이 있는 사람으로써 아트라상에서 상담 받으며 딱 두 가지만 아쉬웠어요. 만족도 99%이지만 1%의 아쉬움을 쓰고자 합니다. 사실 너무도 잘해주신지라 쓰기가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케이스가 조금 마이너한 케이스이다 보니 이런 경우에 내담자들이 느낄 수 있는 생각들을 알아주시면 아트라상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첫 번째는 아트라상 상담사 님들께 칼럼을 요청하고 싶은 부분인데요.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의 프레임 이론' 도 칼럼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저의 경우 상담 받기로 결정한 후 가만히 기다렸기에 상대방이 처음부터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세 번의 지침 모두 신뢰감을 주는 지침이다 보니 3차 지침까지 가서는 상대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의 가이드라인이 별로 나와있지 않아서... 제가 이론을 읽고 스스로 생각해 보려 했지만 강박이 있다 보니 너무나 많은 변수를 생각하게 되어서 정신이 피로해지곤 했습니다.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이 경우에 이렇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1.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게 내게 좋은지, 나쁜지 2. 상대가 부담스러워 한다면 내가 지침을 잘못 수행한 탓인지, 원래 자연스러운 반응인지 3.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걸 해결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4.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걸 더 부추겨야 좋다면 어떻게 부추겨야 하는지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네 가지나 되고,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곱씹다 보면 더 생각이 복잡해져서 지침 수행을 제대로 못할 우려가 있어요. 두 번째는 상담사 님께 아주 살짝 아쉬웠던 점인데, 지침에 대한 반응을 여러 가지로 예측해서 알려주셨으면 했어요. 물론 전 이론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몇 가지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강박 때문에 그게 맞는지, 만일 틀린 예측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너무 불안했어요. 하지만 이건 제 잘못이기도 합니다. 제가 상담사 님께 애프터 보낼 때 정말 질문을 꽉꽉 채워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집중력이 분산되셨을 법 합니다. 이 두 가지 말고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대만족이었던 상담이었습니다.
제가 3차 지침 보내고 나서 감사 메일을 폭탄처럼 보낸 거 기억하실 거예요. 마스터급 내담자가 되기 위해 심리학 책을 엄청나게 읽고 블로그도 다시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내담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후기가 너무 길어서 짧게 적자면요. 상담 받기 전에 세 번 정주행은 필수라는 거예요. 물론 상담사 분들께서 친절하게 알아서 잘 해주시긴 해요. 하지만 전 정말 내적 프레임이 바닥을 기는, 게다가 강박증까지 심한 인간이었어요. 성격까지 나쁘면 진상이 되기 딱 좋은 조건이었고 실제로 메일도 많이 보냈었습니다. 애프터 메일이 두 개가 한계인데 전 계속 지침에 대한 의문을 갖고 회신을 거듭하면서 거의 10개 가까이 보내며 상담사 님을 괴롭히고... 이제 와서 생각하니 정말 죄송스럽네요. 아무튼 저처럼 내적 프레임이 낮은 사람은 이론을 공부하고 칼럼과 후기를 정독해서 최대한 변수에 대한 예측 능력을 높이는 게 핵심입니다. 내적 프레임이 낮은 사람이 공부 없이 상담을 받으면 불안과 초조를 반복해서 경험하다 지침을 어기고 실수를 하게 돼요. 전 다행히 강박이 심해도 너무 심한 탓에 '지침을 어기면 안 된다' 는 강박에 강하게 시달려서 지침은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번쯤 어기고 결과를 직접 보고 혼나보면서 느끼는 것도 괜찮았을 거 같긴 하지만... ㅋㅋㅋ 여튼, 상담 한 번에 애프터 두 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기회 속에서 장기적으로 행복한 연애를 하려면 많이많이 공부하고 흡수해서 그걸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침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인간' 이 되고 말 거예요. 저는 그걸 알고 있었고 3차 지침 이후 일부러 제가 상담사 님의 지침 의도를 분석하고 스스로 지침을 만들어서 후기에 보냈던 것입니다. 나 자신의 이론 이해가 맞는지 검증하고 확인해서 나중에 같은 상황이 와도 안심할 수 있도록요. 그리고 내적 프레임 올리는 거 정말 중요합니다. 전 운동 열심히 하고 있고 이번 해에 외모와 내면을 모두 가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어제는 심리학 서적도 사서 읽었습니다. 핵꿀잼이에요 ㅋㅋㅋ 내적 프레임이 낮으면 정확한 분석을 하고도 이게 아닐 거라며 강박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후기입니다. 상담사 님들께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저는 상담사에게 내담자가 단순히 의존하는 관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담자도 상담사에게 언제든 영향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최시현 상담사 님, 진상 내담자 상대하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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