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10년만에 쓰는 두번째 후기/이강희 상담사님
츠네오
2025. 01. 13
첫 번째 후기를 정유현 상담사님과의 후기로 남기고 이어서 두 번째 후기를 씁니다.
정유현 상담사님과의 상담 후 사연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이 궁금했던 저는 1차 지침 후 2주가 지나 이강희 상담사님에게 문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강희 상담사님이라.. 경력이 오래되신 베테랑이시고, 그 명성에 대해서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문서상담은 처음이라 내심 긴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음성 상담에서는 사연을 꽉꽉 채우고, 공간이 모자라 문장을 줄이곤 해서 사연 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미 사연에 대해 정유현 상담사님께 쏟아내고 난 뒤라 사연 작성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마쳤습니다. 과연 문서상담은 어떨까? 이강희 상담사님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대망의 상담완료날, 저는 아주 긴 답변 글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전반적인 분석은 정유현 상담사님과 같다', 그리고 상담사님과 하나의 약속을 하자는 말씀을 하셨지요. A를 하면 B가 되나요? 인간관계는 수학적인 것이 아니며 너무 지엽적인 것에 빠져 있다, 이제 이런 질문은 그만하기로 약속하자. 그리고 이어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으로 판단하기보다, 내가 현재 고프레임 고신뢰감의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이 내 프레임과 신뢰감이 되는 것이고, 내 내적프레임에 기준을 두어야 합니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뒷통수를 자동차로 치인 것 같은 강렬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10년 동안 이론에 대해 생각하면서 한 번도 그렇게 판단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제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기준으로 저의 프레임과 신뢰도를 판단하곤 했고, 상담에서 반대의 분석을 듣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나 자신' 이 기준이라니! 10년의 세월 동안 나는 대체 무엇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저의 아트라상 상담 역사상 가장 저를 뿌리부터 뒤흔든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며,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음 아래의 마음을 보고 보듬어줄 수 있다."
"마음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걸쳐서 존재하는 것이며, '나의 마음' 이 아니라 단지 '마음' 이 있는 것이다. 상처받고 공격받을 수 있는 '나'라는 존재, 고정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 말씀은.. 커다란 울림이 되어서 아직까지 제 안을 맴돌고 있습니다. 고통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통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를 '고통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저는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의심, 불신, 집착.. 그것은 상대방이 그래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은 '나'와 '상대'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구나. 그런 불신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정유현 상담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상대방이 의심할 만한 짓을 하니까 내가 의심하는거 아니야? 아닙니다. 내적프레임이 낮은 사람들의 생각이에요."
그리고 또, 이강희 상담사님께서 '마음의 억압' 에 관한 말씀을 하셨어요. '억압된 마음' 은 억압하면 할수록 더 큰 세기로 돌아오고, 꿈이나 갑작스럽게 분출되는 감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상담사님께서는 앞을 내다 보신 걸까요. 새벽에 일어나면 운동을 가고, 돌아오면 제 일을 하고, 나가서 햇볕을 쬐고, 산책을 하고, 약을 먹고.. 저는 공백기 동안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꿈을 꿨어요. 음악을 틀고 엎드려 잠들었는데.. 상대방과 제가 이뻐했던, 지금은 상대방 집에 가 있는 인형 두 명이 나왔어요. 우린 그 인형들에게 이름도 붙여 주고 인형극 비슷한 것들도 하면서 데이트 때도 데리고 나가고 그랬죠. 상대방은 정말 그 인형들을 자기 아이 대신처럼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얼마 전 자다가 눈을 떴는데, 그 인형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왜 요즘 안 와? 보고 싶었단 말이야!"
"XX(제 이름)다! XX다!"
"이제 못 와? 히이... 같이 놀고 싶단 말이야!"
"맞아! 맞아!"
"올 거지? 올 거지?"
"맞아! 올
10거지?"
그 순간 눈에서 마개가 떨어졌습니다. 인형들을 껴안고 뺨을 부비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나도 보고 싶었어, 미안해. 미안해. 정신을 차려 보니 그건 꿈이었고 저는 꿈에서 울던 그대로 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꿈이 아니라 헛것을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로 몸이 뭔가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몸살에 걸린 것 같습니다. 공백기 내내 운동을 하면서, 햇볕을 쬐면서, 산책을 하면서 억압해온 마음이, 마개가 열린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듯 흘러나오는 것인지.. 기묘하게도 그 날 어머니께서 갑자기 물으셨습니다. 너 그 같이 일했던 키 큰 여자 있잖아. 연락하니? 어머닌 제가 상대방과 사귄 것도 모르시는데 정말 이상하죠. 그건 왜? 그냥 문득 생각났단다. 이강희 상담사님은 제가 이런 일을 겪고 이런 감정을 느낄 것도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강희 상담사님은 매우 따듯한 분이십니다. 저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마음이 상담에 묻어 나오고, 무엇보다 해주신 말씀들이 아직까지 제 안에서 살아 움직여요. 이강희 상담사님이 해 주신 말씀은 어떤 철학이나 사상으로 다가왔고, 저는 쇼펜하우어와 불교철학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억압된 마음이 공백기를 지나 분출되어 버렸네요. 언제쯤 '진정한 자존감 회복'을 할 수 있을까요. 공백기가 지난 지금은 대체자 찾기보다, 제 작업에 집중하고 이 상황을 돌파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무래도 제 낮은 자존감은 잘 풀리지 않는 제 작업에서 발원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여자를 사귀어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생이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곧 2차 지침을 보내야 하는데 이중모션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요.. 정유현 상담사님과 함께 최적의 지침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 문서 상담이었기 때문에 '오주원 봇', '서예나 봇', '정유현 봇' 처럼 '이강희 봇'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처와 같은 이미지로 제 안에 계십니다. '봇' 보다는 '부처'가 낫지요? 지금의 제 모습도 영원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할 수 있다고 힘들 때마다 주문처럼 되뇌이면서 이강희 상담사님을 생각합니다.
이강희 상담사님.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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