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정유현 상담사님 / 고프저신 70% / 1차 지침 후 공백기 중
mdahl
2024. 11. 10
안녕하세요,
저는 그를 생각하며 재회 상담을 받고, 또 떠올리면서 이런 글을 내 시간 내서 남기는 것 자체가 꽤나 자존심이 상해하는 사람입니다... 내프가 높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도 없고 상담하면서 크게 관련해서 언급을 들었던 적은 없긴 한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날 놓쳤네 내가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정유현 상담사님의 상담 내용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초고프저신, 재회 확률 80%이나 헤어진 적 다수/또 헤어질 가능성 너무 높아 70%로 전달받은 사람이고, "뼈를 깎는 노력의 당근쟁이" 되지 않으면 어차피 헤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정유현 상담사님 안녕하세요, 토요일 오전에 전화상담하고 몇 주가 지나고서야 이렇게 작성하고 있는데 제가 당분간 애프터메일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 상담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우선 재회 상담 후기 게시판이다보니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상담 받으면 무조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제가 아직 재회를 하진 못해서 그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지만, 저는 이번 이별을 통해서 큰 성장을 이룸에 의의를 많이 두고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이해 / 그에 대한 이해 / 향후 더 나은 연애에 대한 방식에 대해 적어도 이론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배웠습니다. 재회를 간절히 희망했던 시기이므로 높은 가능성을 들으면서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들 통해서 볼 수 있는 칼럼들도 좋지만, 내 상황과 성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말씀주시는 것은 많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상화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씀드리는게 맞는지 모르겠고 상대방의 성향/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밉고 답답한 감정이 꽤 많이 차오르고 있었는데 유현 상담사님 말씀들으니까 그는 정말 그의 선에서의 노력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립기도 하고 그 단기간동안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많이 바뀌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1차 지침을 쓰고 보내는 순간은, 그 전에 혹시라도 공백기를 가지셨다면 이제야 잔잔해지려고 하는 웅덩이에 커다란 물방울이 툭 떨어지는 그런 시작입니다. 이별의 재시작이에요. 또 처음부터 이별하는 듯한 감정 기복과 기대와 상처를 겪어야 합니다. 보내고 나면 마음을 비우는 것이 맞다고 그렇게 가이드 받지만 저는 안읽씹까지는 못했고... 몇 시간 후에 읽씹을 했습니다. 아무튼 이 각오를 하고 연락을 하시는게 맞습니다.
별개로, 제가 상담 속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말씀들을 곱씹는 마음에서라도 남겨보고 싶습니다.
1) 상담전, 후기들을 읽었는데 몇 개 공통적으로 "그는 내담자님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울컥하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들어보니 똑같았습니다. 상처를 받게 되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에, 배신감이 휘몰아칠 때는 정말 날 사랑은 했나 그 모든 행동 중에 무엇이 진실이었나를 계속 되짚게 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저 또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사건들이 있었기에... 그의 사랑이 진심이었다는 믿음이 늘 전제적으로 있었음에도, 왠지 수천건의 상담해 오셨을 상담사님께 그 말씀을 듣는 건 마음이 따듯해지면서도 철렁이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2) 저는 상대방이 최선을 다했다라고 주장하는 사실에, 그가 무슨 최선을 다했어 라고 생각하며 배신감과 어이없음이 자리잡아 괘씸해하기도 했었는데요. 상담사님이 그의 노력은 "70점 짜리 남자"이기 때문에 (객관적 가치를 떠나서 연애에 대한 센스나 에너지 측면) 내가 아무리 기준을 "100점에서 낮추고 낮춰줘서 90점, 거기서 더 나아가 80점"으로 참고 노력했어도 그는 나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그 바를 70점으로 낮출 수 있지만 그를 100점으로 바꿔놓을 수 없으며, 그는 본인 기준 100점의 최선을 다하고 있어도 상대방이 120점 만점에 본인을 채찍질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런 상태라고 말씀주셨는데요. 각자의 최선의 최대치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들으니까 확 와닿기도 하고 내가 사랑했던 그는, 노력을 덜하는게 아니라 그냥 애초에 내 기대치를 맞추기가 어려운 사람이었구나를 받아들이면서 드디어 그를 이해하고 미안함이 밀려오는 경험도 했습니다.
3) 신뢰감의 영역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이고, 내가 아무리 참고 잘해도 화내는 순간 끝이다. 이 말씀 중요했는데 앞으로의 길이 깜깜하기도 합니다. 참아가면서 사리가 생기는 수준으로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썩이며 참고 또 참을 수 있을까요?
4) 여자에 미쳐 있는 남자 (상대방에게 올인) vs 미래/돈에 미쳐 있는 남자 중 극단적으로 골라야한다고 하셨는데 스스로 많이 인지하면서 그래 내가 고른 사람은 이러한 성향이니까 그의 동전 뒷면에 있는 단점은 포용해야지 생각했음에도 다시 한 번 듣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상담으로 받은 연애의 이전 연애가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불만으로 내가 헤어졌을 지도 대충 눈치 채고 계신 것 같아서 신기했습니다. 여자분들은 둘 다 할 수 있는데 왜이리 남자분들은 하나만 가능한 동물인가요?ㅋㅋ 여전히 답답합니다.
5) 지침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다가도 제가 한 줄씩 정말 여러 번을 다시 읽어봤는데, 이 속에는 정말 수많은 내공이 쌓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저처럼 반복해서 읽을지 한 번 읽고 톡방을 나가버렸을진 몰라도 그냥 제가 객관적으로 보기엔 한 마디 한 마디가 쉽게 쓰인 것은 아닌 그런 메시지입니다.
저는 1차 지침 이후의 변수들도 많았었기에 단순 미련인지 집착인지 사랑인지 오기인지 알 수 없는 감정선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가 날 꼭 찾아오면 좋겠고 복수하고 싶기도 하고 정말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별 후 몇 주, 몇 달이 지나신 분들은 제 감정이 공감되시려나요?
마음이 많이 안정되면 오히려 아트라상을 안 찾을 수도 있겠죠? 갑자기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까 나만 놓으면 끝일 이 관계의 소중함 또는 끈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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