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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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지침, 그리고 재회를 망치는 애매한 지침이란?
아트라상
2025. 02. 19
상대를 매달리게 만드는 강력지침이 무엇인지,
이런 지침을 받지 못한 내담자들은 항상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받은 분들은 큰 불안에 떨게 됩니다.
원리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다뤄보겠습니다.
단, 글을 이해하려면 어느정도 이론에 대한 내공이 있어야 합니다.
이론을 모르는 분들은 읽지 않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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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재회에 대한 생각만 하고 살면서, 사실 해석하기 어렵거나 지침을 짜기 어려운 케이스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모두 과거에 접해봤던 케이스에 속합니다. 하지만,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내담자가 지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차라리 지침이 두려워서 아예 묵혀두고 쓰지 않는 경우는 괜찮습니다. 결국 이런 내담자들은 '기적적으로 연락이 오지 않을까?' '내 진심을 언젠간 알아주겠지' 하는 마지막 희망이 깨지면서 다시 상담에 찾아옵니다. 이 때 지침을 새롭게 주면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지침을 애매하게 바꿔 보내는 경우입니다.
내담자들은 갑자기 강하게 나가면 '상대가 날 미친 여자로 볼까봐' '상대가 너무 상처받을까봐' '영영 끝일까봐' 등의 이유로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프레임 이론도 알게 됐고, 여태 매달리다 안된 게 있으니 어떻게든 프레임을 높이긴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도 듭니다.
결국 '지침이 너무 강할 거 같은 두려움' vs '프레임 높이긴 해야한다는 막연한 마음' 두 가지가 충돌하여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지침이 탄생합니다. 이런 지침은 보통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애매한 지침의 특징-
1. 나름 성숙한 모습을 보임 - '널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 '네 마음은 ~~했을 거야'
2. 아주 약한 무관심을 보여줌 - '이제 나도 마음이 정리됐어'
3. 내담자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했는지를 서술함 - '난 운동도 하게 됐고, 책도 읽으며 행복하게 지내'
4. (핵심) 질투 유발 없음
물론 경우에 따라 위와 같은 지침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실제로 비슷한 지침을 준 적이 있고, 좋은 결과를 냈던 경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자존심 발동도 최소화 시키면서 안정적인 재회를 도와줍니다.
모방 업체에선 이런 애매한 지침을 '좋은 프레임 높이기 방법' 이라고 칭하더군요. 강력 지침은 '나쁜 프레임 높이기'이며,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뿐이고 진정한 재회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보통 타 업체에서 재회를 실패하고 온 내담자는, 강력 지침에 대해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좋은 프레임 높이기'의 덫에 빠져선 안됩니다.
케이스마다 강력 지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있습니다. '좋은 프레임 높이기 지침'이 왜 별로인지, 그리고 강력 지침이 왜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내담자 프라이버시를 위해 조금은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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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2년 사귄 커플.
헤어질 땐 내담자가 고프레임이었으나, 3개월 가까이 매달리고 상대방 남자는 이미 새 여친이 생겨 1달 지난 상황. 카톡 프로필에 커플 사진이 올라오고, 최근에 남자가 내담자의 카톡을 차단한 상황.
이런 상황에, 모방 업체가 주었던 지침은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문자는 길지만,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나도 이제 마음이 다 정리됐어. 운동도 하게 되고, 사람이 긍정적으로 지내다보니 너에 대해서도 잊게 될 거 같아. 너와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겠네. 잘 지내.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당연히 반응은 없었습니다. 가끔 모방 업체에서 이와 같은 '좋은 프레임 높이기 지침'을 받고 왔거나 스스로 애매하게 지침을 바꿔 보내는 내담자들은 '프레임 10점 높일 걸 6점 높인 건 아쉽지만, 가만히 있었던 것보단 낫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예전 칼럼에서도 나왔듯이, 사람 심리는 수학이 아닙니다. 프레임 높이는 문장 1개를 쓰면, 프레임이 1점 상승하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프레임이 하락한 상황에선, 상대방은 내담자가 하는 말 하나 하나를 집중해서 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이 문자를 받고,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마음이 정리되었다니 이제부터 날 빨리 잊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긍정적인 일도 겪고 있으니 점점 날 잊겠구나... 두려워지네' 하고 느낄 확률은 0% 입니다.
오히려 '이 장문의 문자는 뭐지? 아직도 내 생각을 이렇게 깊게 하고 있네. 읽기도 귀찮다. 이제 좀 그만하지... 차단까지 했는데 뭔짓이냐.. 에휴' 하고 생각할 겁니다. 오히려 6점을 따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 10점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처럼 프레임이 많이 죽어버린 상황일 경우엔, '좋은 프레임 높이기'의 덫에 빠져선 안됩니다. 차라리 쌍욕을 보내거나, 대놓고 질투유발을 해서라도 상대방 자존심을 상하게 해야 합니다. 유치해보이더라도, 장문을 보내서 읽지조차 않는 경우보다 백 배 낫습니다.
'사례에서 나오는 저런 막장 지침 문자를 누가 쓰지?' 하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건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단순화시킨 것입니다. 실제 문자는 저것보단 훨씬 장문입니다. 이런 막장 지침 문자를 걸러내는 능력이 생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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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초고프레임 케이스- 내담자의 잘못으로 상대방의 자존심이 매우 상한 상태. 상대가 계속 틱틱거리고, 툭하면 삐지는 상태
남자친구는 1달 전 여자 내담자가 다른 남자와 술 자리를 했던 것을 상대방이 알게 되었음.
여작 내담자가 미안한 마음에 계속 사과했으나, 상대는 자존심이 도저히 풀리지 않았던 상황.
이 케이스는 어떨까요? 당연히 '엄청나게 신뢰를 잃은 상황이니 진심을 보이고 오해를 풀어줘야지. 이건 진짜 무조건 저자세 보여야 되는 케이스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신뢰감 문제엔 신뢰감 지침으로 대응한다. 정석적이고 상식적인 추론입니다.
하지만, 오류에 빠져선 안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해명과 진심어린 사과는 필요하겠으나, 이 후에도 계속 자존심을 부린다면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자존심 발동된 상대의 상태는 '밑 빠진 독'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미 내담자에게 크게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신뢰감을 아무리 채워줘도 뚫려버린 구멍으로 다 세어 나갑니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그래도 다른 남자랑 얼굴 본 걸 얘기 안한 건 심했다' 라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꽁한 마음이 풀리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얘가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걸 보니까 얘 잘못이 맞구나. 진짜 어이없네..' 하고 합리화를 하게 만듭니다. 자존심 부리는 데 보상을 주는 격이지요. 이 때는 물을 많이 부어주는 게 아니라, 그 구멍 자체를 막아버려야 합니다.
제 지침문자는 상대방의 잘못을 명분으로, 최근 일에 대해서 강하게 상대의 프레임을 깎는 말을 던졌습니다. 어느 정도 해명을 하면서도, 내담자 쪽에서 강하게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잡아 강하게 나가는 겁니다. (아마 강한 지침을 받은 분들은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당장에야 상대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나며 더더욱 내담자에 대한 정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갑자기 강하게 나온 내담자에 대해 놀라게 되면서, 프레임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좋든 싫든 다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이건 무조건 여자 잘못이다. 날 배신했다!' 라고 합리화 하면서 아무리 빌어도 계속 내담자의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미해결 과제가 생겨 계속해서 생각 투자가 이어지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내가 오해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구나'
물론 내담자가 그 전에도 저런 식의 해명은 했을 겁니다. 하지만, '핵심은 강하게 나가는 것 + 해명'의 조합입니다. 저자세를 보이면서 해명해봤자, 상대방은 '날 붙잡으려고 저러는 걸거야. 배신해놓고 걸리니까 저러네' '헤어짐의 원인은 니 탓에 역시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튕겨내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침 문자 뒤에, 1주일 뒤 남자 쪽에서 대화를 청해왔고 이 때부터는 내담자와 상대방이 잘 대화하게 되었고, 무난하게 화해하게 되었습니다. 밑 빠진 독의 구멍을 막아 버리니, 그래도 이제는 해명이 이해가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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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케이스를 읽으시면서, '난 저런 문자 받으면 더 정 떨어질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래서 강력 지침은 매우 쓰기가 조심스러운 지침입니다. 상대가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명분을 사례에서 꼼꼼히 찾아내야 하고, 상대가 합리화가 강한 성격이라면 이를 막는 구절들도 덧붙여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프레임을 높이기 위해, 지침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즉, 상대가 어떻게 인식할지를 정말 세밀하게 계산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강력 지침을 일종의 '수술'이라 부릅니다. 한 번의 지침에 성패가 달라지는, 초집중해서 작성해야 하는 수술과 같은 것이 강력지침입니다.
수술은 리스크가 있지만, 완벽하게만 행해진다면 병을 한 번에 치료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상대방이 받을 상처가 두려워서, 애매한 지침을 쓰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약을 고집하다 병세를 악화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상담사 역시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강력지침을 권합니다. 상담사도 굳이 가벼운 사과와 무난한 지침으로 재회되는 케이스에, 엄청난 집중이 필요한 강력지침을 권하진 않습니다 ^^ 강력 지침을 받았다면, 그 만한 이유가 있어서 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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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아마 2011~2015 강력지침을 받았던 내담자들은 이 글을 보면서, 자신이 받았던 패턴의 강력지침과 다르다고 느낄 것입니다.
2011~2012까지는 강력지침의 전성기였습니다.
하지만 강력지침으로 상대를 매달리게는 할 수 있지만, 재회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는걸 보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쓰지 않는 것으로 상담사끼리 약속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강력지침은 1,2줄의 매우 짧고 강한 임팩트를 주는 문자였습니다.
오늘 올라온 후기가, 구버전의 강력지침 관련된 글입니다.
그런데 2016년, 새롭게 등장한 강력지침은 글이 길어졌습니다. 상대방이 합리화를 할 수 있는 모든 틈을 막아버리면서 쇼크를 주는 기법입니다.
과거 지침은 재회를 하더라도, 상대방은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여 계속 틱틱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강력지침은, 부작용도 없을 뿐더러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무조건 남탓만하고, 자신의 상처만을 생각하면서 헤어짐의 원인을 남탓으로 돌리던 사람이, 변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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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의 상황-
상대방이 반성할 수 없는 매우 지능이 낮은 타입인 경우엔, 업그레이드 강력지침을 쓸 수 없습니다. 혹은 너무 매달려 놓았다면, 구버젼의 강력지침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습니다.
혹은 너무 장문을 많이 보내놨다면, 장문의 업그레이드 강력지침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황을 정말 정밀하게 잘 분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상담사가 업그레드 강력지침을 주지 않았다고,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최적인 지침을 줍니다.
너무 이론적인 글이라 머리 아프셨죠? ㅜㅜ 다 읽으셨다면, 高기수 내담자이거나 이론 이해도가 뛰어난 내담자겠네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