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칼럼
일반
1년간 공개하지 않았던 칼럼, '상담사의 분석력'
아트라상
2015. 05. 05
이 칼럼은 초보 내담자라면 절대 읽지 마세요.
이 글 말고 다른 글을 보세요.
원래 이 글은 2015.4월에 쓴 글입니다.
보통 칼럼을 쓰게 되면 바로 올리는데, 이 글만은 처음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초보 내담자들이 보기엔 너무 어려워 혼란만 가중할 거 같고, 너무 노하우 공개가 많다 보니 득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최초로 사례를 통한 해석을 담았습니다.
보통 내담자의 사례는 극비이기 때문에 소개해 드릴 수가 없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군요.
고수 내담자, 지능이 높은 내담자를 위한 글을 써 보았습니다.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자존심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추리력과 논리력이 있다면 매우 재미있는 글일 것입니다. 여러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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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들은 상담사들의 머릿속을 궁금해합니다.
점쟁이도 아닌데 어떻게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지침이 정확히 내려지고, 재회를 이루어 주는가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명탐정들이 범인을 잡아내는 방법은 ‘신기’ ‘점괘’가 아닌, 관찰력과 추리력, 논리력에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담사는 사연을 읽고서 많은 상담사례와 이론을 바탕으로 ‘추리’를 완벽하게 해냅니다.
정말 이런 게 가능한지, 뒤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재미있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대화로 구성된 상담사례 하나를 같이 풀어보면서, 남녀 심리를 한 번 맞춰보겠습니다.
사람 심리, 남녀 심리에 자신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분들은 배운 게 있으니, 한 번 상황을 예측해보고 지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세요. 이걸 맞춘다면 당신은 심리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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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재미있는 상담사례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내담자 사연은 극비입니다.
아쉽게도, 오늘도 주변인의 사례를 소개할 수밖에 없겠네요.
사연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약 2개월 전, 친척 모임이 있었고, 군대에서 100일 휴가를 나온 친척 동생을 만났습니다.
친척 동생은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고 여자의 심리를 전혀 알 수 없다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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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대화체로 써보겠습니다.
A - 오주원 상담사
B – 친척 동생
C – 또 다른 친척 동생
B: 형, 군대에 간 동생을 어여삐 여겨서 한 번만 얘기 좀 들어줘. 내가 평생 이런 부탁하는 거 본 적 없잖아.
C: 그만 좀 해. 넌 그냥 어장관리 당하는 거고 여자는 너한테 관심 없다니까? 이제 그냥 포기해. 듣지 마세요. 내가 사연 들어봤는데, 들어볼 필요도 없어요.
A: 하하, 상담 때 말고는 이런 질문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군대에서 고생하는데 도와줄게.
B: 고마워 형~ 정말 짜증 나는 일이 있었어. 근데 되게 어려워. 형이 전문가라고는 했는데, 아마 힘들 거야... 걘 남자친구도 있거든…
A: 헛소리하지 말고 사연이나 말해봐. 뭐 상담에서 어려운 사례들만 만나는데 너 사례쯤이야 너무 쉬울 것 같아. 그냥 길게 하지 말고, 1분 내로 요약해서 얘기해 봐. 어차피 조금만 들어도 다 알아들어.
B: 알겠어. 일단 얘기해 볼게.
형도 알다시피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귀하게 자라고 공부만 해야 되는 환경에서 자랐어. 여자도 잘 모르고 숙맥이지.
그런데 작년 3월에 단체미팅을 나갔어. 그런데 거기에 정말 내 스타일인 여자가 있었어. 대화도 하고, 전화번호도 따냈지. 그리고 총 세 번의 데이트를 했어.
여자 쪽에서 나를 좋아하는 티는 전혀 나지는 않았었어. 그런데도, 데이트 신청에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어. 여자 쪽에선 나한테 한 번도 먼저 연락한 적은 없었고ㅜㅜ
5월 정도에 네 번째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여자의 카스를 보니까 썸남이 있었어. 마음은 급해졌지만 아무것도 못했어. 그러다가 결국 그 여자는 썸남이랑 사귀더라. 진짜 그때 너무 가슴이 아팠었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상대방한테 연락해서 남친 생겼냐고 물어보니 상대방이 “응 새로 생겼어~ 오빤 잘지내?”라는 답장이 왔어.
난 화가 난 상태여서, 그냥 답장을 하지 않았어. 2개월 정도 썸을 타다가 끝난 거지.
그 이후에 한두 번 연락이 닿았던 거 같아. 잘 기억은 안 나. 별일은 없었고 나는 연락이 닿을 때마다, 정말 짜증이 났었어. 어장관리하나 싶었고 대체 뭔 상황인가 싶었거든.
그러다가 8월인가 9월에 그나마 친구였던 카카오스토리 친구가 끊겼어.
그리고 내가 카톡을 하나 보냈는데 씹혔어. 나는 그때 마음을 접었지. 하지만 지금 이 얘기를 하는 거 보면 아직 내 마음을 모르겠어.
그 여자는 남자친구랑 계속 만나더라. 하지만 계속 생각은 났지. 그리고 나는 10월에 군대에 왔어. 군대 들어오기 전에 한 번 정도 연락이 닿았던 거 같아.
나는 이제 군인이 되기도 했고, 완전히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했어. 근데 정말 짜증 나기도 하면서, 놀라운 일이 생겼어.
군대에 온 뒤에 여자애가 나한테 편지 하나를 보낸 거야. 별 내용은 없었고 그냥 군대에서 잘 적응하고 있냐는 짧은 손 편지였어. 여전히 그 여자는 남자친구랑 잘 만나고 있는 것 같아.
요약을 하면, 나랑 세 번 데이트하고, 그 여자애는 남자친구가 생겼어.
그 이후에 몇 번 연락이 닿았던 거 같은데 길게 대화하진 않았어. 얼마 지나서 카스는 여자 쪽에서 끊었어.
내가 한 번 연락했는데 씹혔고. 그리고 군대 가기 전에, 여자 쪽에서 소식을 들었는지 잘 갔다 오라는 연락이 왔어.
그리고 군대에 오니까 편지 하나가 왔어. 별 내용은 없이 약간은 무성의하게 편지가 하나 왔지. 얘는 나를 그냥 편한 오빠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게 사연의 전부야. 별거 없지? 정말 별거 없는 사연이야.
C: 아니 딱 봐도 어장관리네. 가능성 없어. 그냥 차단해버리고 번호 지우라니까?
B: 아무래도 처음 여자를 알게 돼서 그런지 쉽게 포기가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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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사연을 보신 분들은 어떤가요? 상대방 여자의 심리를 알겠나요?
그리고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능성이 있을까요?
담을 받았던 내담자들이라면, 이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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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분 내로 하라니까 왜 이렇게 사연이 길어?
B: 형 난 심각해. 농담하지 말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ㅜㅜ
A: 뭐긴 뭐야 쉬운 상황이지. 너무 쉬워서 하품 나와. 역시 상담 사연만 보다가 너 사연 보니까 시시하다.
(친척 동생들과 격의가 없이 편하게 지내다 보니 농담을 자주 합니다 ^^)
B: 진짜야? 뻥치지 마 남자친구도 있어.
A: 장난은 그만할게^^ 아무튼 상황이 쉽긴 쉬워.
그 여자는 널 좋아하고 있네. 내가 봤을 땐, 니가 어장관리 당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자가 안달 나 보이는데?
(아마 이 부분에서, 아트라상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보시면 반전 결말이 나옵니다)
C: 이게 무슨 여자 쪽에서 안달 난 상황이야?
B: 내 주변 사람들은 다 가망 없다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야?
A: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어. 난 너의 문제를 해결할 자신 있어.
일단 사연을 듣고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 볼게. 네가 헷갈리게 말한 부분이 있고, 명확하지 않게 말하는 부분이 있어서 확인 좀 할게. 내 추리는 이 정도야.
결론부터 말하고 그 다음에 설명해줄게.
짧은 사연을 듣고 난 뒤, 오주원 상담사의 추리-
1. 여자는 사촌동생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
2. 현재 남자친구와 헤어졌거나, 그 남자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3. 친척동생은 남녀관계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자존심은 강해서 저자세를 보이는 타입이 아니다.
4. 여자가 사촌동생을 많이 좋아하게 된 시점은 5월 이후다. 그전엔 호감이 있었다.
5. 5월 관계가 끝난 이후, 사촌동생은 여자에게 거의 한 번도 연락을 먼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친척동생은 사연에서 ‘연락이 닿았다’라고 아주 애매하게 표현했었음)
6. 보나마나 여자는 편지에서 B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냥 안부인사만 물었을 것이다.
7. 언급은 없었지만, 아마 3번의 연락이 닿는 과정에서, 서로 단답식으로만 대화를 했을 것이다.
8. 여자는 정신적으로 어리다.
9. 카카오스토리 친구가 끊기고, 여자가 연락을 씹은 것에 대해 별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아마 믿을 수 없는 결론들이 몇 개 있을 거야.
왜냐하면 넌 연애 초보이기 때문이지. 뒤에서 다 궁금증을 해결 해 줄 테니까 걱정 마. 좀 천천히 얘기하자. 릴렉스 해~
A: 일단 사연을 들었을 때, 너는 남녀 관계에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야.
그 여자가 남친을 만든 ‘사건’ 이후에, 넌 여자에게 연락이 왔을 때 어떻게 반응했어?
내 예상엔 좋게 반응한 적었을 거 같은데?
보통 다른 남자들이면 멘붕오면서 상대방에게 매달리거나, 상대방에게 계속 연락하면서 저자세를 보이게 되거든.
근데 넌 보통남자와 다르게, 상대방에게 매달리거나 연락을 하지 않았어. 즉 자존심이 강한 타입이라는 증거지.
몇 번 연락이 닿았다고 니가 얘기 했는데, 내가 봤을 땐 네가 연락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넌 연락도 안했을 거고, 여자 쪽에서 연락이 왔을 때 차갑게만 반응 했을 거야. 맞지 않아?
난 니가 몇 번 연락 닿았다고 애매하게 말하길래, 너의 자존심을 계산해서 '남자가 먼저 연락 안 했군'이라고 계산했어.
B: 음...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아. 카카오스토리 친구 끊겼을 때 멘붕와서 연락한 거 빼고는 내가 연락은 한 적이 없네…
A: 아마 연락이 왔을 때도, 너는 단답식으로 반응했을 가능성이 커.
그러다 보니 상대방도 할 말이 없었을 거고, 대화가 금방 끊겼겠지. 그런데 넌 연애바보라서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기는커녕, “역시 이 여자는 날 안 좋아하니까 이렇게 빨리 대화가 끊긴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또 마음이 상했겠지. 안 봐도 뻔해.
사실 대화가 끊긴 건, 자존심 때문에 니가 단답으로 했기 때문이야.
B: 헉... 형 말이 맞아. 나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 가뜩이나 썸 타다가 새 남친 만든 것도 억울한데, 어장관리 하듯이 연락해놓고 말은 금방 끊어버리고. 열 받을 수밖에 없었어.
A: 생각을 잘 해 봐. 여자라는 사람의 특징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는 거야.
썸을 탔었던 너와 관계가 끝났는데, 넌 연락하지 않고 여자에게 냉랭하게 대하는 상황이었어. 이 때 여자 쪽에서 너에게 두 번 이상 먼저 연락을 해 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B: 나를 친구로 생각해서? 편하게 느껴졌나 봐.
A: 니가 부자라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야? 걔 진로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야? 아니면 둘이 10년지기 친구야?
아니잖아. 걔가 너를 친구로 유지할 이유는 전혀 없어.
그리고 너만 하더라도 상대방이 냉랭하게 대하면, 자존심 상해서 연락 절대 안 하잖아. 상대방은 자존심 강한 여자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세 번이나 안부연락을 해 온 걸 보면 이상하지 않아?
B: 그러네. 왜 연락했을까?
A: 널 좋아하기 때문이지.
B: 남자친구도 있는데? 그리고 카스 친구도 끊겼고 그 당시 문자도 씹혔었어. 그리고 날 좋아했다면 나랑 사귀었지 그 남자랑 왜 사귀어?
A: 답답아. 그냥 상황을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 해 줄게.
여자는 마음이 없다면, 남자와 두 번 이상 데이트를 하려 하지 않아. 만약 여자가 정 만날 남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여러 번 데이트 할 수는 있어.
하지만 상대방 여자는 20살에, 가장 인기가 많을 나이야.
남자 대학생들이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때기도 해. 너의 말에 따르면 걔가 예쁘다며. 니가 초반에 그렇게 여자를 마음에 들어 했다면, 꽤 매력이 있는 여자일거라고 가정했을 때 분명 여자는 여러 명의 대쉬가 있는 상황이었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여자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겠지. 아무나 안 만난다는 소리야. 만날 남자, 연락 오는 남자가 최소 10명은 있는 상황에서 너와 세 번이나 만났지? 이건 여자가 너에게 최소한의 호감은 있다는 증거겠지.
‘사건’이 있던 시점에서 한 번도 넌 여자에게 연락하지 않았어. 거기서 나는 니가 자존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남친 있는 여자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았지.
이 덕분에 프레임 관리는 잘 됐을 가능성이 커. 이건 이론적인 거라 패스할게. 아무튼 좋은 거니까 그렇게만 알아둬.
니가 좋은 성향은 가지고 있긴 한데 단점이 있어.
연애경험이 전무하고, 공부만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를 거야. 데이트 과정에서, 여자 는 너에게 호감을 지녔었기 때문에, 몇 번의 ‘사귈’ 가능성을 주었을 거라 생각해. 근데 너는 2개월이나 질질 끌었지?
넌 그 미묘한 힌트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연애장애가 있으니까. 그래서 애매한 관계가 지속되었고, 여자는 짜증이 났겠지. 니가 4번 만나는 동안 그 기간은 2개월 이였어.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
B: 그 짧은 사연을 어떻게 그렇게 다 자세하게 기억하는 거야? 안 듣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아무튼 다 맞아떨어져 가는 것 같아. 근데 왜 그 남자한테 간 거지?
A: 그 상황에서 여자는 다른 호감 있는 남자에게 고백을 받으니까 그쪽으로 간 거야.
여자 쪽에선 니가 애매하게만 나오니까, 다른 남자랑 사귀어도 너에게 미안할 게 없었던 거지. 그래서 니가 “남자친구 생겼어?”라고 물었을 때, 여자는 미안함 없이 “응 생겼어”라고 말한 거야.
서로 썸 타는 상황에서, 저런 상황이 됐다면 여자는 미안해서라도 저렇게 말 못해. 그런데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여자가 거리낌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야. 즉 니가 자존심 부리다가 마음표현을 전혀 안했을 거고, 여자입장에선 너에게 미안할게 없는 거지.
‘사건’에서 보였던 너의 반응으로 봤을 때, 넌 넌 자존심이 강해서 그 여자에게 데이트신청 말고는 호감표현을 거의 안 했을 거라고 보고 있어. 여자 입장에선, 자기가 어장관리 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이건 확실하진 않아.
B: 놀랍네.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근데 형 추측들이 다 확실해? 추측인데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야?
A: 끝까지 들어.
B: 알겠어.
A: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여자들은 남자의 데이트 신청만으로도 ‘얜 나한테 호감이 있구나’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 여자애는 20살의 어리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 그리고 주변 찌질한 남자들은 영화 몇 편 보고서 이상한 고백이나 하고, 찌질하게 진심만을 보이는 애들이 지천인 상황이야.
그 상황에서 너의 애매한 행동은 오해하기 딱 좋았을 거야. ‘이 오빠는 날 안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겠지. 그 상황에서 너와 비슷한 수준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고서, 그 남자와 사귄 거야. 네가 너무 여자에게 가능성을 안 줬어.
만약 그 여자가 새 남친에 대한 마음이 컸다면, 사귀게 된 이후에 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야. 물론 가볍게 안부 정도는 물을 수 있고, 한 번 정도의 연락으로 어장관리 연락은 올 수도 있어.
하지만 여자가 3번이나 자존심을 굽히고, 냉랭하게만 대하는 너에게, 연락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그리고 네가 군인이 돼서, 애인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는데 편지가 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B: 앞에 내용은 맞는 것 같아. 신기하네...그런데, 편지엔 별 내용 없었어. 그 여자애가 나를 좋아했다면 호감표시의 글이 있거나, 적어도 친근한 말투로 편지를 썼어야 하는데 달랑 3,4줄밖에 없었어. 그냥 군대 잘 갔냐는 글이야. 그냥 군인이 됐으니 불쌍해서 보낸 게 아닐까?
A: ‘사건’이후에 여자는 너에게 몇 번이나 힌트를 줬어. 두 번 연락을 했는데, 넌 냉랭하게 대했지.
여자는 이미 자존심이 상했겠지. 하지만 그 여자 입장에선 너에 대한 호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 여지를 주는 거야.
봐봐. 자기 자신은 남친이 있는 상황에서, 너에게 꼬리치면 윤리적으로 죄책감이 들겠지?
그리고 넌 가능성도 하나도 주지 않았고, 여자는 자존심도 상해있는 상황이야. 여기서 여자가 너한테 호감표현이나 좋은 반응을 보이겠어?
여자는 자신의 자존심과 연락하고 싶은 두 가지 마음에서 갈등하고 있는 거야. 그 결과, 여자는 중립적인 연락으로 너에게 가능성을 주고 있는 거고.
난 사연을 다 듣기 전에, 여자로부터 편지가 왔다고 들었을 때, 중립적인 짧은 글이 쓰여져 있을 거라 예상했었어. 물론 넌 연애초보니까 또 멘붕 왔었을 거라고 생각했지.
B: 진짜 신기하다가. 진짜 그럴듯한데? 그런데 카스는 왜 끊긴 거지?
A: 솔직히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아. 두 가지 가능성인데, 남친이 여자에게 ‘남자들과 친구를 다 끊어라’라고 강요했을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의 자존심 때문이야.
너에게 두 번 정도 ‘잘 지내?’, ‘뭐해’등의 문자를 여자 쪽에서 보냈을 텐데 니가 단답을 했고, 여자는 홧김에 끊어버렸을 가능성이 크지.
네가 상대방에 대한 원망감이 있어서 종종 여자 번호를 지워버리고 싶었듯이, 상대방도 마찬가지 였던 거지. 이 부분은 뭐가 맞는지는 나도 확실하게는 몰라.
그런데 확실한 건 큰 틀에선 여자가 너를 좋아 한다는 거야. 그게 중요한 거 아니야?
B: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A: 니가 계속 자존심을 부리고 있었으니까, 내가 지시하는 대로 편지를 하나 써야겠지. 근데 조심해야 할게 있어. 갑자기 너무 좋게 반응하면 상대방 쪽에선 ‘군대 가기 전에는 반응도 없더니 군대 가니까 아쉬워졌나? 이 남자는 진정성이 좀 없는 것 같네’라고 오해할 수 있으니까 이 부분만 조심해야 돼.
아마 내 말대로 하면 너희 둘은 사귈 거야. 근데 너네 둘은 미안하지만 오래 못 가. 아마 6개월을 못 버티고 헤어질 거야.
넌 남자치고 너무 자존심이 강해. 니가 많이 달라져야 해.
넌 연애가 처음이라 절대 성격이 변할 수 없을 거야. 거기에 여자도 자존심이 강하고 너무 어려.
너희 둘다 맨날 자존심 싸움 하고 고프레임으로 끝나겠지. 그리고 서로 그리워하며 질질 6개월 끌면서 서로 이중모션 보이겠지.
미래는 정해져 있어. 미안해 xx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만나봐. 아마 지금은 헛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1년 뒤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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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친척동생의 편지를 받은 여자는 거의 매달리듯 답장이 오게 되었고, 그 둘은 휴가 때 사귀게 되었다.
그 이후에 내 예언은 맞았을까?